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설화 논란만 있고 정책 경쟁은 실종된 선거

5.18 폄훼 발언으로 물의를 일으킨 도태우 후보와 이른바 난교 예찬으로 사퇴 압력을 받아온 장예찬 국민의힘 후보의 공천이 취소되었다. 시대를 거스르거나 막말을 일삼아 온 정치인이 국민의 선택을 받을 리 만무하다는 점에서 당연한 귀결이다. 민주당도 목발 경품 발언에 이은 사과 거짓말로 정봉주 후보가 낙마했다.

말은 사람의 인격을 담고 있는 것이고 하물며 정치인의 말은 국민의 아픈 곳을 보듬거나 최대의 공감으로 이끌어내어 사회 발전의 촉매가 되어야 마땅한 법이다. 그런데도 신중치 않은 발언으로 국민의 인상을 찌푸리게 하거나 국민 분열을 일삼았다면 민의의 전당인 국회에 들어갈 자격이 없다.

이런 의미에서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과거의 발언이라도 이 같은 기준에 부합하지 못하는 자를 걸러내는 과정은 꼭 필요하다. 다만 지금의 총선 상황은 이 같은 설화 논란이 끊임없이 생산되는 반면 국가적 과제와 시대정신을 담는 정책 경쟁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우려스럽다.

윤석열 대통령은 민생토론회란 이름으로 전국을 순회하면서 선심성 보따리만 풀고 있고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도 입만 열면 운동권 청산 프레임을 전가의 보도처럼 휘둘러 오면서 무성한 뒷말을 남겼다. 민주당 등 야권도 정책 경쟁을 주도해 나가기보다 집권여당의 공격에 수세적으로 맞서는 태도를 보여 아쉬운 상황이다.

총선은 국가적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새로운 전망을 내놓는 정책의 각축장이 되어야 한다. 지난해 합계 출산율이 0.72명으로 추정되면서 국가적 존립이 위태로운 게 아니냐는 인식이 널리 확산되었다. 더구나 지금껏 출산율 제고를 위해 380조를 쏟아붓고도 진전은커녕 오히려 퇴보하고 있다는 점에서 정치권에 회의감을 느끼는 국민들도 훨씬 늘었다. 오래전부터 제기된 지방소멸 문제에 대한 대응도 지지부진하긴 마찬가지다.

2020년 총선에서는 팬데믹에 대한 대처, 재난지원금의 범위와 규모, 지급 방식을 둘러싼 토론이 치열하게 전개됐고 2022년 대선에서도 기본소득과 주4일제 도입 여부 등 일할 권리에 대한 공방이 이어져 나름대로 정책선거로 치러졌다는 평을 얻은 바 있다.

그러나 총선을 채 한 달도 남겨놓고 있지 않은 지금은 도대체 어떤 정책이 주목과 공감을 얻고 있는지 아리송하다. 이제 각 당의 후보가 공식화되면서 사실상 대진표도 하나둘씩 완성되어 가고 있는 시점에 들어섰다. 여든 야든 이제는 정책 경쟁을 통해 진검승부를 벌여나가기를 기대해 본다.

기사 원소스 보기

기사 리뷰 보기

관련 기사

기사 원소스 보기

기사 리뷰 보기

관련 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