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국민의힘 청년당직자 등이 7일 서울 중구 주한중국대사관 앞에서 ‘멸공 페스티벌’을 열고, 집회 내내 “멸공” “시진핑 아웃” “탄핵무효” 등을 외쳤다고 한다. 이들은 지난달 31일에도 같은 집회가 열렸다.
왜 갑자기 중국대사관 앞에서 멸공 집회를 여는지, 그리고 윤석열 탄핵 반대를 주장하는지 일반 상식으로는 의아하다. 이는 극우세력의 부정선거 음모론의 연장선이다. 시진핑 주석을 필두로 한 중국이 한국을 속국으로 만들려고 한다고 그들은 믿는다. 이를 위해 한국의 선관위를 장악하고 선거시스템을 해킹해 친중세력인 민주당 등 야당의 가짜 선거 승리를 만들었다고 강변한다. 사실관계나 합리적 근거는 전혀 없는 몽상이다.
문제는 몽상으로 끝나야 할 음모론을 대통령과 여당이 수면 위로 끌어올려 정당성을 부여했다는 점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계엄 선포의 명분으로 부정선거를 내세웠고, 대국민담화에서는 느닷없이 “중국인 3명이 드론을 띄워 부산에 정박 중이던 미국 항공모함을 촬영하다 적발됐다. 스마트폰과 노트북에는 한국 군사시설을 촬영한 사진들이 발견됐다”고 말했다. 아직 사법적 판단도 나지 않은 문제를 계엄의 근거로 거론한 것이다. 그의 변호인단은 탄핵심판에서 ‘선거를 조작한 중국인 간첩이 체포됐다’는 극우 인터넷매체의 가짜뉴스를 제시하기도 했다. 국민의힘 지도부와 의원들 역시 중국혐오를 정략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심지어 박근혜 정부에서 주중대사를 역임한 권영세 비대위원장도 중국을 겨냥해 공산전체주의니 제2의 홍콩이니 하는 공격성 발언을 했다.
나라 간에 비판할 일이 있다면 해야 하고, 국민과 정치권의 정당한 여론은 정부를 뒷받침해 국익을 지키는 원동력이 된다. 그러나 근거 없는 혐오나 비난은 정반대 효과를 부른다. 대통령과 집권여당이 중국을 특정해 비난과 우려를 쏟아내는데 우리 정부는 아무 실행도 하지 않고 있다. 당장 중국에 진상규명을 요구하고 보복조치를 해도 시원치 않을 것 아닌가. 반중캠페인이 중국을 향한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 내부를 향한 신종 색깔론임을 확인시키는 대목이다.
음모론과 반중캠페인은 국익을 해친다. 광화문과 헌재, 중국대사관 앞 등에서 벌어지는 극우집회에서는 중국과 중국인을 공격하는 발언이 쏟아진다. 대부분 사실과 거리가 멀다. 과연 한국에 거주하는 중국인들이 안전하다고 느낄까. 중국인 관광객들이 오고 싶을까. 다른 나라 관광객들 역시 야만적 광기에 위협감을 느끼고 발걸음을 돌리기 일쑤다. 과연 다른 나라에서 우리나라와 국민을 겨냥해 이런 비이성적 행태가 벌어진다면 우리는 어떻게 느끼고, 어떻게 대응할까. 호혜적인 관계를 해치는 것은 국익을 해칠 뿐만 아니라 상대국의 우리 국민을 위험하고 불안하게 하는 일이기도 하다.
이미 주한중국대사관도 그간의 언급 회피를 깨고, 부정선거 관련을 부인하며 “한국 내정 문제를 중국과 무리하게 연계시키는 것을 반대한다”고 밝혔다. 한국의 내부 갈등에 왜 중국을 엮느냐는 말이다. 얼마나 창피한 비판인가. 세계 10위권의 경제력과 민주주의 선진국, 그리고 문화강국으로 쌓아올린 긍정적인 이미지가 급격히 무너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