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7시 상황] 다시 시동을 건 트랙터들이 서울 용산구 한남동 한강진역 앞에 모습을 드러내자 시민들이 함성을 내질렀다.
22일 오후 6시 30분경, 트랙터보다 조금 앞서 도착한 1만여 명(주최 측 추산)의 시민들이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나 응원봉을 흔들며 농민을 맞이했다. 농민들도 트랙터 안에서 손을 흔들었다.
시민들은 입을 모아 “국민이 이겼다”, “농민이 이겼다”, “우리가 이겼다”, “윤석열 방 빼” 구호를 외쳤다. ‘윤석열 체포’ 피켓이 내걸렸다.
시민들은 데이식스 ‘한 페이지가 될 수 있게’, 신해철 ‘그대에게’, 로제 ‘아파트’, 소녀시대 ‘다시 만난 세계’ 등 노래에 맞춰 자리에서 뛰었다. ‘윤석열 탄핵 플레이리스트’가 깊은 환호성과 함께 한강진역에서도 울려 퍼졌다. 익명의 간식 배달 또한 이어졌다.
전날 낮 12시경부터 남태령역 앞에서 경찰차 벽에 가로막힌 트랙터 30여 대 중 10대가 28시간여 만에 시동을 켰다. 시민들이 남태령역 앞 ‘무박 2일’ 집회로 길을 뚫어준 덕분이다. 경찰 측이 차 벽을 철수했다.
김민문정 비상행동 공동의장(한국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은 마이크를 잡고 “남태령역 소식 듣고 바로 달려왔다. 점점 불어나는 시민들을 보며 우리는 결코 질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며 “20·30세대 여성들이 많이 참여했다. 여성혐오, 소수자 혐오를 자산으로 삼는 정치세력들이 오늘 이 광장으로 우리를 불러 세웠다”고 말했다.
이춘선 비상행동 공동운영위원장(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정책위원장)은 “옛날부터 끈질기고 질긴놈이 이긴다고 했다. ‘전봉준 트랙터’로 남태령을 기어이 넘어가고 말겠다는 농민, 시민의 절절한 염원으로 오늘 윤석열 관저까지 트랙터를 끌고 올 수 있었다. 시민들의 연대, 밤샘 투쟁이 있었기에 우리는 승리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밤새 이들을 결집한 ‘함성’으로 집회 마무리를 알린 시민들은 다음 ‘윤석열 퇴진 집회’에서 만날 것을 약속하며 돌아갔다.
윤석열 대통령 구속을 촉구하며 트랙터 상경 시위에 나선 전국농민회총연맹 전봉준 투쟁단의 트랙터가 22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강진역을 지나 시민들의 환호를 받으며 대통령 관저로 향하고 있다. 2024.12.22. ⓒ뉴시스
[오후 4시 50분 상황] 행진 시작한 트랙터와 시민들 "우리가 이겼다."
오후 4시 30분께 남태령역 앞을 막고 있던 경찰의 차벽이 사라지고, 트랙터들이 시동을 걸었다.
트랙터를 앞세우고 1만명이 넘는 행진대열이 뒤를 따랐다. 남태령역에서 사당역까지 행진을 시작한 것. 사회자는 “이런 날이 옵니다”라고 환호했다.
트랙터를 운전하는 전남 장흥에서 온 위두환씨는 “어제(21일) 오후에 남태령에 도착했는데, 처음 우리 농민들만 있을 때는 경찰이 폭력적으로 대하더니, 20대 청년들이 왔을 때는 달랐다”며 “다 연행되거나 더한 탄압을 당했을지도 모르는데, 20대 여성들이 우리를 지켜줬다”고 했다. 이어 “정말 큰 힘이 됐고 코끝이 찡한 감동을 느꼈다”고 소감을 전했다.
4시 50분께 시민들도 행진 차량을 따라 본격적으로 행진에 들어갔다. 시민들은 “체포, 체포, 윤석열 체포, 내란범 체포” “용산으로 가자” 등의 구호를 외치면서 걸었다.
