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의정 충돌에 대통령 탈당 요구까지, 다른 세상에 사는 여권

1일 윤석열 대통령이 의대 증원 문제에 대해 대국민 담화를 발표했다. 언론과의 접촉을 극히 꺼려온 윤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를 발표한 것은 지난해 10월 이태원 참사 직후와 11월의 부산 엑스포 유치 실패 이후 처음이다.

일요일 저녁에 윤 대통령이 긴급 담화를 발표한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여권에서는 "의대 증원과 관련해서 기존보다 좀 더 유연한 입장을 보일 가능성이 있다"는 예측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그동안의 주장을 완강하고 단호하게 반복하는 데 그쳤다. 의대 정원 2천명 증원은 바뀔 수 없고, 정부 방침에 반대하는 의료계는 "국민 생명을 인질로 잡고 불법 집단행동을 벌이는" 집단이라는 것이다.

여론이나 심지어 여당 인사들이 윤 대통령에게 '유연한 입장'을 주문하는 건 의대 증원을 반대해서가 아니다. 전공의 이탈과 의대생 휴학, 대형병원의 진료 축소로 이어진 의료 공백을 이대로 끌고가서는 안 된다는 우려 때문이다. "대통령과 의협의 끝 모르는 치킨게임 앞에서 우리 국민들이 간곡히 촉구하는 것이야말로 바로 ‘정치’(진보당 홍성규 대변인)"라는 지적이 그것이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힘 대결'을 선택했다.

총선을 눈앞에 둔 여당에서는 불만이 속출했다.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숫자에 매몰될 문제는 아니"라면서 "다수 국민은 의사 증원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하지만, 지금의 상황이 조속히 해결되는 것도 바란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의 담화와는 기조가 다르다. 한 위원장이 발탁한 함운경 서울 마포을 후보는 "이제 더 이상 윤 대통령께 기대할 바가 없다"며 윤 대통령의 탈당까지 요구했다. 하루 전날 조해진 의원이 윤 대통령의 사과를 언급한 데 이어 한 발 더 나간 것이다.

정치의 본령은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다. 지금 윤 대통령은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아무 관심이 없고, 여당 역시 이런 대통령과 협의하거나 사태를 중재할 능력이 없음이 드러났다. 당이나 대통령실이나 정치적 무능의 극치를 보여준 셈이다.

총선을 열흘도 채 남기지 않은 상태에서 벌써 정치권에서는 총선 이후 전망을 논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비대위원장이 쫓겨날 것이다, 윤 대통령이 탈당 압력에 내몰릴 것이다 따위의 예측이 그것이다. 그들 사이의 암투야 알아서 할 일이다. 다만 이러고도 총선에서 유권자의 지지를 구하는 건 그야말로 후안무치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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