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학창시절 가장 즐거웠던 시간을 꼽으라면 단연 점심시간이었다. 교실 앞 게시판에 붙어 있는 식단표를 확인하면서 맛있는 반찬이 나오는 날을 형광펜으로 칠해두고, 친구들과 오늘의 메뉴를 두고 왁자지껄 수다를 떠드는 건 1교시 전 필수코스였다. 특식이라도 나오는 날에는 빨리 배식을 받기 위해 4교시 수업이 끝나기 5분 전부터 책상 밖으로 한 발을 빼두고, 수업 종이 울리자마자 함성을 지르며 우르르 뛰쳐나가기도 했다.
동창을 만나면 ‘그땐 그랬지’라며 웃으며 떠올린 추억거리였지만, 몇 년 전부터는 급식 얘기에 마음이 편치 않았다. 모교 급식실에서 12년간 일하셨던 급식노동자 한 분이 폐암으로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접한 뒤부터였다. 2005년부터 모교에서 일하셨다고 하니, 학창 시절 그토록 좋아했던 급식 역시 고인이 만들어주셨을 테다. 학교 급식노동자의 폐암 사망이 산업재해로 인정받았던 첫 사례였기에 널리 알려질 수 있었지만, 그동안 얼마나 많은 급식노동자들이 우리의 급식을 만들다 쓰러졌던 것인지 가늠하기조차 어렵다.
개인적인 경험을 떠올리게 된 건 최근 온라인상에서 확산된 한 중학교 급식 사진 때문이었다. 서울의 한 중학교 급식 사진이었는데 밥과 국, 반찬 한 가지만 담겨 있어 ‘부실 급식’ 논란이 일었다. 급식을 먹어도 부족하다는 아이의 말에 속상해하던 한 학부모는 구청장에게 ‘아이들에게 제대로 된 한 끼를 먹게 해달라’는 민원을 보내기도 했다.
알고 보니 이 학교에서는 올해 초부터 급식을 만들 인력이 부족해 급식 조리에 차질을 빚고 있었다고 한다. 지난 3월에는 조리원 2명만 남아 급식중단 위기에 처하자, 반찬을 4가지에서 3가지로 줄이는 고육지책을 써야 했다. 이 학교의 조리 종사원 배치 기준은 9명이지만, 2명의 조리원이 천 명이 넘는 전교생의 점심을 책임지고 있었던 것이다. 현재는 기존 인력에 더해 대체인력과 일용직까지 포함해 7명이 급식 조리를 담당하고 있지만, 여전히 배치 기준보다 2명이 모자란 상황이다.
이 학교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이미 ‘급식실 결원 사태’는 전국적으로 확인되는 문제다. 노동·시민사회, 진보정당이 구성한 ‘학교급식실 폐암대책위원회’에 따르면, 새 학기가 시작된 지난 3월 기준 결원된 급식노동자는 서울 203명, 경기 481, 인천 200명, 충북 130명, 제주 93명 등이었다. 신규 채용 미달률 역시 서울과 충남이 30%, 충북과 제주의 경우 60%가량일 정도로 높은 수준이다. 인원 충원은 잘 안 되는데, 남아있는 사람도 오래 버티지 못하고 떠난다. 이러한 악순환이 반복되다 보면, 아이들의 급식에도 영향을 미치는 상황까지 이어지는 것이었다.
급식실 결원의 주된 원인으로는 ‘열악한 처우’와 ‘위험한 노동환경’이 꼽힌다. 급식노동자들은 200만원이 채 되지 않는 낮은 임금을 받는 데다가 방학에는 급식실을 운영하지 않기 때문에 1년 중 3개월가량은 이마저도 받지 못하고 있다. 다른 기관보다 급식노동자 1명이 담당해야 할 식수 인원은 2~3배가량 많아 고강도 노동이 이뤄지는데, 환기 시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탓에 조리 과정에서 나오는 발암물질(조리흄)에 노출될 위험성도 그만큼 크다.
교육 당국은 당장의 노동강도를 줄이기 위한 방법으로 식기류 세척 외주화나 급식 로봇 도입 등을 검토 중이지만,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수년째 급식노동자들이 요구해 온 건 처우개선과 1인당 식수 인원 감축, 환기시설 개선 등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다. 부실 급식 논란이 재현되지 않으려면, ‘죽음의 급식실’을 개선해달라는 급식노동자의 절규부터 들어야 하지 않을까. 급식노동자들이 안전하고 행복하게 일할 수 있어야 아이들도 급식 시간을 마음껏 즐거워할 수 있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