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권한대행·내각·대통령실, 제정신인 사람이 없다

지난해 마지막 날,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이 두 사람의 헌법재판관을 임명했다. 국회가 선출한 후보자는 3명인데 이 중 2명에 대해서는 '여야 합의'를 이유로 임명했고, 마은혁 후보자는 여야 합의가 없었다는 이유로 유보했다. 3명의 헌법재판관 후보자는 계엄 사태 이전에 이미 여야가 합의한 바 있다. 다만 국민의힘이 입장을 바꾼 것이다. 그러니 누구는 임명하고 누구는 임명하지 않는 건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최 대행의 입장은 헌법의 문언에도 어긋난다. 대통령이든 권한대행이든 국회가 선출한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하라는 게 헌법의 요청이다. 최 대행이 자의적으로 이를 적용한 건 스스로 고백한 것처럼 '월권'이다. 월권인 줄 알면서 그리 행동했으니 제정신이라고 볼 수 없다.

더 심각한 건 내각과 대통령실의 행태다. 국무회의에 참석한 김태규 방송통신위원장 직무대행은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의 일방적인 헌법재판관 임명 추진에 반발하는 뜻으로 사직서를 냈다"고 밝혔다. 김 직무대행은 국무위원도 아니다. 마음에 안들면 사직서야 낼 수도 있겠지만 그 사유가 자못 거창하다. 김 직무대행은 그러고도 3일 계획된 방통위 시무식에는 참석한다고 한다.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 이완규 법제처장 등도 반발했다고 한다. "사전에 의논하지 않았다"는 게 이유인데, 이들이 윤석열 대통령의 불법, 위헌적인 계엄에 대해 항의했다는 이야기는 들어보지 못했다. 더구나 헌법재판관 임명은 국무회의의 심의 안건도 아니다. 참으로 가관이다.

대통령실은 한 수 더 떴다. 대통령실은 "비서실과 정책실, 안보실장, 외교안보특보 및 수석비서관 전원은 1일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거듭 사의를 표명했다"면서 이는 '집단 항의'의 성격이 있다고 언론에 흘렸다. 이들은 최 대행의 헌법재판관 임명에 대해 "마땅히 자제돼야 할 권한의 범위를 넘어선 것으로 매우 유감"이라는 입장도 전했다. 윤 대통령이 직무정지된 상황에서 대통령실의 참모들은 권한대행을 보좌할 임무가 있다. 여러 이유로 그렇게 하기 어렵다면 가만히 있기라도 해야 한다. 이들이 무슨 '집단 항의'를 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할 국민은 없을 것이다.

이처럼 권한대행, 내각, 대통령실 어디에도 제정신인 사람이 없다. 이런 자들이 국정을 좌우하고 있었으니 윤 대통령이 아무 거리낌없이 계엄과 내란사태를 일으켰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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