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임금체불액이 사상 최대인 2조 448억 원을 기록했다. 2023년에 비해 2,603억 원(14.6%)이나 폭증한 수치다. 이 가운데 1조 6,697억 원은 청산됐지만 아직 청산되지 않은 체불액도 3,751억 원에 이른다. 체불 피해 노동자도 28만 3,212명으로 2023년보다 2.8% 늘었다.
문제는 이런 와중에 고용노동부가 ‘임금체불 근절을 위한 장관의 주요 활동사항’이라는 A4 용지 3쪽에 달하는 별도의 자료를 낸 것이다. 이 자료에는 8개 항목에 걸쳐 김문수 장관의 ‘업적’이 기록돼 있다.
그 자료에는 김 장관이 8월 취임 직후부터 긴급간부회의와 전국기관장회의 등을 열어 임금체불을 전액 청산하고 체불 사업주를 엄단하라고 지시했다는 둥, 올해 초에는 안양노동지청을 찾아 임금체불 상황을 직접 점검했다는 둥 자화자찬에 가까운 내용이 담겨있다.
장관은 업적으로 말하는 자리지 애를 썼다는 생색을 내는 자리가 아니다. 김 장관이 긴급간부회의를 열었건 안 열었건, 현장 상황을 점검했건 안 했건, 중요한 것은 임금체불이 역대급으로 늘어났다는 점이다.
백 보를 양보해 김 장관이 애를 쓴 측면이 있다 한들, 결과가 이렇게 참담하다면 김 장관은 그냥 무능력한 장관이라는 소리 아닌가? 이게 생색 자료까지 별도로 낼 사안인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노동부 내에서도 “이런 자료는 처음 본다”라거나 “장관이 대선주자로 꼽힌다고 이런 자료를 내면 오해를 살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고 한다. 체불임금이 역대급으로 증가했다면 장관은 노동자들 앞에 고개를 먼저 숙이고 반성을 하는 게 상식 아닌가? 아무리 공무원 조직에 영혼이 없다지만 이런 자료를 만든 노동부도 꼴사납고 그런 자료를 태연히 배포하는 김문수 장관은 더 꼴사납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