트랙터와 시민들은 남태령역을 출발해 사당역까지 행진을 이어간다. 이후 시민들은 교통을 이용해 한강진역에서 6시에 집회를 열 계획이다. 트랙터 행진 대열은 대표 트랙터를 선정해, 사당역을 지나 동작대교, 이태원을 거쳐 한강진역으로 향한다.
22일 오후 2시부터 이어지던 내란 수괴 윤석열 체포구속 농민 행진 보장 촉구 시민대회 중간, 하원오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이 마이크를 잡았다.
“트랙터를 몰고 지금 우리는 대통령 관저로 달려갈 것입니다. 한남동 관저를 향해 갈 것입니다.”
‘세상을 바꾸는 전봉준투쟁단’의 트랙터 행진이 21일 오후 1시경 남태령역 앞에서 막힌지 26시간만에 재개됐다. 남태령역 앞 도로 전차선을 차벽으로 가로막았던 경찰이 길을 열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 의장은 “남태령역에서 사당역까지 트랙터를 몰고 시민여러분과 함께 행진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그는 “시민여러분은 사당역까지 함께 행진해 주시고, 사당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한강진역으로 이동해 트랙터를 맞이해 달라”고 했다.
하 의장의 선언 이후 집회 대열은 행진 준비에 들어갔다.
한남동으로 가겠다는 농민들의 트랙터 ⓒ민중의소리
이날 오전 현장 상황을 확인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경찰청을 방문, 행진을 막지 말고 허용해야 한다는 입장을 전하고 경찰의 입장 변화를 이끌어낸 것으로 알려졌다.
김성회 민주당 의원은 민중의소리와의 통화에서 “트랙터가 됐든 시민이 됐든, 서울시내 다니는 곳은 교통의 자유가 있는건데, 무작정 틀어막아선 안 된다는 입장을 전했다”고 설명했다.
김 의원은 “남태령의 대치가 길어지면 내일 출근 시간에 지금 대란이 일어날 상황이기 때문에 경찰이 이 문제에 대해서 전향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요구했고, 경찰청에서 트랙터 행진을 허용하는 쪽으로 입장을 바꿨다”고 전했다.
그는 “진주와 목포에서부터 일주일 넘게 올라오신 분들을 서울시민들이 다 보시는 게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고, 그렇게 협상안을 제시해서 양쪽에서 받아들여서 타결됐다”고 덧붙였다.
이소영 의원은 자신의 X(트위터)에 글을 올려 “경찰이 차벽을 열고, 농민들의 트랙터 중 일부가 동작대교를 넘어 용산으로 행진할 수 있도록 하는 합의안을 도출하여, 경찰과 집회 주최측의 동의를 어렵게 이끌어냈다”고 전했다.
[오후 12시 상황] 밤새 남태령역 지킨 시민들, “한남동 가는 트랙터 막지 말고 차빼라”
22일 아침, 남태령역에 모인 시민들 ⓒ민중의소리
‘내란수괴 윤석열 체포·구속, 내란동조 국민의힘 해체, 개방농정 철폐’를 내건 ‘전봉준투쟁단’과 이들과 연대하기 위해 모인 시민들이 남태령 역 인근에서 밤샘 대치했다.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과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전여농)이 구성한 ‘세상을 바꾸는 전봉준투쟁단’의 트랙터 대행진이 21일 오후 1시께 서울과 경기도의 경계인 남태령고개에서 경찰에 가로막혔다.
‘전봉준 투쟁단’은 전국에서 모인 트랙터 행진단이다. 전남과 경남에서 출발해 일주일간 전국의 도로를 누비며 21일 서울로 입성할 계획이었다. 트랙터 행진단이 남태령고개에 도착할 즈음 경찰이 가로막았고, 농민들은 그 자리에서 농성에 들어갔다.
