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지난 12·3 비상계엄 선포 당일 밤, 국회로 이동해 본회의장으로 진입하기까지의 긴박했던 과정을 11일 밝혔다.
이 대표는 이날 유튜브 채널 '김어준의 겸손은힘들다 뉴스공장'에 출연해 "(비상계엄 선포 직후) 제 아내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오면서 제일 먼저 한 일이 김어준 씨한테 전화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김 씨에게 "빨리 '시민들은 국회로 모이라'는 방송을 해야 한다"고 요청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혹시 (김 씨에게) 사고가 날지 몰라 이동형 작가(시사평론가)에게도 방송을 부탁하고, 국회 소집 요청하는 전화를 몇 통 하고, 바로 (유튜브) 라이브를 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계엄 선포 당일 라이브 방송을 켜 시민들에게 "국회로 와서 힘을 보태달라"고 호소한 바 있다. 그는 차량을 타고 이동하는 모습부터 담장을 넘는 순간까지 모두 실시간으로 방송했다.
이 대표는 당시 방송을 하게 된 계기를 설명하며 지난 1980년 5·18 광주민주화운동 때 계엄군의 진입을 알리고, 시민들의 결집을 호소한 가두방송을 떠올렸다고 했다. 이 대표는 "잡히는 장면이라도 일단 찍어놓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국민들 외에 막을 수 있는 힘은 없다. 총 든 군인을 무슨 수로 막나"라며 "그때 힘은 결국 국민, 대중으로부터 나온다. 딱 선무방송하는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배우자 김혜경 씨가 자신을 국회로 바래다주며 눈물을 보였다고도 했다. 이 대표는 "(배우자는) 못 돌아올 가능성이 높다고 봤을 것"이라며 "정말로 다행인 건, (국회에) 갔더니 너무 빨리 갔더라. 제 아내도 과속을 엄청나게 한 거 같고, 저를 국회 동남쪽 모퉁이에 내려줬는데, 이미 경찰이 정문은 버스로 막고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정문으로 가면 잡힐 거 같아 행인인 척 고개를 숙이고 지나가다 갑자기 담을 넘은 것"이라며 "어떻게 넘었는지 잘 기억은 안 난다"고 했다.
이어 이 대표는 국회 의원회관 내 한준호 의원(최고위원) 집무실로 향했다고 말했다. 그는 "대표실로 가면 잡히니 (한 의원이) 자기 방으로 가자고 해 잠깐 앉았다. 그리고 다음 민주당 지휘자는 누구인지 순서를 정했다"며 "얼마든지 (계엄군에) 많이 잡힐 수 있어서 원내대표, 최고위원 당선 순위, 지명직 그다음 사무총장 이런 식으로 빨리 김태선 의원(대표 수행실장)에게 순서를 써 발표하라고 했다"고 언급했다.
지휘 체계를 모두 정리한 뒤에는 한 의원의 차를 타고 국회 도서관 인근으로 향했다고 한다. 이 대표는 "담장 뒤에 숨어서 기다리는데, (국회로 온 시민들) 소리가 점점 커졌고, 인원수가 늘었다. 조금 안심하고 있었다"며 "저, 비서실장, 한 의원 셋이 같이 있었다"고 했다.
국회 비상계엄 해제 의결 정족수가 채워질 때까지 참석자를 확인한 이 대표는 "본회의장에 모인 인원이 150명을 넘겼을 땐 잡혀도 별로 상관없는 상황이 됐다. 동시에 몰래 회관으로 가 본관 지하통로를 통해 겨우 본회의장으로 겨우 들어갔다"며 "밖에서 (계엄군이) 밀고 들어오니 가슴이 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