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여당 대선주자들은 내란 사태에 대한 입장부터 밝혀야 한다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 사건 심리를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윤 대통령이 탄핵 이후 치러질 대통령선거에 벌써부터 관심이 모이고 있다. 탄핵 이후 대통령선거 시점은 올해 상반기 중이 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이미 여권 주요 인사들이 대선 도전 의사를 표명하고 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여러 언론을 상대로 대선 출마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22일에는 SNS를 통해 “차기 대선 후보 자격으로 미국 대통령 취임 준비위원회의 초청으로 8년 만에 워싱턴을 방문했다”고도 밝혔다. 유승민 전 의원도 “내가 후보가 돼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이길 수 있다”고 말하며 대선 출마를 시사했다. 오세훈 서울시장 또한 조기 대선과 관련해 “깊은 고민을 하고 있다”며 가능성을 열어 뒀다.

여당이든 야당이든, 현역 단체장이든 누구든, 대선에 출마하는 것은 자유다. 대선 출마자로 관심을 끌기 위해 의지를 피력하는 것도 그 사람 마음이고, 출마 가능성을 내비치며 여론의 반응을 살피는 것도 정치의 일부분이다. 하지만 지금은 자그마치 현역 대통령의 내란 범죄로 탄핵심판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 대통령을 후보로 내세웠던 여당에서 다음 대선주자라는 사람들이 지금 초래된 사태와 여당의 책임에 대해 함구하면서 엉뚱한 소리부터 하는 것은 그 자체로 기괴한 일이다.

윤 대통령은 헌법재판소에 가서도 반성은커녕 부정선거 음모론을 주장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선관위 서버가 해킹됐다거나 사전투표가 조작됐다거나 하는 본인 스스로도 입증할 수 없고, 사법적으로도 이미 사실무근으로 확인된 음모론을 반복하고 있다. 윤 대통령과 그의 변호인단은 오히려 음모론이라는 지적에 발끈하기까지 하면서 계엄을 정당화하려 하고 있다.

부정선거 음모론을 주창하며 선관위에까지 계엄군을 투입한 대통령의 행위에 대해서 어떤 입장인지를 밝히는 것은 여당에 적을 둔 대선주자로서 기본적인 의무다. 윤 대통령이 저지른 내란 사태로 경제가 망가지고 국격은 추락하며 온 국민이 고통을 겪고 있는데 여당에서 대통령 후보를 하겠다는 사람들이 막상 이점에 대해서 입을 닫는 것은 무책임을 넘어 유권자에 대한 무례다.

여권 대선주자들이 대통령선거를 인기투표쯤으로 여기는 것이 아니라면 이제는 쟁점을 말해야 한다. 윤 대통령 탄핵 이후 치러질 이번 대선은 감히 대한민국의 헌정질서를 뒤엎으려 한 내란세력을 심판하고 척결하기 위한 선거여야 하기 때문이다. 적어도 윤 대통령의 망상에 공감하는지 정도는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제2의 윤석열이 되겠다면 떳떳하게 밝히고 유권자의 심판을 받으면 될 일이고 그것이 아니라면 지금처럼 애매모호한 태도로 유권자를 기만할 이유가 없다. 여당 대선주자들이 윤 대통령의 내란 사건과 부정선거 음모론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숨기는 것은 자신의 비겁성을 드러낼 뿐이다.

기사 원소스 보기

기사 리뷰 보기

관련 기사

기사 원소스 보기

기사 리뷰 보기

관련 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