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어차피 부정선거, 뭐하러 출마하나

선거에 참여한다면 결과에는 승복할 예정인가

진보당 최재희 구로구청장 재보궐선거 후보(가운데)와 김용연 서울시당 위원장 등이 13일 국회 소통관에서 국민의힘의 구로구청장 보궐선거 무공천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진보당 제공

12월 3일 이후 나라를 위기로 몰아넣은 내란 사태는 곧 이뤄질 윤석열 탄핵 이후에도 잦아들기 어려워 보인다. 태극기와 성조기를 든 극우 시위대는 헌법재판소를 향해 “탄핵하면 4.19 일어난다”(전한길)고 외친다. 너희도 서부지법처럼 되고 싶냐는 노골적인 협박이다. 어쩌다 두 달 남짓 만에 이런 지경이 됐을까.

중국이 부정선거를 통해 권력을 장악하고 한국을 속국으로 만들려 한다는 것이 이들의 신념이다. 광화문의 전광훈과 여의도의 손현보가 갈라져 있어도 부정선거론에는 동지다. 박근혜 탄핵과 연이은 대선, 총선의 야당 승리 이후 부정선거론은 극우세력 내에 뿌리내렸다. 황당한 것은 대선에서 극적인 차이로 승리했지만, 부정선거론은 오히려 세를 불렸다.

국민의힘과 그 전신들은 민경욱, 황교안 류의 부정선거론과 선을 그었다. 이들이 움직일 수 있는 표가 많지 않은 이유도 있었고 총선을 여러 번 치른 전현직 의원들, 즉 당의 주류는 부정선거를 믿지 않기도 했다. 또한 부정선거론은 보수층의 사전투표 기피 등 득표에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했다. 지난 대선과 총선에서 윤석열과 한동훈은 사전투표 안전성을 강화했다며 믿고 투표하라고 대대적인 캠페인을 벌였고, 그 결과 보수 또는 고령층의 사전투표율이 높아졌다. 지난 대선처럼 박빙의 승부나 총선처럼 곳곳에서 접전이 펼쳐질 때, 이는 상당한 의미를 갖는다.

그러나 12.3 내란은 모든 것을 뒤집었다. 대통령은 대국민담화를 통해 부정선거를 계엄의 중요 명분으로 내세웠다. 탄핵심판에서 변호인단도 부정선거론을 반복했다. 그러자 땅 밑의 용암이 터져 나오듯 부정선거론이 분출돼 우파의 공식 주장으로 격상됐다. 이후 거리의 아스팔트 극우가 국민의힘 멱살을 잡아 끌고 가는 형국이 됐다. 지금도 극우 집회에서는 “국민의힘 의원들은 투쟁에 안 나오고 뭐 하냐” “권영세 사퇴하라”는 주장이 매번 나온다.

국민의힘 108명 의원 중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이는 김민전뿐인 듯하다. 나머지 중 가장 적극적인 입장은 ‘부정·부패 선관위 카르텔’을 주장하는 윤상현이다. 채용비리나 코로나19 시기 선거관리 미비 등을 ‘짬뽕’시켜 부정선거에 갖다 붙인다. 대선 주자로 거론되는 중진들도 비슷한 주장으로 수렴되고 있다. 당 대표 격인 권영세도 기자회견에서 “현재 시스템에 대해 국민들이 의구심을 갖지 않도록, 사전투표는 재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부정선거 증거는 없지만 부정선거가 아닌 것은 아니라는 안쓰러운 주장이다.

현재 가장 가까이에 있는 선거는 4.2 재보궐선거다. 부산교육감, 서울 구로구청장, 경남 거제시장 등의 선거가 치러진다. 만약 헌재가 3월 12일까지 윤석열 파면을 선고하면 날짜가 미뤄져 대통령 보궐선거와 함께 치러지고, 파면 선고가 그날 이후면 각각 치러진다.

구로구청장과 거제시장은 국민의힘 단체장이 임기를 못 채워 치러진다. 거제시장 선거가 박종우 전 시장의 선거법 위반에 따른 당선무효로 치러지는 평이한(?) 케이스라면, 구로구청장 선거는 전무후무한 사례다. 문헌일 전 구청장이 임기 도중 자진사퇴했는데, 재산 때문이다. 사기업을 운영하는 문 전 구청장이 법에 정한 대로 주식 매각이나 백지신탁을 거부하고 행정소송을 했고, 패소하니 구청장직을 던져버렸다. 원래 있던 법 조항인데 무슨 생각으로 출마를 하고 공천을 했는지 주민들도 황당하다. 과문한 때문인지 처음 듣는 사례다.

거대양당이 번갈아 위반한 귀책사유가 있는 재보선에 공천을 하지 않겠다는 약속은 이번에도 휴지 조각이 됐다. 국민의힘에서는 거제시장은 후보 선정 중이고, 구로구청장 공천도 검토한다는 소식이다. 아직 취재해보지 않았으나 공천이 검토된다는 말이 흘러나왔다면 할 가능성이 51%는 될 것이다. 선거라는 게, 출마라는 게 그렇다.

그런데 다른 게 더 걱정이다. 4월이든 5월이든 이번 재보선이나 대선까지는 부정선거 대책이 안 세워질 것 같은데 출마하고 공천해도 괜찮겠는가. 중국의 사주를 받은 부정선거 세력의 표 도둑질에 들러리 서는 것보다 거리에서 “Stop The Steal”을 외치는 것이 더 긴요하고 유효한 일이 아닌가. 그나저나 선거에 참여한다면 결과에는 승복할 예정인가.

덧)기사를 발행하고 몇 시간 뒤 국민의힘은 구로구청장 보궐선거에 공천하지 않기로 했다고 공지했다. 그러나 거제시장을 포함한 나머지 재보궐선거와 대통령선거에는 참여할 예정이어서 글은 그대로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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