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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696일 만에 첫발 내디딘 이태원 특조위, 진실규명 박차 가해야

‘10·29 이태원참사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가 23일 송기춘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위원장으로 선출하며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송 위원장은 “출발이 지연된 만큼 더욱 철저하게 본연의 책무를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지 무려 696일 만이자 이태원 참사 특별법(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해 공포·시행된 지 4개월 만이다.

특조위 활동이 이렇게까지 지체된 데에는 윤석열 정부의 책임이 크다. 참사 직후 정부는 사고 수습과 피해자 구제에 집중하기 보다 경찰과 하급 관료들에게 책임을 떠넘기기에 급급했다. 사고가 발생한 지 2년이 다 돼가는 지금까지 윤 대통령은 국민과 유족에게 진정성 있는 사과조차 표명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특조위 구성을 위한 특별법에 대해 거부권까지 행사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역시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은 채 장관직을 유지하고 있으며, 이 사건으로 기소된 당시 서울경찰청장 등 18명의 공무원에 대한 재판은 겉도는 책임 공방으로 지지부진한 상태다. 159명이 사망한 대형 참사가 발생하고 2년이 지나도록 뭐 하나 제대로 밝혀진 것도 없고, 처벌을 받은 이도 없다. 정부도, 사법부도 제 역할을 하지 않았다는, 아니 할 의지조차 없었다는 의미다. 특조위 역할이 중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특조위는 사고 당시 긴급 구조 체계가 왜 신속히 작동하지 않았는지와 같은 구조적 문제를 규명하는 것과 함께 후속조치 과정에 있었던 정치적 책임과 관리 소홀에 대한 부분까지도 투명하게 밝혀내야 한다. 전자가 국가 위기 대응 시스템의 문제점을 짚어내는 것이라면 후자는 이 같은 시스템 전반을 관리·감독하는 자들에게 책임을 묻는 과정이다. 특히 정부가 참사의 원인과 대책을 놓고 불필요하게 시간을 끌고,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하지 않으려는 모습은, 국민의 신뢰를 배신하는 행위로 평가받아 마땅하다.

참사의 진상을 철저히 규명하고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하는 것은 피해자와 그 가족들을 위로하는 첫걸음이며, 동시에 국가의 재발 방지 의지를 확인하는 중요한 과정이다. 따라서 이번 특조위의 활동은 단순히 과거의 사건을 수습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미래를 위한 중대한 책임이자 사명임을 명심해야 한다. 여야 추천 위원들은 자신의 정치적 견해를 배제하고, 성역 없는 조사를 통해 진실을 규명해야 하며, 조사 결과에 대해서는 대통령이든 장관이든 누구도 예외 없이 겸허히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과거의 반성을 넘어 책임이 따르는 조사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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