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지호 국민의힘 전 전략기획부총장이 비상계엄 당시 북파공작원(HID)의 역할은 ‘체포’ 따위로 보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이미 국회의원들을 끌어내기 위해 특전사와 방첩사 인원이 투입돼 있었고, 특별히 위협적이지 않은 의원들을 체포하기 위해 ‘북한침투·암살·납치 등 특수공작’ 훈련을 받은 공작원들을 투입할 이유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신 전 부총장은 19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이같이 분석했다.
신 전 부총장은 한동훈 국민의힘 전 대표의 대표적인 측근이다. 한동훈 지도부가 들어선 올해 8월부터 한동훈 지도부가 붕괴되기 전까지 국민의힘 전략기획부총장을 맡았다.
특히, 그는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계엄 당시 ‘목숨이 위험할 수 있으니 은신처에 숨어 있으라는 전화를 받았다’고 주변에 한 얘기를 전해 들었다고 밝혔다. 신 전 부총장은 “(한동훈 전 대표가) 사퇴하는 날, 저녁에 의원들하고 저녁식사 자리를 하지 않았나. 그때 이런 얘기를 했다고 한다. 저도 그 이후 전해 들었다”라고 말했다. 채널A 보도 등에 따르면, 한 전 대표는 지난 3일 계엄 선포 당시 국회에 가는 도중 한 여권 관계자의 전화를 받았다. 전화의 내용은 “국회에 절대 가지 마라. 내가 들은 첩보인데, 가면 체포될 거고 목숨이 위험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고 한다. 또 한 대표는 첩보 내용을 알려준 관계자에 대해 ‘정보력이 있고 신뢰할만한 인물’이라고 측근들에 설명했다고 한다.
신 전 부총장은 이어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구속영장에 ‘HID 소집 운용 정황’이 적시됐다는 TV조선 보도, 선관위 서버를 접수하러 간 북파공작원 요원 외에도 판교에 작전지시를 기다리던 30명의 북파공작원 등이 있었다는 증언, 이미 국회의원들을 국회에서 끌어내기 위해 특전사령부 직할 707특수임무단까지 동원된 상황 등을 토대로 “(HID는) 체포 이후의 상황을 대비하기 위해 비상대기했다고 추론이 가능하다”며 “수사기관에서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HID는 ‘체포’ 따위의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대기하던 게 아니란 것이다. 그는 “그날 밤 국회에 진입했던 계엄군은 특전사, 방첩사, 수방사”라며 “한동훈, 이재명, 우원식 다 50대, 60대 아저씨들 아닌가. 50대, 60대 아저씨들 체포하는데 북파공작원이 왜 필요한가. 수방사, 특전사, 방첩사에서 충분히 그런 걸 할 수 있다. 심지어 경찰만 해도 할 수 있다”라고 짚었다.
‘이른바 암살조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냐’라는 질문에는 “그렇게 판단할 근거를 가지고 있지 못하다”면서도 “미국 국무부 매튜 밀러 대변인이 이 문제에 대한 질문을 받고 답하는 게 좀 묘했다”고 말했다. 신 전 부총장은 “기면 기고 아니면 아닌 것인데, 미국 국무부에서 왜 이것을 확인 못 하겠나. 확인할 수 있다. ‘아니다’라고 하지 않고 ‘모른다’라고 하지 않나”라며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는 답변이었다고 지적했다.
한편, 신 전 부총장은 “당원게시판 소동 때부터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한동훈 체제를 무너뜨리겠다는 의도는 익히 파악하고 있었다”면서, 권성동 원내대표 선출된 뒤 대통령 탄핵 부결 당론을 유지한 것 역시 “한동훈 쫓아내기”라고 봤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