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서정민갑의 수요뮤직] 음악가의 삶에 대하여

음악하는 순간의 즐거움에 항상 감사해야 하는 이유는 삶이 음악보다 크고 무겁기 때문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 잔나비 공연 모습 ⓒ인천펜타포트락페스티벌

음악가도 사람이다. 사람이라 삶이 늘 뜻대로 되진 않는다. 세상에 좋은 음악을 만들고 싶지 않은 음악가가 있을까. 좋은 음악을 내놓고 두루 사랑받고 싶지 않은 음악가가 있을까. 만약 극도로 내향형인 음악가라면 최대한 자신을 감추고 싶겠지만, 평생 음악을 하고 음악에만 집중할 수 있는 삶을 꿈꾸지 않는 음악가는 아무도 없을 것이다.

문제는 다들 알고 있듯 그게 쉽지 않다는 데 있다. 좋은 음악을 만들기도 어렵고, 좋은 음악을 내놓는다고 반드시 사랑받는 것도 아니다. 인생에는 수많은 허들이 있는데 음악가도 마찬가지다. 좋은 음악이라는 허들을 넘지 못한 음악가는 무수히 많고, 인기라는 허들을 넘지 못한 음악가 또한 숱하다. 평생 음악만 하면서 사는 전업음악가라는 허들을 넘은 음악가는 극소수에 가깝다. 그 수를 국내 대학 실용음악과나 교육기관에서 매년 배출하는 음악가의 수에 대비해보면 평생 음악가로 살아가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 몸서리치며 깨닫게 된다.

운칠기삼이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노력 해야 하지만 노력만 한다고 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재능을 타고 나야 한다. 재능을 타고나지 않으면 아무리 노력해도 한계가 있다. 하지만 재능을 타고 나더라도 평생 노력해야 한다. 노력하지 않고 대충 하면 금세 세상이 안다. 지금처럼 모두가 미디어의 생산자가 된 시대에는 비밀이 없다. 운도 좋아야 한다. 때를 잘 만나야 한다. 시대를 너무 앞서간 음악가은 비운의 음악가로 남기 쉽다.

2024 아시안 팝 페스티벌 ⓒ아시안 팝 페스티벌 인스타그램


그러다 보니 세상이 불공평하다고 느끼기 쉽다. 이렇게 노력하는데 안된다고, 이렇게 좋은 음악을 내놓았는데 알아주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쉽다. 누군가는 히트곡 하나 내놓고 별 노력하지 않아도 편안하게 사는데 자기는 아무리 노력해도 안 된다고 부족한 재능을 탓하거나 무심한 세상을 탓하기 쉽다. 실제로 노력을 덜 하는데 인기를 얻는 경우가 있긴 하다. 성격이 좋지 않은데 아는 사람만 아는 경우도 허다하다. 부끄러워야 할 이들이 부끄러움 없이 살아가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성공하지 못한 이들은 그런 모습을 지켜보며 자괴감과 피해의식을 떨치기 어렵다. 급기야 그런 태도를 마구 드러내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삶은 대입한 대로 나오는 공식이 아닌 것을. 개인의 재능은 차이가 있고, 세상의 흐름은 혼자 힘으로 좌우할 수 없는 것을. 그래서 인생의 성공은 좋은 곡을 쓰고 인기를 얻는 데 있는 것은 아닐지 모른다. 좋은 곡을 쓰지 못하고 인기를 얻지 못해 평생 음악을 하지 못하더라도 누구도 미워하지 않는다면 그것만으로도 인생은 성공일지 모른다. 자신을 비하하거나 한탄하지 않고, 자신을 알아주지 않는 이들과 세상을 원망하지 않는다면, 그래서 자신을 갉아먹거나 다른 이들을 괴롭히지 않는다면, 함부로 부정적인 정념을 배출하지 않는다면 그것만으로도 성공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이러한 태도를 자기 관리라는 자본주의적 수사로 정리하고 싶지 않다. 그보다는 성숙이며 인생에 대한 관용과 타인에 대한 배려라고 말하는 게 낫지 않을까.

물론 누군가는 그러거나 말거나 좋은 곡을 쓰고 인기를 얻고 평생 음악을 하고 싶다고 생각할 수 있다. 눈 앞에 보이는 성취가 주는 달콤함을 거부하기는 어렵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순간의 만족감은 중독적이다. 그러다보니 인기를 잃으면 좌절하고 낙담해 망가지기도 한다. 다들 셀러브리티가 되려는 세상에서 관심에 중독되어 있지 않은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음악을 가르치는 학교에서도 어떤 태도로 음악을 해야 하는지, 어떤 식으로 삶을 살아야 하는지 가르치진 않지 않나.

자라섬재즈페스티벌 2023 마르친 바실레프스키 트리오 ⓒ자라섬재즈페스티벌

당연히 음악인의 삶은 좋은 작품을 만드는데 맞춰지는 게 맞지만, 삶이 음악만으로 채워지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음악하는 순간의 즐거움에 항상 감사해야 하는 이유는 그 순간이 축복이며, 삶이 음악보다 크고 무겁기 때문이다. 누구의 인생도 쉽고 편안하지 않으며 실패와 결핍이 없는 사람은 드물다. 그래서 자신의 삶을 살아가고 견디면서 서로를 연민하고 존중할 뿐 비교하지 말고 때때로 무심해져야 한다. 그 사실을 깨달을 때 삶도 음악도 더 여유롭게 깊어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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