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민주노총 조합원들에게 징역형이 선고된 데 대해 “정치적 판결”이라며 규탄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국가보안법폐지국민행동 등 시민사회단체는 이날 대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재판부는 유죄의 이유로 윤석열 퇴진이 북한의 지령이라는 등, 윤석열 정권의 공안탄압에 힘을 실어주는 정치적 판결을 내렸다”며 “정치적으로 엄정해야 하는 사법부가 윤석열 정권의 공안탄압에 편승하는 정치적 판결을 자행했다”고 비판했다.
수원지법은 전날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전 민주노총 조직쟁의국장 석 모 씨에게 징역 15년을, 전 보건의료노조 조직실장 김 모 씨에게 징역 7년을, 전 금속노조 부위원장 양 모 씨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 다만, 함께 기소된 전 민주노총 산하 모 연맹 조직부장 신 모 씨에게는 무죄를 선고했다.
김재하 국가보안법폐지국민행동 공동대표는 “어제 재판은 이례적이었다. 판사의 판결문은 검사의 공소장 판박이였고, 재판부는 정권 유지에 앞장서 온 공안 검찰의 공소장을 그대로 장시간에 걸쳐서 낭독하고, 그 판결문을 조·중·동 등이 그대로 보도하고 있다”며 “정권 유지를 위해 민주 인사들에게 국가보안법을 적용해 압수수색하고 구속시키고 또 중형을 내리는 윤석열 정권의 앞잡이 노릇을 하는 사법부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의 변호인단인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소속 함승용 변호사는 “국가보안법 1조 2항에는 이 법을 해석 적용함에 있어서 필요한 최소한도에 그쳐야 하며, 이를 확대해석하거나 헌법상 보장된 국민의 기본적 인권을 부당하게 제한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정하고 있다”며 “국가보안법은 그 자체로 위헌적이지만, 국가보안법을 적용할 때에도 이러한 조문과 같이 매우 엄격하게 적용하고 실질적이고 명백한 위험이 있는지 여부에 대해 판단해야 한다. 그렇지 못한 이번 판결은 매우 부당하다”고 밝혔다.
또한 함 변호사는 “한 가지 중요한 점은 이번 사건에서 피고인들이 기소되기 이전부터 ‘민주노총 간첩단’이라는 프레임으로 사건이 진행됐다는 것”이라며 “이들은 기소되기 이전부터 일상이 파괴되었고, 일상생활을 영위하기 어려웠다. 자신이 20년 넘게 몸담았던 조직을 그만둬야 했고, 재판이 시작되기 이전부터 이미 간첩단으로 규정돼 사회적으로 고립됐다”고 지적했다.
함 변호사는 “이러한 상황 속에서 무죄추정의 원칙이나 피고인들의 일상을 지키기 위한 공소장 일본주의와 같은 의견은 실질적으로 작동되지 않았다”며 “하지만 피고인 4명 중 1명은 무죄가 선고됐다. 따라서 이들이 간첩단을 구성했다거나 조직적 활동을 했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
황인근 NCCK 인권센터 소장은 “판사가 읽어주는 북한 지령이라고 하는 내용을 듣다 아연실색했다”며 “근 10여년 대한민국에서 일어난 모든 시민 운동이 북한의 지령에 의한 것이었다. 정부의 패악에 맞서 외치는 모든 구호가, 전쟁을 반대하고 평화를 바라는 시민들의 외침이 모두 북의 지령이라고 주장하는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엄미경 민주노총 부위원장도 “북의 공작 지령이라고 일컬어지는 문서 몇 쪽이, 대화 몇 마디가 대한민국 근간을 흔든다는 거짓 선동으로 민주노총 활동을 왜곡하고 민주노총 간부들을 왜곡하고 있다”며 “더 이상 이런 거짓과 국가보안법으로 정치적 돌파를 하려고 하는 그 마음을 모든 국민들이 알고 있다. 결코 통하지 않을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