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당 대표가 24일로 예정된 윤석열 대통령과의 만찬 회동에서 '독대'를 요청했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여당 대표가 대통령을 만나서 정국 현안을 논의하는 건 특별한 일이 아니다. 정국을 풀어나가는 데서 두 사람이 다른 견해를 갖고 있다면 더더욱 필요한 일이다. 23일이면 한 대표가 취임한 지 두 달이 되는 때이니 더욱 그렇다.
두 사람 사이의 이견은 이미 여러 차례 노출된 바 있다. 한 대표는 취임 후에만 해도 김경수 전 경남지사의 복권을 반대했고, 2026년도 의대 증원 유예를 거론해 대통령실과 이견을 드러냈다. 채상병 특검법이나 김건희 여사 문제와 관련해서도 두 사람의 입장은 다른 것으로 보인다. 이번 만찬이 관심을 끄는 이유다.
그동안 한 대표는 여당 대표로서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데 있다. 일각에서 '치고 빠지기'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한 대표의 처신은 우유부단했다. 이를 지적하는 언론의 질문에 한 대표는 늘 "내 입장은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는 식으로 넘어갔다. 입장을 밝히는 것으로 제 역할을 다한 것이라면, 윤 정부의 실패에 대해서는 책임을 지지 않겠다는 뜻이 된다. 지금 여당과 정부의 지지율이 한꺼번에 떨어지는 걸 보면 국민은 그리 생각하지 않는 듯하다.
한 대표에게 수단이 없는 것도 아니다. 지난 총선에서 한 대표는 여당의 공천을 주도했고, 당 지도부 경선에서도 완승을 거뒀다. 비록 대통령의 위세에 눌려있다고는 하지만 자신을 지지하는 여당 의원들이 상당하다. 마음만 먹으면 야당과의 협의를 통해 현안을 처리할 수 있다. 당장 채상병 특검법만 봐도 그렇다. 그런데도 단지 '입장을 밝히는데' 머물러있다.
관료와 비서들에 둘러싸인 대통령과 달리 여당 대표는 민심과 직접 소통할 수 있는 자리다. 한 대표 스스로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민심을 안 따르면 용산과 여당에 기회가 없을 거라는 추석 여론을 확인했다"고 말한 바 있다. "대통령실 생각이 민심과 다른데 불편한 게 싫다고 편들어야 하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그 말대로 하면 된다.
우려스러운 건 한 대표가 자신의 말을 잘 지키지 않았다는 점이다. 한 대표는 여러 차례 여당이 나서서 채상병 특검법을 발의하겠다고 약속했는데, 그렇게 하지 않았다. 김 여사와 관련해서도 용산이 역정을 내면 이내 자세를 낮추었다. 여당 의총에 참석해 의원들을 설득하려는 모습도 보여주지 않았다. 내일 윤 대통령을 만나서도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