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귀환으로 국제정세가 크게 요동치고 있다. 트럼프 당선자의 입장은 매우 혼란스러워 쉽게 예측하기 어렵지만, 현재의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미국의 지원에 대해서는 부정적 태도가 역력하다. 트럼프는 선거 기간 내내 "우크라이나 분쟁 해결을 위해 푸틴과 만날 것이며, (대통령이 된다면) 24시간 내 전쟁을 끝내겠다"라고 말해왔다. 바이든 행정부는 그 동안 우크라이나에 우리 돈으로 200조원 이상을 지원해 왔고, 앞으로도 다음 정부가 출범하기 전에 수조 원을 추가로 지원하겠다는 입장이다. 물론 트럼프는 이에 대해 매우 부정적이다.
트럼프 당선자의 러닝메이트인 밴스 상원의원의 입장은 한층 구체적이다. 벤스는 지난 9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투선 양쪽에 비무장지대를 설치하고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을 배제하는 방식으로 전쟁을 동결할 수 있다는 구상을 밝힌 바 있다.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 방안을 강하게 비난해왔지만 미국의 정권 교체에도 이를 고집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물론 푸틴의 러시아가 트럼프의 협상을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러시아는 일단 트럼프의 입장을 지켜보겠다는 쪽이다. 양측이 순조롭게 협상을 통해 전쟁을 끝낼지, 혹은 또 다른 변수로 인해 상황이 악화할지 조차 지금은 예단하기 어렵다.
이렇게 불확실성이 고조된 상황이라면 누구나 신중하게 행동해야 한다. 특히 북한군 파병설 이후 초강경으로 치달아온 우리 정부는 이제 톤을 낮춰야 한다. 여론도 과반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을 반대하는 쪽이다. 보수 진영에서도 전쟁에 개입해 러시아와 적대하게 되는 상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다. 야당의 강경한 반대를 핑계 삼아 정부가 일단 숨을 고르는 것도 어려운 일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유독 윤석열 대통령만은 다른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 윤 대통령은 7일 기자들과의 문답에서도 "북한군의 관여 정도에 따라 단계별로 우리가 지원방식을 좀 바꿔 나간다"며 "무기 지원이라는 것도 배제하지 않는다는 것으로, 앞으로 상황을 봐야 할 듯하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러시아로부터 민감한 군사기술 이전이 있을 수 있고, 북한 특수부대가 현대전에 대한 경험을 쌓게 되면 이것이 우리 안보에 치명적"이라고 말했는데, 우리가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보낸다고 이런 우려가 해소되는 것도 아니다.
결국 남는 건 러시아와의 적대적 관계 뿐이다. 트럼프 당선으로 미러 관계가 변화의 조짐을 보이는 상황에서 우리가 나서서 러시아와 맞서는 게 무슨 국익인가. 바이든이 주창한 '가치외교'를 트럼프 시대에도 고집한다는 건 상식적이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