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세가 예상보다 30조8000억원 덜 걷힌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9월 재추계 결과보다도 1조2000억원이 부족한 결과다. 2023년 56조4000억원 부족으로 역대 최대 결손을 기록한데 이어 역대 두 번째 결손 기록을 작성했다. 2년 연속 세수 추계 오류를 합하면 자그마치 87조2000억원으로 이 자체가 경제에 큰 부담이고, 재정당국에 대한 신뢰 추락까지 고려하면 중장기적으로도 심각한 악영향이 아닐 수 없다.
세수 결손으로 정부 예산 집행에 어려움이 나서게 됐다. 역대급 세수 결손이 있었던 지난해 경우를 보면 불용액, 즉 정부 예산 중에서 쓰지 않은 돈이 20조1000억원이었다. 예비비 미집행과 사업비 불용 등이 9조3000억원으로 가장 크고, 지방교부세·교부금 감액이 6조5000억원이었다. 내수 침체 국면에서 정부가 마중물 역할을 해야 할 때 오히려 지방자치단체에 원래 줘야 할 돈까지 잠그고 있었다는 뜻이다. 이대로 지난해와 같이 흘러간다면 경기침체는 더 심각해질 수 있다.
지금의 경기침체는 외부적인 요인도 없지 않지만 주변국과 비교해도 심각한 상황이 초래된 것은 어디까지나 정부의 무능 탓이다. 그리고 그 출발점에 유난히 정도가 심한 세수 추계 오차가 있다. 과거 사례와 비교해도 최근 연간 심각하고 다른 나라들과 비교해도 정도가 심하다.
세수 전망이 완전히 맞을 수는 없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다. 세수 추계 오차는 2020년대 들어 급격히 커졌다. 2021년에는 오차율이 무려 17.8%에 달했고 2022년에도 13.3%였다. 어떨 때는 더 걷히고 어떨 때는 덜 걷히는 차이는 있지만 매번 틀려도 크게 틀린다는 점에서 무슨 전망이라고 하기도 무색하다. 2000년 이후 평균 오차율이 4%대였던 것이 순식간에 몇 배가 된 것이다.
올해 세수 추계가 크게 빗나간 직접적인 원인은 경기 전망을 잘못했기 때문이다. 상저하고 같은 말만 반복하면서 경기가 좋아지고 그 영향으로 세금도 늘어날 것을 희망했지만 현실은 정부의 낙관론과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다. 세계적인 감염병이나 전쟁 같은 예측하기 어려운 돌발 변수가 심했던 것도 아니다.
기획재정부 발표에 따르면 2020년부터 2023년 사이 주요국 평균 세수오차율은 미국이 7.8%, 일본이 7.3%, 독일이 5.7% 등으로 주요국 어디와 비교해도 한국의 12.4%는 독보적이다. 이쯤 되면 이유는 정부의 무능 말고는 다른 이유를 대기 어렵다. 결국 막연한 기대만 가지고 예산을 짠 꼴인데, 구멍가게도 아니고 나라 경제를 이렇게 운영해도 되는지 의심스럽다.
올해 세수 목표치 382조4000억원도 달성 가능성에 의문이 들고 있다. 지난해보다 45조9000억원을 더 걷어야 하는데 내수 침체는 오히려 더 심해지고 있고 미국에서 트럼프 정부가 출범한 이후 대외 환경도 최악을 향해 가고 있다. 계속해서 정확한 예측에 실패하고 새해가 불과 한 달 남짓 지난 시점에서 올해 목표도 의심받는 상황이라면 정부의 추계 방식에 근본적인 문제가 없는지 살펴봐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