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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임종석의 ‘두 국가’ 주장, 동의할 수 없다

임종석 문재인 정부 청와대 비서실장의 '두 국가' 주장이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임 전 실장은 지난 19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9·19 공동선언 6주년 기념식에서 "통일을 꼭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내려놓자", "객관적 현실을 받아들이고 평화적인, 민족적인 두 개의 국가를 수용하자"고 말했다.

임 전 실장의 발언이 알려지자 정부와 여당은 색깔론으로 맞섰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북한의 주장과 닮아도 너무 닮았다"고 말했고, 오세훈 서울시장은 "두 개의 국가를 받아들이자는 그들의 주장은 김정은의 '적대적 두 국가론'을 복명복창 하는 꼴"이라고 주장했다. 임 전 실장의 주장을 북한의 주장과 억지로 연결시켜서 지령 운운하는 것은 부당하고 치졸하다. '두 국가'론은 전두환 정부 이후 줄곧해 보수 정치세력의 내심이었다. 무엇보다 대결 일변도의 대북정책으로 남북관계를 파탄으로 이끈 국민의힘이 할 말은 아니다.

임 전 실장도 김정은 위원장이 말한 '적대적 두 국가와는 다른 이야기'라고 선을 그었다. 임 전 실장은 적대적인 두 개의 국가 관계는 있을 수 없다며 "평화적인 두 국가, 민족적인 두 국가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논란이 된 다음날 임 전 실장은 "토론의 계기가 되길 바란다"며 논의를 촉발하고자 했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임 전 실장의 의도가 무엇이건 이같은 주장에는 찬성할 수 없다. 시대가 변하고 상황이 바뀌면 누구의 입장이든 변할 수 있다. 북한의 태도가 과거와 달라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남에 사는 사람들과 북에 거주하는 이들이 하나의 민족이며, 언젠가는 통일을 이루어야 한다는 건 재론의 여지가 없다. 남과 북은 각각이 주권국가의 자격으로 UN에 동시가입했던 1991년에도 남북기본합의서를 통해 "쌍방사이의 관계가 나라와 나라 사이의 관계가 아닌 통일을 지향하는 과정에서 잠정적으로 형성되는 특수관계"라고 선언한 바 있다. 이를 다른 말로 대신해야 할 어떤 변화가 있는 것도 아니다.

평화와 통일을 양자택일로 보는 시각도 적절치 않다. 임 전 실장은 "통일을 버리고 평화를 선택하자"고 주장했는데, 통일을 버리면 평화가 온다는 어떤 근거도 제시하지 않았다. 현실은 정반대다. 지금 세계는 미국과 중국의 대결, 서방과 글로벌 사우스의 갈등으로 시끄럽다. 이런 상황에서 남북이 '두 개의 국가'를 선언하고 각자의 진영에 가담하는 건 한반도에서의 전쟁 위협만 높이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남과 북의 정부가 지금 그렇게 하고 있다면 이를 비판하고 설득하는 것이 도리어 임 전 실장을 비롯한 이들이 해야할 역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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