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 사태 수사를 벌이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30일 내란 수괴 윤석열에 대한 체포영장을 청구했다. 통상 체포 단계에서 수사상 신속성과 밀행성을 감안해 별도의 외부 공표 없이 발부받은 영장을 집행하거나, 불구속 피의자에 대한 소환 조사 후 사전구속영장을 통해 신병을 확보하는 관례들에 비춰보면 상당히 이례적인 상황이다.
결국 이번 체포영장 청구는 윤석열이 수사기관의 소환 요청에 세 차례나 응하지 않으면서 수사에 비협조적으로 일관하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불가피한 조치였던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측은 불출석 사유를 소명하거나 출석 날짜를 조율하려는 시도도 하지 않았다. 물론 이러한 수사 협조 여부와 별개로 윤석열의 신병 확보는 사안의 중대성만 보더라도 필수적이다. 이미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절차가 개시됐다는 점, 검찰의 김용현 기소 단계에서 발포 및 국회의원 체포 지시 등 윤석열의 내란 범죄가 구체적으로 특정됐다는 점에서 그렇다.
이외에도 윤석열 체포영장 발부와 집행이 반드시 이뤄져야 하는 이유는 차고 넘친다.
위헌·위법적 비상계엄 선포로 탄핵심판·수사 대상이 됐지만, 윤석열은 대통령 직위와 헌법 및 현행법을 적극적으로 악용하면서 헌재 탄핵심판과 수사기관의 조사에 불응하는 방식으로 절차를 지연시키고 있다. 특히 대통령실과 관저에 대한 압수수색 시도에 윤석열은 ‘군사상 비밀과 공무상 비밀을 요하는 장소는 책임자 승낙 없이 압수 또는 수색할 수 없다’는 형사소송법을 내세우면서 맞서 국민들의 분노를 샀다.
나아가 윤석열은 형사사법 절차에서 그동안 용인되지 않았던 특혜마저 누리고 있다. 지금의 체포영장 단계가 그렇다. 공수처는 30일 0시를 기해 윤석열의 체포영장을 청구했으나, 법원은 하루가 지나도록 영장을 발부하지 않았다. 그러는 사이 윤석열 측은 법원에 체포영장 청구가 부당하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내며 맞섰다. 신문 절차가 있는 구속영장 심사와 달리 기본적 요건만 갖추면 발부되는 체포영장이 이렇게 장시간 검토되는 건 이례적이다. 사실상 구속영장 심사에 준하는 체포영장 검토 절차가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이는 일반 사건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윤석열 측은 권한 없는 기관에 의한 체포영장 청구이며, 그에 따라 형사소송법상 체포영장 청구 요건에 맞지 않으므로 각하되어야 한다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영장 청구 주체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내란죄 수사 권한이 없기 때문에 공수처가 내란죄로 윤석열의 영장을 청구한 것은 적법하지 않다는 논리다. 그런 논리대로면 이미 내란죄와 관련한 공수처의 각종 압수수색 영장이나 검찰이 청구한 김용현의 구속영장이 발부된 사례들도 설명되지 않는다.
윤석열 체포영장 앞에서 위 사례와 다른 판단이 나온다면 결국 그동안 이뤄진 수사 절차들이 깡그리 부정당할 수도, 남은 헌법 절차가 영향을 받게 될 수도 있다. 뿐만 아니라 윤석열의 위헌·위법적 비상계엄에 의해 기본권이 심각하게 침해당할 뻔했던 국민들은 다시 공포감에 휩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