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을 두둔했다. 이 총재는 2일 신년사에서 “대외 신인도 하락과 국정 공백 상황을 막기 위해 정치보다는 경제를 고려해 어렵지만 불가피한 결정을 했다”고 평했다. 이 총재는 “우리 경제 시스템이 정치 프로세스와 독립적으로 정상 작동할 것임을 대내외에 알리는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도 했다.
결코 동의할 수 없는 주장이다. 국회가 합의로 선출한 대법관 3인 중 2인만 임명한 행위가 어떻게 ‘정치 프로세스’가 될 수 있으며 합당한 설명 없이 나머지 1인을 임명하지 않은 월권을 ‘독립적 정상 작동’의 근거로 볼 수 있는가.
아무것도 하지 않았던 한덕수 전 권한대행에 비해 최 권한대행이 ‘어찌 됐든 결정은 했다’는 단편적 사고라면, 지나치게 편협하고 위험하다. 최 권한대행의 결정은 이 총재가 그토록 강조하는 ‘국정 안정’에 배치된다.
이 총재가 도대체 어떤 대목에서 “대외 신인도 하락과 국정공백을 막기 위한 어렵지만 불가피한” 결정이라 해석했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30시간 넘게 끌었던 내란 수괴 윤석열에 대한 체포영장이 발부된 직후, 급등하던 환율이 잠시나마 안정세로 돌아섰던 그 순간을 이 총재 스스로가 가장 잘 기억할 것 아닌가.
그는 “정치적 이해 관계에 따라 평가가 다르겠”다고 논점을 흐렸다. 여야, 좌우를 떠나 자신은 중립적이라는 투다. 기계적 중립이 정치적 중립이라고 스스로 믿고 있는지 모르겠으나, 헌법을 바로 세우고 민주주의를 지키자는 국민과 그 반대에 선 내란 세력 사이에 중립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 결국, 그의 신년사는 지나치게 정치적으로 되어 버렸다. 자칫 반란 수괴를 옹호하고, 내란 수사를 방해한다고 해석할 여지도 있다. 이 총재는 손자병법의 ‘이환위리(以患爲利, 근심을 이로움으로 삼는다)’를 언급했다. 진정한 이환위리란 윤석열을 파면하고 계엄 부역자를 처벌하는 것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