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대파 한 단 875원 합리적’이라는 한심한 대통령

윤석열 대통령이 연일 ‘물가 안정’을 강조하고 있다. 이른바 ‘만원 사과’로 대표되는 고물가 행진이 민생을 위협하는 수준으로 지속되면서 정부에 모든 정책 수단을 동원하라고 지시하고 있지만 물가는 잡히지 않는다. 말은 총력을 다한다고 하지만, 정작 대통령의 관심이 과연 물가 잡기에 진심인지 의심이 갈 정도로 현실인식이 안이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윤 대통령은 19일 국무회의에서 “전 부처가 경각심을 갖고 물가 2%대 조기 안착을 통해 민생이 안정될 수 있도록 총력을 다하라”고 지시했다. 전날 민생경제점검회의에서 “농산물을 중심으로 특단의 조치를 즉각 실행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연일 물가 안정을 강조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지난해 작황이 부진했던 과일과 2월 산지 기상 악화로 공급에 차질이 있는 채소 가격은 단기간에 하락하긴 어려울 것”이라며 “가격 할인 지원으로 사과 등 과채류 가격을 직접 낮추고, 할당관세 적용과 정부 직수입을 통해 대체 과일을 신속히 늘리겠다”고 밝혔다.

대통령의 말만 들어보면 현실을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다고 여겨진다. 하지만, 정작 현장을 방문한 대통령의 입에서 튀어나온 말이 사회적 논란으로 번졌다. 윤 대통령이 18일 농협 하나로마트 양재점을 방문해 “대파 한 단 가격이 875원이면 합리적”이라고 말했는데, 이 발언이 온라인 상에서 뜨거운 논란이 된 것이다. 시중에서 4000원 수준인 대파 한 단이 어떻게 875원에 팔릴 수 있느냐는 논란이었는데, 실제 윤 대통령이 방문한 하나로마트에서 대파 한 단이 이 가격으로 할인돼 팔리고 있었다. 정부 지원금과 농협 자체 할인, 정부 할인쿠폰까지 더해진 가격이었다. 동원할 수 있는 지원을 다 끌어모으면 가능하긴 한 가격인 것이다. 그마저도 1천명 대상으로, 일시적으로 농협 하나로마트에서나 가능했지 지속가능한 가격은 아니었다.

정작 중요한 문제는 대통령의 ‘대파 한 단 875원이면 합리적’이라는 인식이다. 한 마디로 위험할 발언이다. 대파 한 단 소비자가격이 875원까지 떨어지면 대파 파동이다. 농가는 판매를 포기하고 밭을 갈아엎는다. 팔수록 손해이기 때문이다. 대통령이 세상물정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 채소 가격이 높다고 하니 무조건 낮추기만 하면 된다는 것인가. 대파 가격이 문제라고 하면, 적정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보고부터 듣는 것이 정책을 대하는 자세다. 대통령이 기본이 안 돼 있는데, 정책이 통할리가 없다.

윤 대통령은 1월부터 21번이나 민생토론회를 개최했다. 하지만 정작 대통령 부정평가로 꼽는 1순위가 ‘민생’이다. 민생토론회라고 명명하지만 민생은 없고 각종 개발 공약만 남발된 결과다. 그 어떤 듣기 좋은 말을 한다고 해도 국민들의 관심은 결국 ‘살림살이’로 귀결된다. 세상물정을 모르고 아무 말이나 내뱉는 대통령은 국민들에게 위협적 존재가 된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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