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서울 강남 한복판에서 611개 시민사회단체와 2만 명의 시민들이 모여 기후위기 대응을 촉구하는 기후정의행진을 개최했다. 이들이 이날 외친 슬로건은 “기후가 아니라 세상을 바꾸자”였다.
기후 문제는 더 이상 방치할 수 없을 만큼 심각한 문제임에도 우리나라에서는 상대적으로 강력한 정치적 이슈가 되지 못했다. 기후 문제가 대선의 당락을 가를 정도로 중요한 이슈로 부각된 미국 등과 비교하면 이런 경향은 더 도드라진다.
실제 미국 미래사회환경센터(C-SEF)가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2020년 대선에서 약 3%의 유권자가 기후 문제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바이든에게 투표했다고 밝혔다. 또 블룸버그통신은 “3%는 바이든을 대통령에 당선시키기에 충분했던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이번 미국 대선에서도 기후는 여전히 가장 중요한 이슈다. 검사 시절 환경정의 부서를 만들고 엑슨 모빌(Exxon Mobil)이나 BP 같은 거대 석유회사들의 불법을 기소한 경력의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지구온난화는 사기극”이라고 목소리를 높이는 트럼프 전 대통령과 맞붙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정치권에서 기후 문제는 번번이 중요한 이슈가 되지 못했다. 지난 총선에서 기후 이슈를 선점한 녹색정의당은 원내 진입에 실패했고, 그에 앞서 RE100이 뭔지도 모른다던 윤석열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기도 했다.
기후 위기는 우리 사회의 가장 취약한 계층을 먼저 덮친다. 반지하방에서 사는 일가족이 폭우로 목숨을 잃고, 폭염 속에서 고강도 노동에 몰린 노동자들이 숨지는 현실은 더 이상 방치할 수 있는 수준의 불평등이 아니다.
지난달 29일 헌법재판소는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2030년까지만 규정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탄소중립기본법)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정부의 기후위기 대응이 부족하면 국민의 기본권이 침해된다는 판단으로 기후위기 대응의 책임이 국가에 있음을 인정한 결정이었다.
그런데도 윤석열 정권은 경제성장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끊임없이 전력 수요와 핵 위험, 온실가스를 늘리는 위험한 질주를 계속하는 중이다. 시민사회는 뜻을 모아 이 위험한 질주를 멈출 투쟁을 계속해야 한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도 더 이상 기후 문제를 부차적인 이슈로 여기지 말고 윤석열 정권과의 싸움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