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헌법재판소 탄핵심판장을 부정선거 음모론을 확대재생산 하는 장으로 만들고 있다. 21일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변론기일에 직접 출석해 쟁점이 되는 질문에는 모르쇠로 일관하더니 허무맹랑한 부정선거 음모론에 대해 장광설을 늘어놓았다. 서울서부지법 폭동을 일으킨 세력을 자극하려는, 또 다른 내란선동을 하려는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든다.
21일 헌재 탄핵심판 변론기일에 직접 출석한 윤 대통령이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에 들은 질문은 딱 두 가지였다. “비상입법기구 관련 예산을 편성하라는 쪽지를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준 적이 있느냐”는 질문과 “이진우 수방사령관, 곽종근 특전사령관에게 계엄 해제 결의를 위해 국회에 모인 국회의원들을 끌어내라고 지시한 적 있나”라는 질문이었다. 두 질문은 12.3 비상계엄의 위헌성 여부를 가릴 중요한 쟁점이다.
쪽지를 줬느냐는 질문에 윤 대통령은 “준 적도 없고, 계엄 해제 이후에 언론에 이런 메모가 나왔다는 기사를 봤다”고 부인했다. 그러나 최상목 기획재정부 장관이자 현 대통령 권한대행은 국회에서 “(윤 대통령이) 참고하라고 접은 종이를 주셨다”고 진술한 바 있다. 윤 대통령이 최 대행을 거짓 진술을 했다고 모는 셈이다.
‘국회의원들을 끌어내라고 지시한 적 있나’라는 질문에 윤 대통령은 별다른 설명 없이 “없다”고 짧게 답했다. 증거로 제시된 당시 국회 상황 CCTV 영상을 보고는 “군인들이 본청에 진입했는데 저항하니 얼마든지 더 들어갈 수 있는데도 스스로 나오지 않나”고 말했다. 충돌을 피하기 위해 소극적으로 대응하며 부당한 명령에 저항한 군인들을 자신을 변호하는 데 끌어다 쓴 것이다.
나아가 국회의 비상계엄 해제 의결이 위법하다는 주장까지 했다. 그는 우원식 국회의장이 “국회법에 맞지 않는 결의를 했다”고 말했다. 혼자 살겠다고 자기 자신 말고는 모두가 위법을 했고 장관들과 장성들이 거짓말을 했다는 태도다.
이날 윤 대통령 측이 한 증거 조사는 부정선거 의혹 제기가 전부였다. 극우세력들이 주장하는 ‘선관위 서버 해킹설’ ‘사전투표 조작설’ 등 온갖 음모론들을 늘어놓았다. 지난 2차 변론기일에도 대리인단은 같은 주장을 했었다.
국회 측 김진한 변호사가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발생한 폭도들의 만행은 이와 유사한 무책임한 주장들이 초래한 결과”라며 “더 이상의 선거 부정의 의혹 제기, 그와 관련된 증거 신청을 적절하게 제한해 달라”고 헌법재판관을 향해 호소하자 윤 대통령이 직접 반박했다.
그는 “부정선거 의혹이 음모론이라고 하고 계엄을 정당화하기 위한 것이라 사후에 만든 논란이라고 했는데, 이미 계엄을 선포하기 전 선거의 공정성에 대한 의문이 드는 것이 많이 있었다”며 “저희가 무슨 선거가 부정해서 믿을 수 없다는 음모론을 제기하는 게 아니라 팩트를 확인하려는 차원”이라고 했다.
이쯤 되면 윤 대통령이 탄핵심판장을 부정선거 음모론 설파를 위한 장으로 여기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든다. 선관위와 사법부, 검찰의 판단까지도 믿지 못하겠다는 맹목적 광신도들의 주장을 대통령이 구속되고 나서도 반복하고 있다. 혹여 헌재 탄핵심판에 직접 나선 이유가 그들을 자극하려는 것인가. 사회를 얼마나 더 혼란하게 만들려는 것인가. 이미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는 그가 이런 식의 주장을 공공연히 지속한다면, 또 다른 ‘서부지법 폭동’을 부르는 내란선동임을 알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