[리뷰] 참사를 기억하는 우리들의 방식, 연극 ‘2023망각댄스_4.16편- 로맨스’

연극 ‘2023망각댄스_4.16편- 로맨스’ 포스터 ⓒ극단 신세계

혜지는 9년 전의 일들을 추억하고 있다. 혜지는 성재와 7년 동안 연애를 이어오고 있었다. 따뜻한 마음을 가진 성재는 배려심이 몸에 밴 사람이었다. 혜지와 성재는 주말이면 동네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는 것이 일상이다. 늘 밝고 친절한 카페 직원 태리의 눈에 혜지와 성재는 부러운 연인의 모습 그대로였다. 너무 익숙하거나 조금 맞지 않는 부분은 오랜 연애 탓이라 여기며 혜리는 그게 행복이라 생각했다.

혜지의 일상에 변화가 찾아온 것은 신입 직원 영우가 회사에 들어오면서부터다. 회사 생활에 순응하며 하루하루를 사는 혜지 앞에 자신의 생각을 주저하지 않고 말하는 영우의 모습은 신선했다. 늘 혜지에게 퉁명스럽기만 한 영우였지만 혜지의 마음은 조금씩 영우에게 가고 있었다. 성재와 큰 다툼을 하고 난 뒤, 영우와 만나게 된 혜지는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게 된다. 그렇게 시작된 새로운 감정은 어떤 결말을 만들어 내었을까? 또 9년이 흐른 뒤 어떻게 기억되었을까?

그땐 그랬지


빛바랜 그날의 일은 ‘추억’이 되는 순간, 낭만적인 기억들로 남게 된다. 학창 시절 남몰래 좋아했던 친구 혹은 선배와 일들은 수십 년이 지나면 온통 그 사람에 대한 아련했던 감정들로 변한다. 젊은 시절 했던 고생도 세월이 흐르면 낭만적인 기억으로 남는다. 해지와 영재, 영우, 태리는 모두 일상 속에 존재하는 평범한 우리다. 우리들은 각자의 눈으로 그날을 추억한다. ‘그땐 그랬지’라며.

2023년이 마무리되는 12월 22일부터 24일까지 3일 동안 무대에 오른 이 공연은 극단 신세계의 연극 ‘2023망각댄스_4.16편- 로맨스’다. 로맨스라는 낭만적인 제목을 가진 이 연극은 2016년 연극실험실 혜화동 1번지에서 공연된 ‘사랑하는 대한민국’을 시작으로 8년째 이어 온 공연이다. 목적은 4.16 참사를 통해 반복된 참사를 잊지 않기 위해서다. 극단 신세계는 참사에 대한 추모와 기억을 매년 거리극, 다크투어, 전시극, 필름, 시어터 필름 등 다양한 장소, 다양한 형식에 담고 있다.

연극 ‘2023망각댄스_4.16편- 로맨스’ ⓒ극단 신세계

추억 대신 기억할 결심


관객이 아름다웠던 그날의 추억 속을 헤매고 있을 즈음 무대에 나온 연출 김보경은 말한다. 연극으로 세상을 바꿀 수 있을 거라 믿었고 끊임없이 외치다 보면 세상은 변할 것이라 믿었던 지난 시간들을. 이 작품으로 처음 연출에 도전하는 김보경 연출은 “우리가 지금 참사를 기억하고 있는 방식에 대해 새롭게 질문해 보고 싶어졌다."라고 연극의 연출 의도를 밝혔다.

2024년은 4.16 참사 10주기가 되는 해이다. 옛말에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고 했다. 강산도 변한다는 10년, 무엇이 변했고 무엇이 바뀌었을까? 참사는 다양한 장소에서 사람을 가리지 않고 꼬리에 꼬리를 물고 계속되고 있다. 우리는 요행히 살아남았음에 안도하고 여전히 쉽게 잊고 진실은 숨겨지고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쳇바퀴 속에 살고 있다.

연극은 2014년 4월 16일 이후, 광장을 가득 메웠던 사람들의 용기와 분노와 눈물과 함성을 소환한다. 그날의 기억이 낭만으로 추억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를 되묻는다. 우리의 사랑은 로맨스로 기억될 수 있지만 절대 낭만적인 추억으로 기억되지 말아야 할 것들에 대해 이 작품은 생각하고 또 생각해 보기를 제안한다.

연극 ‘2023망각댄스_4.16편- 로맨스’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공연예술 중장기 창작지원 사업의 일환으로, 12월 22일부터 12월 24일까지 연극실험실 혜화동 1번지에서 공연됐다. 연극에는 박태인, 장우영, 하재성, 한지혜가 출연했다. 공연 기간이 지나 리뷰의 시의성이 떨어짐에도 기록하는 것은 기억하기 위함이다. 이 작품은 2023년 기억해야 할 슬픈 로맨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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