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단체회식’으로 끝난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 만찬

윤석열 대통령의 24일 국민의힘 지도부 초청 만찬은 아무 내용없는 ‘단체 회식’으로 끝났다. 의료개혁이나 정국 현안에 대한 논의나 메시지도 없이 윤 대통령의 ‘체코 순방’ 얘기만 듣고 끝났다. 만찬을 지켜보는 국민들은 여당 대표의 독대 요청과 대통령의 거절이 반복되는 상황만 지켜보고 있다.

윤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 만찬은 전당대회 직후인 지난 7월 24일 이후 두 달 만이다. 만찬은 언론에 전부 비공개로 진행됐다. 대통령실 전속 취재로 진행해 선별된 사진들과 서면 자료만 배포됐다. 그 흔한 공개 모두발언 조차 없었고 그나마 한 대표에게는 발언 기회도 없었다. 대통령도 여당 대표도 이 자리를 빌어 국민들에게 내놓는 메시지가 없었다.

완전 비공개로 진행할 정도로 내밀한 논의가 있었던 것도 아니다. 대통령실은 만찬에서 거론된 주요 의제로 윤 대통령의 체코 순방 관련 ‘성과 공유’를 꼽았다. 이번 만찬을 예고하며 “추석민심과 의료 개혁을 비롯한 개혁과제, 민생 현안 등을 논의하는 폭넓은 소통의 자리가 될 것”이라고 했던 것과는 사뭇 다른 결과다. 결국 여당 지도부와 대통령이 90분간 ‘밥만 먹고’ 헤어진 셈이다.

만찬을 둘러싼 여당 대표와 대통령 사이의 ‘의제’는 ‘독대 여부’였다. 만찬에 앞서 한동훈 대표는 윤 대통령과 독대를 요청했지만 대통령실은 ‘상견례 성격의 자리’라는 취지로 거절했다. 만찬 말미에 한 대표가 홍철호 정무수석에게 "윤 대통령과 현안을 논의할 자리를 잡아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홍 수석은 한 대표의 독대 재요청에 즉답하지 않았다고 한다. ‘독대 요청’으로 시작돼 ‘독대 요청’으로 끝난 만찬이 됐다.

대통령이 여당 지도부와 만나 할 얘기가 없는 시절인가. 의료붕괴 상황이 몇 개월째 지속되고 있고 채상병 특검법과 김건희 특검법이 국회를 다시 통과했다. 김 여사를 둘러싼 의혹은 연일 터져나오고 있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과 명품백 수수 문제에 더해 공천개입 의혹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한 대표는 독대를 통해 의대증원 문제와 김 여사 관련 입장을 전하려고 했다고 한다. 대통령이 오히려 정국 난맥상을 풀기 위해 여당의 의견을 청해야 할 상황에 귀를 닫겠다는 태도만 보이고 있다. ‘불쾌한 얘기는 듣지 않겠다’는 대통령은 국민에게는 물론 여당에도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야당은커녕 여당 대표와도 갈등만 하는 대통령을 언제까지 지켜보고 있어야 하는지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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