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새로운 상상으로 만들어낸 버지니아 울프의 삶과 작품, 창작 뮤지컬 ‘버지니아 울프’

창작 뮤지컬 '버지니아 울프' 공연 사진 ⓒ할리퀸크리에이션즈(주)

창작 뮤지컬 ‘버지니아 울프’가 4월 23일 서울 충무 아트센터 중극장 블랙에서 초연을 시작했다. 이 작품은 전개가 빠르고 극의 집중도를 높일 수 있는 2인극이다. 또한, 여성 관객 비율이 높은 뮤지컬 시장에서 ‘버지니아 울프’라는 인물이 주는 상징성은 관객들의 호기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창작 뮤지컬의 등장은 늘 기분 좋은 설렘과 기대를 동반한다. 창작물은 늘 성공과 실패의 과정을 겪으며 성장하고 경쟁력을 갖게 된다. 그래서 이번 창작 뮤지컬 ‘버지니아 울프’의 새로운 도전 역시 관심을 가지고 지켜볼 필요가 있다.

실존 인물과 가상 인물이 만드는 새로운 이야기


버지니아 울프는 20세기를 대표하는 모더니즘 작가이다. 정식으로 학교를 다닌 적이 없는 버지니아는 독학으로 쌓은 지성으로 경제학자 케인스, 작가인 포스터와 같은 모임의 일원이 될 정도로 뛰어난 여성이기도 했다. 그녀는 훗날 페미니즘의 교과서가 된 ‘자기만의 방’을 썼으며, 소설 ‘델러웨이 부인’을 통해 ‘의식의 흐름’이라는 소설 기법의 개척자로 평단과 독자의 지지를 받으며 성공을 거두기도 했다. 하지만 버지니아 울프는 젊은 시절부터 앓았던 정신질환을 비관해 강물에 빠져 스스로 목숨을 끊고 만다.

뮤지컬 ‘버지니아 울프’는 바로 여기에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버지니아 울프가 자살한 그 시점을 극 속으로 끌어들여 죽음과 소설 이면의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냈다. 극 속에서 버지니아 울프는 20세기 최고의 작가로 사랑받는 ‘애들린 버지니아 스티븐’으로 재탄생한다. 버지니아 울프의 소설 속 가상 인물 ‘조슈아’와 ‘애들린’은 가상과 실존 인물로 만나게 된다.

창작 뮤지컬 '버지니아 울프' 포스터 ⓒ할리퀸크리에이션즈(주)

1927년 영국 런던. 청년 조슈아는 다니던 직장에서 해고되고 갑작스러운 빚을 떠안게 되면서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었다. 조슈아는 어느 날 강가에 쓰러져 있는 애들린을 발견하고 집으로 데려오게 된다. 깨어난 애들린은 눈 앞에 펼쳐진 모든 상황이 자신이 쓴 소설 속 이야기임을 알게 된다. 조슈아는 한가닥 희망을 기대하며 애들린에게 자신의 삶을 바꿔놓을 수 있도록 이야기를 써달라고 제안한다. 애들린의 소설이 진행될수록 조슈아와 소설 속 인물들의 삶은 생각하지 못한 방향으로 전개된다. 애들린은 그 속에서 어떤 선택을 하게 되는지를 지켜보는 것은 이 작품의 관람 포인트가 된다.

세련된 무대가 주는 익숙함, 장점이자 단점


2인극 뮤지컬이지만 러닝타임을 꽉 채우는 곡들은 세련됐다. 익숙한 선율과 익숙한 흐름은 초연 작품에 안정감을 준다. 무대 배경으로 최근 많이 사용되는 영상기술도 눈에 익숙하다. 이 기술은 다양한 배경을 세트로 만들었던 예전과 달리, 영상을 활용해 실제와 다름없는 배경을 만들어낸다. 이것은 빠른 무대 전환을 가능하게 해서 극의 속도감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 런던 거리에서 강가로 순간 이동이 가능한 것도 바로 이 영상기술 덕분이다.

아쉬운 점도 있다. 실존 인물인 버지니아 울프는 그녀가 어떤 일을 했는지는 몰라도 이름 정도는 누구나 알고 있을 정도로 유명한 인물이다. 하지만 공연장을 찾는 관객이 버지니아 울프의 죽음과 이 작품이 연장선에 있음을 한 번에 알아채기는 어렵다. 극이 전개되는 내내 애들린과 버지니아 울프를 어떻게 연결시켜야 할지를 고민하게 되는 이유다. 관객이 그리는 버지니아 울프와 작품이 보여주고 싶은 버지니아 울프의 간극이 어떻게 좁혀지는지가 궁금해지는 작품이다.

애들린 버지니아 스티븐 역은 배우 박란주, 주다온, 전혜주가 맡았다. 조슈아 워렌 스미스역은 윤은오, 김리현, 황순종이 연기한다. 뮤지컬 ‘더 라스트맨’을 함께 작업한 김지식 작가가 원안을, 권승연 작곡가가 초연 원작 대본과 음악 작곡 및 편곡을 맡았다. 뮤지컬 ‘레미제라블’, ‘위키드’, ‘오페라의 유령’, ‘캣츠’ 등 세계 최정상급 뮤지컬 국내 연출 경험이 풍부한 홍승희 연출 등 실력파 창작진들이 참여했다. 뮤지컬 ‘버지니아 울프’는 7월 14일까지 서울 충무아트센터 중극장 블랙에서 공연된다.

창작뮤지컬 ‘버지니아 울프’

공연날짜 : 2024년 4월 23일(화)~2024년 7월 14일(일)
공연장소 : 충무아트센터 중극장 블랙
공연시간 : 화~금 20시/토요일 15시, 19시/공휴일, 일요일 14시/월요일 공연 없음
러닝타임 : 100분
관람연령 : 중학생 이상 관람가 (2011년 포함한 이전 출생자)
창작진 : 대본, 음악, 작편곡, 권승연/연출 홍승희/음악감독 박은혜/무대디자이너 최영은/조명디자이너 이유진/영상디자이너 한지원/음향디자이너 장태순/의상디자이너 도연/분장디자이너 김민경
출연진 : 박란주, 주다온, 전혜주, 윤은오, 김리현, 황순종,
공연예매 : 인터파크 1544-1555



기사 원소스 보기

기사 리뷰 보기

관련 기사

기사 원소스 보기

기사 리뷰 보기

관련 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