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기존보다 2천명 늘어난 2025학년도 의과대학 학생정원을 공식 발표했다. 돌아갈 다리를 끊은 셈이다.
20일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정부서울청사에서 2025학년도 의과대학 학생 정원 대학별 배정 결과를 발표했다. 비수도권에 증원분의 82%(1,639명)를 배정하고, 경기·인천지역에 나머지 18%(361명)를 배분했다. 수요조사에 참여했던 서울지역 의대 정원은 늘리지 않았다.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의료격차 해소, 수도권 내에서도 서울과 경인지역 의료여건 편차 극복을 주요 기준으로 삼았다는 게 교육부의 설명이다. 의대 정원이 늘어나는 건 1998년 이후 27년 만이다.
의대 정원 확대와 관련해서는 사회적 합의가 존재하는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 사사건건 부딪치는 여야 간의 정쟁 이슈도 아니다. 그러나 의료계 전체가 반발하고 있다는 건 간단히 볼 문제가 아니다. 정책에는 반발이 일어날 수 있지만, 이번처럼 특정 직종 전체가 반발하는 경우는 흔하지 않기 때문이다. 의사라고 하지만 개원의와 봉직의, 학생과 교수의 입장이 다를 수 있고, 전공의처럼 특수한 상황에 처한 이들도 있다.
그런데 의대 정원 확대 발표 이후 의료계의 반발은 확대 일로를 걸어왔다. 전공의 집단 사직에서 시작해 의대생들의 집단 휴학, 의대 교수진들의 사직 결의까지 나왔다. 아예 의협은 '정권 퇴진'을 거론하고 있을 정도다. 이에 대한 정교한 대책이 없다면 의료 현장은 유례없는 혼돈에 빠질 것이 분명하다.
정부는 대학별 정원 배정을 발표해 절차상으로 쐐기를 박고 의료계의 투쟁 의지가 꺾이길 기대하는 모양새다. 정부의 뜻대로 사태가 수습된다면 다행이지만, 현재까지의 경과를 보면 그렇게 되지 않을 가능성이 더 높아 보인다. 전공의의 복귀가 이뤄지지 않고, 의대생들의 대량 유급 사태와 교수들의 사직서 제출이 이어진다면 상황은 그야말로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교착으로 발전할 수 있다. 이는 모두에게 불행한 일이다.
미래를 고려해 의대 정원을 확충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라면, 당장의 의료 현장을 혼란 없이 수습하는 것 역시 정부의 책무다. 퇴로를 끊고 의사 집단에 모든 책임을 돌린다고 파국에 대한 정부의 책임이 없어지는 것은 결코 아니다. 의료계의 반발이 환자의 피해로 돌아오지 않도록 만반의 준비를 하면서, 동시에 대화와 협상에도 성의있게 나설 것을 주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