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이 국회가 선출한 헌법재판관 후보자 3명 중 2명만 임명한 것을 두고 헌법재판소에서 공개 변론이 열렸다. 최 대행은 지난해 말 국회가 선출한 재판관 후보자 3명 중 마은혁 후보자의 임명을 보류하고 정계선, 조한창 후보자만 재판관으로 임명한 바 있다. 이에 국회는 최 대행의 행위가 국회의 헌재 구성권, 재판관 선출권 등을 침해한 것이라며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했다.
최 대행이 내세운 논리는 자신이 임명한 두 명의 후보자와 달리 마 후보자의 경우 '여야 합의'가 확인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최 대행 측은 "부작위(不作爲,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음)에 의해 권한이 침해됐다고 하려면 최 대행에게 작위(作爲) 의무가 있어야 하는데, 헌법 규정 해석상 그렇게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요컨대 임명을 하든 말든 대통령 혹은 권한대행의 마음이라는 것이다. 물론 황당한 이야기다.
그러나 최 대행 측은 이미선 재판관이 "대통령이 국회가 재판관으로 선출한 사람에 대해서도 내용적 심사를 할 수 있다고 보는 입장이냐"고 묻자 곧바로 한발 물러섰다.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이 재판관이 곧이어 "헌법과 법률이 정한 자격 요건을 갖추고 선출 절차가 하자가 없다면 바로 임명해야 된다고 보느냐"고 묻자 "(국회 몫 재판관이) 여당 1명, 야당 1명, 합의 1명이라는 게 2000년 이후의 관행"이라고 답했다. 이 재판관이 합의가 재판관 선출의 법적인 절차적 요건이냐"고 재우쳐 묻자 "그렇지 않다"고 또다시 물러섰다.
최 대행 측 대리인이 인정한 것처럼 '여야 합의'는 대통령 혹은 권한대행의 재량 범위에 속하지 않는다. 심지어 마 후보자의 경우 여야 합의에 따라 추천됐고 청문회와 본회의를 거쳐 선출됐다. 여야 합의가 요건에 속한다고 하더라도 이미 합의가 이뤄진 상태인 셈이다. 만약 임명 시점의 여야 합의가 문제라면 이번 재판관 임명에서 국민의힘이 3명의 후보자 모두의 임명을 반대한 점을 되돌아봐야 한다. 국민의힘은 자신이 추천한 후보자의 임명조차 반대했다. 그런데 최 대행은 아무 법적 근거 없이 두 사람은 임명하고, 한 사람은 임명하지 않았다.
최 대행이 자신이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 대단한 노력을 하고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행태야말로 법치를 시궁창에 처박아 사회 혼란을 야기한다. 대통령이든 권한대행이든 법 위에 있지 않다. 최고권력자가 법의 지배(rule of law)라는 자명한 이치를 부인하고 제멋대로 행동한다면 '내란수괴' 혐의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과 최 대행이 다를 것이 무엇이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