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파국 치닫는 의료대란, 1년 반 동안 정부는 무엇을 했나

병원 전공의들의 집단 사직이 1주일을 넘었지만 대통령실은 단체행동에 들어간 의사들과 대화와 타협 가능성을 부인하고 있다. 기존 2000명 정원 확대 규모 유지입장을 재확인한 것에 더해 25일엔 “환자 목숨을 볼모로한 극단적 행동”이라고 맹비난했다. 검경은 의사파업을 불법으로 간주하고 구속수사를 원칙으로 대응하겠다고 엄포를 놓고 있다. 의사단체는 정부가 의대증원계획을 일방추진하면 “모든 수단을 동원해 끝까지 저항하겠다”는 입장이다.

강대강 대치국면이 계속 이어지면 이미 현실화한 의료대란은 입원·수술·진료 마비 등의 재앙으로 바뀔 수 있다. 상황이 이런데 대통령실과 의사단체 사이에 대화와 타협, 중재 노력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지금 필요한 건 대통령실과 의사단체 사이에 조건 없는 대화다. 하지만 현재 둘 사이에는 대화의 조건 자체에서 접점이 전혀 없다. 의사들의 단체행동을 주도하고 있는 의협은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을 ‘원점에서 재논의·재검토’하라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대통령실은 2000명 증원안이 이미 많은 것을 양보한 안이기 때문에 ‘원점 재검토를 전제로 한 협상은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다음달 4일까지 전국 40개 의과대학을 대상으로 한 증원 수요조사 답변결과가 2000명 증원계획에 미달할 경우 지역의대 신설 검토도 배제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대통령실이 이렇게 강하게 밀어붙이는 이유는 의대 증원 찬성 국민 여론이 70~80%대로 압도적으로 높기 때문이다. 지난 27년간 단 한명도 증원하지 못한 사정에 대해 국민의 공감이 큰 것은 당연하다. 게다가 의사들 모두 증원에 반대하는 것도 아니다. 성균관대 의대 교수들이 23일과 24일 이틀간 소속 교수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결과 증원에 찬성한다는 답변은 54.7%에 달했다. 적정 증원 규모에 대한 생각은 제각각이었지만 의사협회가 전체 의사들의 생각을 대변하고 있지는 않다는 것으로 풀이될 수 있다. 대화의 여지가 아예 없는 것이 아니라는 의미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위한 정부의 의무와 책임은 무한한 것이다. 이는 특정 직업군의 직업윤리 의무 등에 비해 압도적으로 크다. 의사들의 집단행동에 직역이기주의라는 비난 여론이 쇄도한다고 해서 상황을 악화시키지 않기 위한 정부의 의무가 약화될 수 없다는 뜻이다. 그런 점에서 정부 역시 무능과 독선적 행태를 돌아봐야 마땅하다. 2022년 하반기에 의대 증원 추진 방침을 밝힌 이후 1년 반이 넘도록 정부는 무엇을 해온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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