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가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심판 방어권을 보장하라고 권고하는 내용의 '계엄 선포로 야기된 국가적 위기 극복 대책 권고의 건'을 가결했다. 재적 위원 11명 중 찬성 6명, 반대 4명이다. 김용원 상임위원 등이 지난달 발의한 이 안건을 놓고 4시간 동안 진행된 전원위원회에서 인권위원들은 날카롭게 충돌했지만 찬반대립을 거쳐 이 같은 결론을 내렸다. 결국 윤 대통령의 계엄과 내란 행위에 대해 '인권'의 이름으로 '최고권력자'를 옹호한 셈이다.
이날 전원위에 재상정된 '대통령의 헌정 질서 파괴 비상계엄 선포에 대한 인권위 직권조사 및 의견 표명의 건'이 표결을 거치지 않고 부결된 걸 보면 현재 인권위원회의 입장은 분명해진 셈이다. 대통령의 인권은 보호되어야 하고, 대통령의 행위에 의해 파괴된 민중의 인권은 다루지 않겠다는 것이다.
최종적으로 가결된 안건에서는 '윤석열에 대한 탄핵심판 심리 시 형사소송에 준하는 엄격한 직무조사 실시 등 엄격한 적법절차 원칙 준수 및 법리 적용의 잘못이 없도록 충실하게 심리할 것'이라고 주문했는데, 참으로 한심하고 뻔뻔한 이야기다. 이한별 상임위원은 "계엄이 타당하다고 평가할 생각은 없지만, 인권위는 개인에 대한 인권 침해가 있었는지 심의할 수 있는 기구이고 법치주의와 인권이 수호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안건에 찬성했다고 말했다. 그에게는 계엄으로 인해 침해된 다수 민중의 인권은 보이지 않고, 계엄을 선포한 권력자의 인권은 눈에 밟힌 듯하다. 이 안건에 찬성한 이들은 자신을 임명한 윤 대통령에 대해 아부했을 뿐, 인권위의 존재 목적인 인간의 존엄과 가치 따위는 관심이 없는 듯하다.
이 안건을 상정한 김용원 상임위원은 5일 페이스북에 "헌재가 국민 뜻을 거슬러 탄핵한다면, 두들겨 부숴 없애야 한다"고 썼다. 김 상임위원을 포함해 극우세력들은 마치 내전이 벌어지면 자신들이 무조건 승리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듯이 과격한 발언을 일삼고 있다. 그의 생각은 굳이 비난할 필요도 없겠지만, 그가 진심으로 '두들겨 부숴 없앨' 수 있다고 생각하는 지는 한 번쯤 묻고 싶다.
지금 헌법재판소의 판결과 사법부의 내란 재판을 기다리고 있는 우리 국민들은 김 상임위원이나 극우세력의 말과 행동을 인내하고 있다. 그걸 "보자 보자 하니 보자기로 보는" 것이라면 크게 오판하는 것이다. 막가는 인권위가, 그리고 김용원 위원과 같은 이들이 정말 내전과 같은 상황을 원하는 것이라면 크게 후회할 날이 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