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KBS 장악 문건’ 진상 철저히 밝혀야

정권의 KBS 장악음모가 담겼다는 문건이 드러났다. 사실이라면 민주주의에 대한 중대한 도전일 뿐만 아니라 이명박, 박근혜 정권 시절로 회귀하는 명백한 표징이다.

MBC ‘스트레이트’와 노조(언론노조 KBS본부), 야당 등이 공개한 ‘위기는 곧 기회다’라는 제목의 ‘대외비’ 문건은 충격적이다. 18장 분량에 KBS를 어떻게 장악해 순치시킬 것인지를 과제별로 세세하게 규정했다. 노조와 야당은 정권에서 박민 사장에게 정권 핵심부가 전달한 ‘KBS 장악 지침서’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 문건이 심각한 것은 지난해 10월 내정돼 취임한 박민 사장 이후 KBS에서 일어난 ‘변화’와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다. 수신료 분리징수 수용, 그간의 방송에 대한 대국민사과, 노조 동의 없는 주요 보직자 임명 등은 미리 준비된 것처럼 실천에 옮겨졌다.

아울러 9시 뉴스 앵커와 주요 프로그램 진행자 교체, 간부 대거 교체 등도 이전에 지켜지던 KBS 내부의 규정이나 노사 관행을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실시됐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지난 2월 윤석열 대통령 신년대담 방송이 ‘외국회사의 조그마한 파우치’ 발언 등 편향적으로 이뤄졌다는 지적이나 세월호 10주기 다큐멘터리 제작 취소 등도 문건에 담긴 권력의 의도와 연결된다고 볼 수 있다.

정권이 공영방송을 장악하려 한다는 의혹은 이번 문건만으로 불거진 것은 아니다. 방송통신위원회와 방송통신심의위원회, MBC와 MBC를 소유한 방송문화진흥회 등을 향해 2년간 일관된 움직임이 이어졌다. 대통령과 가까운 사람들을 세워 기관을 장악하고, 이를 위해 무리한 해촉 등을 시도하다 법원 판결로 바로잡히는가 하면, 내규마저 위배한 운영으로 곳곳에서 파열음이 나오고 있다. KBS를 둘러싼 갈등도 거의 흡사하다.

방송 이후 KBS는 해당 문건에 대해 “출처를 알 수 없고 KBS 경영진이나 간부들에게 보고되거나 공유된 사실이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KBS의 해명이 사실이기를 많은 국민이 바랄 것이다. 헌법이 보장한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고 국민 소유인 공영방송을 사적으로 전유하려 했다는 점에서 문건 진위를 가리는 일이 중요하다. KBS 사장 임명기관이자 문건의 발신지로 의심받는 대통령실은 정확한 사실관계를 밝히고 의혹을 해소해야 한다. 만약 미진하다면 국회 차원의 진상조사나 그 이상의 방안도 강구돼야 한다. 과거 무리하게 언론을 장악하려 한 정권이 어떤 결말을 맞았는지는 모든 국민이 잘 안다. 비극적 결말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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