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7일 기자회견을 통해 부인 김건희 여사와 정치 브로커 명태균 씨와 관련된 의혹 대부분을 부인했다. 대통령의 발언 속에는 국민을 향한 사과도 포함되었으나, 이어지는 이야기는 대국민 훈시와 자화자찬이었다. 사과도 무엇을 잘못했다는 것인지 진정성도 없고 실체도 없었다. 이어지는 일문일답에서는 반말 섞은 거만한 태도로 일관해 저런 수준의 사람이 대한민국 대통령이었는지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윤 대통령은 “(김건희 여사가) 가서 하여튼 사과 제대로 해, 국정성과 이런 얘기 하지 말고 사과를 많이 해”라고 했다며 부인이 시켜서 한 사과였음을 고백하기까지 했다. 부끄러움은 국민의 몫이 됐다.
김 여사 관련 의혹에 대한 기자들의 연이은 질문에는 “침소봉대”와 “악마화” 등의 표현을 사용하여 대수롭지 않게 넘기려는 모습이 비쳤다. 김 여사의 잘못된 처신과 후속조치에 대한 질문에는 “앞으로 부부싸움을 많이 하겠다”는 황당 답변을 내놨다. 명태균 씨와 관계에 대해서는 “휴대전화를 바꾸지 않아서”라는 수준 이하의 해명을 했다.
김 여사의 국정농단에 대한 질문에는 “대통령 부인이 대통령을 도와 선거도 치르고, 국정을 원만하게 하길 바라는 일들을 국정농단이라고 하면 국어사전 정의를 다시 해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받아쳤다. 대통령은 김 여사의 “미안함과 국민을 걱정시키는 마음이 있다”고 전했으나, 끝까지 잘못은 없고 잘못했다고 지적한 사람들이 문제라는 태도를 보였다. 2022년 국민의힘 선거 공천 개입 의혹과 관련해서는 “당에서 진행하는 공천을 제가 왈가왈부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가 명태균 씨와 관련해서 부적절한 일을 한 것도 없고, 또 감출 것도 없다”고 힘주어 말했다. 명 씨와 나눈 녹취파일이 온 세상에 공개되었다는 사실 자체를 모르는 사람처럼 말했다. 대통령이 평범한 국민의 생각과 소통할 수 있을지 거대한 의문이 제기되는 이유다.
경제성과와 회복 전망에 대한 대통령의 발언은 코웃음을 자아내게 했다. “올해 수출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경상수지 흑자도 700억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며 경제가 기지개를 켜고 있다고 강조했다. 국민이 느끼는 체감지수와 대통령의 인식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었다. 자영업자의 폐업과 중소기업의 줄도산에 대해서 아무런 공감도 못하고 있다는 시각을 주기에 충분했다.
경제가 어려운 원인도 오직 글로벌 위기로만 돌렸다. 하지만 경제규모가 한국의 13배인 미국보다 2년 연속 더 낮은 성장률 행진을 기록한 이유를 글로벌 위기에서만 찾는 것은 앞뒤가 안 맞는다. 반도체 빼고 모든 산업이 위기 징후를 경험하고 있는 상황에 대한 해법도 제시하지 못했다. 재건축 규제를 풀어 집값 띄우기에 나서겠다는 것도 너무 낙후한 접근이다. “내년 3월, 24조 원 규모의 체코 원전 건설 사업 계약이 마무리되면” “우리 산업 전반에 활력이 생길 것”이라는 말은 선무당을 연상케 한다.
윤 대통령은 탄핵여론과 지지율 저공행진을 의식한 탓인지 “2027년 5월 9일, 저의 임기를 마치는 그날까지, 모든 힘을 쏟아 일할 것”이라며 정해진 임기를 모두 채우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국민 여론도 신경 쓰지 않을 것이고 심지어 보수의 심장이라는 대구경북 여론도 아랑곳하지 않겠다는 태도였다. 이런 대통령에게 국정과 안보와 미래를 맡길 수 있을지 깊은 고민에 빠지지 않을 수 없다. 야당은 탄핵, 임기단축 개헌, 하야 등 여러 방법을 다 제기하고 있다. 여야를 떠나 하루라도 빨리 대통령 임기를 종료시키는 것이면 뭐든 해야 할 때가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