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전투표 폐지하자는 황당한 주장

부정선거 음모론에 빠진 국민의힘 안에서 급기야 사전투표를 폐지하자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아무런 근거가 없는 망상을 근거로 잘 정착된 주권행사 방식을 바꾸겠다는 발상이 어떻게 가능한지 한심하다.

국민의힘 장동혁 의원은 사전투표제를 폐지하고, 본투표일을 사흘로 늘리는 내용의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4일 국회에 제출했다. 이날 권성동 원내대표는 “사전투표와 관련한 여러 논란이 많다”고 힘을 실으며 “의원총회를 열어서 당 의견을 정하겠다”고 말했다. 유력 대선주자도 같은 목소리를 냈다. 한동훈 전 대표도 최근 사전투표 대신 본투표를 늘리는 방안을 제안했고, 오세훈 서울시장도 5일 “사전투표의 부실 문제는 여러 차례 제기됐다”며 ‘사흘 연속 투표’ 방안을 대안으로 언급했다. 이 정도면 당내 대다수가 사전투표 폐지에 합세했다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 선거시스템은 정확하고 신속하며 유권자들의 편의성이 높아 외국의 부러움을 샀다. 물론 코로나19 시기 투표 관리에서 허점을 보이기도 했고, 선관위가 채용비리에 젖은 실상이 드러나기도 했다. 비리를 척결하고 운영의 효율을 높이는 논의는 필요하다. 그러나 부정선거론은 전혀 다른 이야기다. 투개표 시스템을 중국이 장악해 선거 결과를 조작한다는 망상적 주장이다. 중앙선관위는 물론 선거관리에 동원되는 수만 명의 일선 공무원과 투개표 참관인 등을 무시하고, 시스템 해킹이 불가능하다는 기초적 사실을 외면한다. 법원에서도 여러 차례 소송을 통해 부정선거론이 허위임을 밝히기도 했다.

그간 사전투표는 국민들의 편의를 보장해 투표율을 제고하는데 큰 기여를 했다. 등록된 주소지에 갈 필요 없이 전국 어디에서나 투표할 수 있는 것이 최대 장점이다. 중앙선관위가 지난해 3~5월 한국갤럽을 통해 유권자 의식조사를 한 결과에서도 ‘사전투표제가 투표율 향상에 도움이 된다’는 응답은 93.%에 달했다. 사전투표자의 25%는 ‘사전투표제가 없었다면 투표할 수 없었다’고 답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를 폐지하고 본투표일을 2~3일로 늘리자는 것이 국민의힘 구상이다. 연휴를 만들어 오히려 투표 참여가 낮아질 것이라는 예측이 많다. 또한 이렇게 한다고 부정선거론이 해소되지도 않는다. 선거 결과가 기대에 어긋나면 새로운 망상적 주장이 나올 것이다.

일고의 가치도 없는 주장이 계속 소환되는 것은 정치의 퇴행이다. 국민의 혈세를 지원받는 공당이자 108명의 국회의원을 가진 원내 2당이 저질 음모론에 올라타 표를 구걸하는 모습은 오늘날 보수정치 위기의 단면이다. 하루라도 빨리 정신 차린 일부라도 망상적 음모론에서 탈출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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