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세상의 진보는 멈춘 적이 없다

길동무 인문학당이 6월 5일부터 ‘근대세계의 혁명사’ 강의

2004년 5월31일 국회 본청 앞에선 민주노동당 국회의원과 보좌진들이 함께한 가운데 첫 국회입성과 관련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 여러분, 희망의 정치를 실현하겠습니다”라고 다짐을 했다. 하지만, 20년이 지난 지금 진보정당 운동은 위기를 맞고 있다. ⓒ진보정치

지난 4‧10 총선은 제1야당 등 범야권에게 큰 승리를 안겨주었다. 윤석열 정부가 대한민국의 헌정질서를 노골적으로 훼손하고 있다는 점에서 국회가 통과시킨 법률안에 대한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을 무력화하고 탄핵도 가능한 200석에 미치지 못한 것을 아쉬워한 유권자도 많지만, 어쨌든 현 정권의 폭주에는 제동이 크게 걸린 셈이다.

그러나 이런 총선 결과를 두고 마냥 기뻐하기는 어렵다. 우리는 더불어민주당이라는 큰 정당이 2016-17년의 촛불대항쟁이 요구한 사회개혁을 제대로 하지 못했고 촛불의 힘이 다시 찾아준 정권마저 도무지 집권 자격이 없는 인물과 세력에게 빼앗겼다는 사실을 잊을 수 없다. 정권 상실 2년 후에 더불어민주당이 정신을 차려 믿을만한 정치세력으로 바뀌었다고 믿는 국민은 거의 없을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진보정당의 뚜렷한 퇴보이다. 국회 의석 300석 중에 0석이라는 표현도 나왔지만, 이는 더불어민주당의 위성정당과 결합하여 원내에 진출한 진보당과 기본소득당 등을 무시하는 경솔한 어법이다. 그러나 녹색당과 연합한 정의당은 20년 전의 원외정당으로 주저앉았으며, 비례대표 득표수가 극우인 자유통일당에도 뒤지는 충격적인 결과가 나왔다. 진보정치의 환골탈태가 절실하다.

비전문가가 함부로 말하기 조심스럽지만, 지난 20년의 진보정당 운동은 성공했기 때문에 실패했다는 역설적 평가는 타당하다고 본다. 민주노동당 당원들이 당비를 꼬박꼬박 내며 당원의 의무와 권리를 적극적으로 행사하자, 그런 당 운영방식이 없던 기성 정당들은 민주노동당에 크게 영향을 받아 지금은 정당 구조와 활동이 권리당원 중심으로 조금은 바뀌었다. 또한 진보정당이 무상급식, 무상교육 등 시대를 앞서가는 의제를 내놓으면, 더불어민주당이나 국민의힘 계열 정당이 그런 의제를 수용함으로써 어느새 진보정당의 입지가 오히려 좁아지고 말았다는 것이다.

러시아 혁명 ⓒ기타

이런 상황에서 진보진영은 모든 것을 원점에서 다시 검토해야 마땅하다. 더구나 전세계적으로 전통적인 좌파 이념과 정당들은 몰락하고 있으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나 가자 전쟁 등으로 기성 국제질서의 붕괴가 가시화되고 있는 현재의 세계 정세에서 근본적인 성찰은 늦출 수 없는 과제이다.

익천문화재단 길동무(이하 ‘길동무’) 인문학당이 6월 5일부터 대면/비대면 동시 진행으로 여는 ‘근대세계의 혁명사’는 바로 그런 노력을 위한 작은 발걸음이다(홈페이지 참조. https://gildongmu21.com). 프랑스대혁명, 러시아혁명, 멕시코혁명, 스페인내전과 사회혁명, 중국혁명, 쿠바혁명, 베트남혁명 등 대표적인 혁명을 총 10회에 걸쳐 매주 공부한다. 이미 작년 가을에 시범적으로 강좌를 열어 그 성과를 평가하며 가다듬은 프로그램이다. 관심 있는 이들의 바쁜 일정을 감안하여 일정 숫자 안에서 강좌를 골라 들을 수도 있다.

이 기획을 위해 작년의 시범 강좌를 모니터링하면서 많은 것을 배웠다. 멕시코혁명의 실상이나 스페인내전의 사회혁명적 성격 등은 우리에게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내용인데, 수강생들이 시야가 넓어졌다며 흡족해하던 기억이 생생하다. 러시아 본국에서는 정작 부정당하는 혁명이지만 세계혁명의 일환으로 바라본 러시아혁명의 시각도 신선했다. 역사학과 사회과학의 최신 연구 성과가 현장 운동의 고민과 만나는 자리가 되기를 기대한다.

라 쿠브르(La Coubre)호 폭발 희생자들을 추모하면서 행진하는 쿠바의 지도자들. 쿠바 정부는 라 쿠브로호 폭발 사건이 미국정부의 소행이라고 비난했다. 왼쪽부터 피델 카스트로, 오스발도 도르티코스 쿠바 대통령, 체 게바라가 쿠바 정부의 장관들과 함께 행진했다. 1960.3.5 ⓒAP

이 프로그램은 아직 불완전하다. 대표적으로 유럽 전체를 뒤흔든 1848년 혁명이 빠진 것은 두드러진 약점이며 앞으로 적극적으로 보완할 것이다. 미래에 벌어질 체제전환 운동은 결코 일국 차원에서 성공할 수 없고 국제적인 연대운동으로서만 성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근대왕조시대를 혁파하고 근대 국민국가 태동의 물결이 전 유럽을 휩쓸었던 1848년 혁명에 대해 각별한 관심이 필요하다. 최근의 국제적인 혁명적 흐름의 좋은 사례는 2010∼2011년의 ‘아랍의 봄’이지만, 안타깝게도 현재로서는 좌절했다. 그러나 인류의 절박한 과제인 기후-생태 위기 또한 범세계적인 연대를 전제하는 것임을 기억해야 하며, 한국 사회의 변혁 역시 남북간의 긴장 완화나 한반도 평화체제의 구축 등과 함께 가면서 주변 국가와 국제 사회를 설득해야만 가능하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길동무의 ‘근대세계의 혁명사’ 강좌가 우리의 진보적 사회운동이 거듭된 좌절을 딛고 일어서는 일에 조금이나마 기여하기를 소망한다. 그러기 위해 길동무 인문학당은 2024년 하반기부터는 ‘근대 한국의 혁명사’, ‘현대 자본주의 분석’ 등에 대한 강좌 등도 기획하여 선보이려고 한다. “나를 위해, 세계를 위해 함께 공부하는 길동무 인문학당”에서 새로운 사회에 대한 꿈을 함께 그려 나가 보길 소망한다.

 바로 신청하기 : https://bit.ly/근대세계의혁명사수강신청

- 일시 : 6월 5일 ~8월 7일(매주수요일 10회)19시~21시
- 장소 : 길동무 교육관(서울시 서초대로 46길 74, 민변 4층)
- 정원 : 대면 25명(수도권)+비대면(ZOOM)20명(비수도권) 신청+입금 순 마감 


익천문화재단 길동무 인문학당 ‘근대세계의 혁명사’ ⓒ익천문화재단 길동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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