트랙터 행진 ⓒ제공 : 전국농민회총연맹 전봉준 투쟁단
남태령역에 있는 트랙터 ⓒ민중의소리
농민들은 이날 오후 광화문에서 열린 ‘윤석열 즉각 체포·퇴진, 사회대개혁 범시민대행진’에 참여할 계획이었다. 일부 트랙터들이 동작대교에 진입하기도 했으나, 남태령고개에서 대부분의 트랙터가 가로막혔다는 소식에 농민들은 트랙터를 동작대교에 주차하고 대치 현장으로 합류했다.
이 소식이 광화문 집회에 참석한 시민들에게 전해지면서 집회가 끝난 뒤, 2030 여성들을 주축으로 한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남태령역으로 향했다. 시민들이 속속 합류하면서 남태령역 인근에서 경찰과 대치하는 시민들은 1천명을 넘어섰다.
시민들은 밤새 “차빼라, 차빼라”를 외치며 경찰에 길을 열라고 요구했다. 한때 경찰이 길을 열면서 행진이 진행되기도 했으나, 경찰은 새벽 2시30분께 수도방위사령부 앞 도로에서 경찰버스로 길을 차단했다. 전농은 22일 새벽 4시 전국의 회원들에게 하원오 의장 명의의 ‘긴급지침’을 내려 오전 8시까지 남태령으로 모여달라고 했다.
남태령고개에 농민들과 연대한 시민들 ⓒ전농
남태령고개에 모인 시민들 ⓒ이대종 페이스북 갈무리
이 상황은 유튜브 라이브 방송을 통해 생생하게 시민들에게 전달됐다. 21일 저녁까지 전농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전농TV’의 구독자가 800명 수준이었으나, 전농에서 X(트위터)와 페이스북 등으로 영상을 업로드하고, 게시물을 통해 ‘라이브 방송을 위해 구독을 해달라’고 호소하자 삽시간에 구독자가 2만명을 넘어섰다. 전농TV는 곧바로 라이브 방송을 시작해 이날 밤의 상황을 전했다. 22일 새벽 5시까지 2만명의 시청자가 유지됐다.
남태령역 화장실에 방한용품과 생리대, 간식들이 답지했다. ⓒ민중의소리
남태령역 앞에 답지하는 간식과 방한용품들 ⓒ민중의소리
영하 10도에 육박하는 추위 속에서도 밤새 자리를 지키는 모습을 본 시민들은 농성현장에 각종 ‘닭죽’ 등 몸을 데울 수 있는 각종 배달음식을 결제해 배달시키고, 핫팩과 담요 등 보온용품들이 답지하기도 했다.
새벽5시를 넘어서 대중교통 운행이 시작되자 남태령역 현장으로 향하는 시민들이 늘어났다. 날이 밝자 속속 늘어난 시민들은 이내 3천명으로 불어났다.
22일 아침, 남태령역으로 모이는 시민들 ⓒ민중의소리
남태령에 모인 시민들 ⓒ민중의소리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비상행동)은 22일 오전 10시 남태령역 현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날 오후 2시 내란 수괴 윤석열 체포구속 농민 행진 보장 촉구 시민대회를 개최하겠다고 밝혔다.
하원오 전농 의장은 “밤새 함께 투쟁해주신 시민들께 깊은 감사를 드린다”며 “끝까지 윤석열을 체포하기 위해서 한남동으로 가겠다”고 밝혔다.
박석운 비상행동 공동대표는 “계엄군의 장갑차와 전봉준 투쟁단의 트랙터가 상징적으로 대비되는 모습”이라며 “전봉준투쟁단의 트랙터가 어제 한남동을 지나 광화문까지 진입하는 것이 정상”이라고 했다. 그는 “내란수괴의 앞잡이 경찰들이 버스로 길을 막는 바람에 여기서 우리가 부득이하게 교통방해를 하게 됐다”면서 “이 사태의 원인은 전적으로 경찰의 차벽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함께 한남동 공관까지 행진하자”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