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하승수의 직격] 나경원 등 특수공무집행방해, 1심만 6년째

야당 대표 재판 빨리하라 ‘내로남불’··· 국힘 정치인 재판 지연되며 의원·단체장 당선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을 비롯한 여당 의원들이 6일 서울 용산구 윤석열 대통령 관저 앞에서 입장을 밝히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2025.1. ⓒ뉴스1

내란수괴 윤석열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을 막겠다고 저질러진 특수공무집행 방해를 보면서 떠오른 사건이 있다. 바로 역대급 재판 지연이 이뤄지고 있는, 2019년 4월 일어난 패스트트랙 국회 난동 사건이다. 당시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 나경원 원내대표 등이 국회의원과 보좌진들을 동원해서 국회를 점거하고 회의를 막는 등 난동을 부린 사건이다.

당시에 이들은 공수처 설치법안과 선거제도 개혁법안 등이 패스트트랙 절차에 올려지려고 하자, 이를 물리력으로 막겠다면서 조직적으로 동료 의원을 감금하고, 국회 회의장 앞을 점거하고 의원들의 회의장 입장을 물리력으로 방해했다. 그래서 국회는 무법천지가 되었다. 정당지도부와 국회의원, 보좌진들이 조직적으로 불법을 저지른 사상 초유의 사태였다. 당연히 특수공무집행 방해죄에 해당하는 것이었고, 국회법 위반으로도 형사처벌을 받아야 하는 행위였다.

나경원·황교안·김태흠·이장우·장제원 등의 특수공무집행방해 재판


국회 난동 사건은 이번 용산 관저에서 벌어진 특수공무집행 방해와 마찬가지로, 전 국민이 방송으로 지켜보는 가운데 저질러진 특수공무집행방해 및 국회법 위반 사건이었다. 그런데 검찰은 CCTV 등 여러 증거가 명백한데도 불구하고 시간을 끌다가 2020년 1월 2일에야 16명(황교안 당시 자유한국당 대표, 국회의원 13명, 보좌진 2명)을 불구속 구공판하고, 11명(국회의원 10명, 보좌진 1명)을 벌금형으로 약식기소했다. 11명을 약식기소한 것은 솜방망이 기소를 한 것이었다. 그러나 법원은 이 사건의 중대성을 감안하여 약식기소한 11명도 정식재판으로 넘겼다. 그래서 27명이 재판을 받게 됐다.

지난 2019년 4월 25일 문희상 국회의장이 패스트트랙 법안접수를 위한 경호권을 발동한 가운데 국회 의안과 앞에서 당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였던 나경원 의원을 비롯 의원 및 당직자들이 모여 있다. ⓒ민중의소리

이들에게 적용된 죄명은 특수공무집행방해, 국회법 위반이다. 여러 사람이 집단으로 국회의 회의를 방해하고 국회공무원 등의 공무집행을 방해했기 때문이다. 특수공무집행 방해의 경우에는 집행유예 판결 이상이 나올 가능성이 큰데, 그런 형이 나오면 당연히 피선거권이 박탈된다. 그리고 국회법 위반의 경우에는 500만 원 이상 벌금이 확정되어도 피선거권이 박탈되는 중요한 범죄이다.

이 사건의 피고인들 명단을 보면, 지금도 정치를 하고 있는 주요 정치인들이 여럿이다. 황교안 전 대표, 나경원 의원, 김정재 의원, 송언석 의원, 이철규 의원, 김태흠 충남도지사, 이장우 대전광역시장, 장제원 전 의원, 민경욱 전 의원, 이은재 전 의원 등이 눈에 띈다.

나경원 의원이 한동훈 전 법무부장관에게 공소취소를 부탁했다는 의혹도 이 사건과 관련된 것이다. 작년 국민의힘 당 대표 경선과정에서 한동훈 대표 후보가 나경원 의원에게 ‘나에게 공소취소를 해 달라고 부탁하신 적이 있죠?’라고 물었던 바로 그 사건인 것이다.

1심만 6년째인 재판


그런데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재판(사건번호 : 서울남부지방법원 2020고합1)이 시작된 지 5년이 넘었고, 이제 6년째로 접어들고 있다. 아마도 희대의 재판 지연 사태라고 할 수 있다. 재판 지연의 원인은 알 수 없지만, 특수공무집행방해라고 하는 중대한 범죄에 대해 이렇게 재판이 지연되고 있는 사례는 아마도 찾아볼 수 없을 것이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강조하는 ‘신속한 재판’이 왜 이 사건에서는 전혀 실현되지 않고 있는지 알 수가 없다. 최근에는 공판기일도 2-3개월 간격으로 잡히고 있다. 1월 13일 오전 10시에도 공판기일이 잡혀 있다.

나경원 등 특수공무집행방해 사건 최근 공판기일
나경원 등 특수공무집행방해 사건 최근 공판기일 ⓒ법원

그런데 이렇게 재판이 지연되는 사이에 2020년과 2024년 국회의원 총선이 2번이 있었고, 2022년에는 지방선거도 있었다. 그리고 이 사건의 피고인들은 선거에 출마해서 국회의원도 되고, 시·도지사도 되었다. 김태흠 피고인은 2022년 지방선거에서 충남도지사로 당선됐으며, 이장우 피고인은 대전광역시장으로 당선됐다.

신속하게 재판이 진행됐으면 피선거권이 박탈당했을 수도 있는 사람들이 재판 지연으로 인해 엄청난 이득을 본 것이다. 이런 사람들이 제1야당 대표가 피고인인 사건의 재판 지연을 비판할 자격이 있을까?

국회 패스트트랙 충돌 사태로 재판에 넘겨진 나경원 전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020년 9월 21일 오전 서울 양천구 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0.09.21. ⓒ뉴시스

만약 일반시민이 어느 관공서를 며칠 동안 점거하고 공무집행을 방해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아마도 즉시 구속되었을 것이고, 대법원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 5년은커녕 3년도 안 걸렸을 것이다. 그런데 거대정당의 정치인이라는 이유로 수사ㆍ기소도 늦어졌고, 구속된 사람도 없으며, 1심 재판만 6년째 질질 끌고 있는 것이다. 이런 나라에서 어떻게 ‘법 앞의 평등’을 입에 담을 수 있다는 말인가?

법원의 빠른 판결이 필요


여당이든 야당이든 범죄를 저질렀으면 재판을 받아야 한다. 그리고 일반시민과 똑같이 법을 적용받아야 한다. 재판이 지연되어서는 안 된다. 오히려 정치인들이 관련된 사건일수록 더 신속하게 재판이 진행되어서, 법 앞에는 예외가 없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그런데 국민의힘의 주요정치인들은 6년째 1심 재판을 받고 있다. 그러면서 제1야당 대표의 재판에 대해서만 빨리 판결이 선고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또 다른 ‘내로남불’이다.

국민의힘은 자기 정당 정치인들의 특수공무집행방해 사건부터 신속하게 재판이 진행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법원은 하루빨리 온 국민 앞에서 자행되었던 특수공무집행방해에 대해 엄정한 판결을 선고해야 한다. 2019년 4월 국회에서 일어났던 난동 사건에 대해 신속한 판결이 선고되지 않은 것이 이번 용산 관저에서 벌어진 특수공무집행방해의 한 원인이라고 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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