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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극우세력의 광주 난동, 대가를 치를 것이다

극우개신교를 비롯한 윤석열 지지 세력이 14일 광주 금남로에서 탄핵반대 집회를 열었다. 이 집회에는 최근 극우 발언으로 눈길을 끌고 있는 한국사 강사 전한길 씨도 참여해 1시간이 넘는 연설을 했다. 표현의 자유를 내세운 이번 금남로 극우집회는 광주시민은 물론 민주주의를 지켜온 모든 국민에 대한 난동일 뿐이다.

옛 전남도청 앞의 광주 금남로는 5.18광주민중항쟁의 역사가 새겨진 곳이다. 금남로에서 계엄군의 발포로 수많은 시민이 피를 흘렸고, 전일빌딩은 무장헬기에서의 기총소사에 피격된 현장이다. 피어린 항쟁으로 계엄군을 물리친 뒤 도청 분수대에서는 날마다 민주화대성회가 열려 광주공동체의 민주주의가 피어나기도 했다. 도청을 지키던 투사들이 계엄군의 탱크에 맞서 민주주의를 위해 산화한 최후 결전지이기도 하다.

극우기독교를 중심으로 한 단체 세이브코리아가 금남로에서 집회를 열고 윤석열의 비상계엄을 “계몽령”이라 두둔하며 탄핵 반대를 외쳤다. 특히 전한길 씨는 5.18 정신과 광주시민의 희생을 수차례 언급하며 “윤석열 대통령을 지켜내자”고 목청을 높였다. 45년 전 전두환 계엄군에 희생된 열사들의 가족친지와 선후배들이 아직도 가슴에 돌덩어리를 안은 채 살아가고 있다. 이번 집회는 그들에 대한 노골적인 모욕이자 조롱이다. 더구나 1만여명이라는 참석자 중 광주시민은 찾아보기 힘들었고, 대다수가 전세버스를 타고 온 외지인들이었다. 연단에 오른 이들 중에도 광주에서 생활하는 이는 없다시피 했다. 이날 극우세력이 광주로 몰려간 덕에 다른 지역 극우집회는 눈에 띄게 한산했다고 한다. 광주시민들로서는 타지 극우세력들의 금남로 침탈로 느껴질 수밖에 없다.

내란의 브레인 역할을 한 노상원의 수첩 내용이 최근 공개돼 쿠데타 이후 꿈꾼 세상이 무엇인지 드러났다. 정치인부터 노조, 언론, 종교계, 심지어 문화체육인까지 500여명을 체포·구금하고 사건을 조작해 살해할 계획을 짰다. 나아가 헌법을 정지시키고 윤석열이 3선을 하며 이후 후계자도 지정할 예정이었다. 전국민 해외여행을 금지하고, 법도 자신들 마음대로 만들고자 했다, 윤석열 일당의 장기집권과 독재를 위해 쿠데타를 일으켰음이 명백하다. 박정희, 전두환보다 더 한 지옥도가 펼쳐질 뻔했다. 계엄의 그날, 그리고 드러난 독재의 망상에 가장 분노하고 고통받은 이들이 바로 광주시민과 5.18 유가족들이다. 극우세력이 그들 앞에 민주주의를 논하며 윤석열 복귀와 석방 부르짖었으니 폭력도 이런 폭력이 없다.

그래도 광주시민들은 품격 있게 그리고 강력하게 의지를 과시했다. 외지에서 몰려온 이들보다 더 많은 이들이 윤석열 즉각탄핵을 촉구하는 집회에 참석했고, 극우세력의 여러 시비에도 일절 응하지 않았다. 광주시민 전체가 극우집회에 대한 냉정함을 보여줬다.

광주는 이 땅 민주주의의 뿌리이다. 박정희는 쿠데타를 일으켜 무혈로 정권을 찬탈하고 18년을 집권했으나, 전두환은 죽음으로 항거한 광주를 짓밟고 7년 만에 백기를 들고 권좌에서 내려왔고 결국 광주를 짓밟은 대가로 감옥까지 갔다. 광주가 있었기에 12월 3일 계엄의 밤에도 맨손의 시민들이 무장한 군인들을 막을 수 있었고, 핸드폰으로 상황을 전하며 서로를 응원해 친위쿠데타를 저지할 수 있었다. 이것이 광주의 힘이다. 극우세력은 금남로에서 큰 집회를 열었다고 기분이 들떠 있겠으나 얼마나 무모하고 망령된 짓을 저질렀는지 곧 깨닫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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