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국회의원 선거판에 난입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총선 쟁점 가운데 하나로 부각된 민주당 양문석 후보(경기 안산갑)의 새마을금고 편법 대출 의혹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갑자기 끼어들었다. 이 원장은 3일 기자들을 만나 "(양 후보가) 주택 구입 목적으로 사업자 대출을 받았다면 편법이 아니라 명백한 불법"이라고 말했다. "회색의 영역이 아니고 합법이냐 불법이냐. 블랙과 화이트의 영역"이라는 말도 보탰다. 금융기관에 대한 검사와 감독 업무를 하는 사정기관의 수장이 선거판에 뛰어든 꼴이 됐다.

양 후보의 새마을금고 편법 대출은 비난받을 만하다. 주택 가격의 급등 시기에 이른바 '영끌'을 통해 강남의 아파트를 구매한 것도 좋게 보기 어렵고, 장녀 명의로 사업자 대출을 받아 급전을 갚았다는 것도 석연치 않다. 양 후보가 아파트를 팔아 대출을 갚겠다는 입장을 내놓은 것도 여론을 의식한 것일 터이다.

그러나 양 후보에 대한 비난 가능성과 별도로 이 원장의 행태는 짚어봐야 한다. 새마을금고는 금융감독원의 업무 범위가 아니다. 새마을금고에 대한 감독 권한은 행정안전부에 있다. 이번 사건에서도 금융감독원은 행안부의 요청에 따라 검사에 참여하고 있다. 그나마 검사 결과도 아직 나오지 않았다. 그런 차에 이 원장이 직접 "명백한 불법"이라고 먼저 결론을 내린 것이다.

물론 이 원장의 말처럼 "사안 자체가 복잡한 건 아니"다. 그렇다면 더더욱 금감원장이 끼어들 필요가 없다. 이 원장은 "국민적 관심이 크고 이해관계가 많을 경우 최종 검사 전이라도 신속하게 발표하는 게 맞는다고 본다"고 말했는데, 말 자체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이 원장은 정치개입 논란을 염려한 듯 "대통령실 등과 상의한 적이 없고 저 혼자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의 동기에 의구심이 더해지는 이유다.

선거 시기에는 온갖 의혹과 쟁점이 생겨난다. 이런 문제들에 대해 경찰과 검찰이 나서서 '즉결심판'을 내린다면 국민의 선택이 크게 왜곡될 수 있다. 금감원도 마찬가지다. 양 후보의 편법대출 혹은 부정대출 혐의는 관련 기관의 검사나 수사를 거쳐 법적 판단을 받아 마땅하다. 유권자들 역시 양 후보의 행위와 말을 선택의 중요한 기준으로 삼게 될 것이다. 그러나 이 원장이 이 과정에 끼어드는 건 일어나서는 안 될 공무원의 선거 개입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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