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전투기로 민가에 폭탄 쏟아부어 놓고 훈련 강행하다니

경기도 포천에서 벌어진 초유의 전투기 오폭 사고는 단순한 실수가 아니라 군의 총체적 부실을 드러낸 사건이다. KF-16 전투기 조종사가 표적 좌표를 잘못 입력한 것이 원인이라고 하지만, 이후에도 세 차례나 이를 바로잡을 기회가 있었음에도 사고를 막지 못했다. 단순한 '타이핑 실수'로 둘러대기에 너무도 허술한 절차라 이후 훈련에 대해서도 불신이 잦아들기 어려워 보인다. 폭탄은 표적에서 무려 8km나 벗어난 민가에 떨어졌고, 15명의 부상자를 낳았다. 8발의 폭탄의 폭발력을 감안할 때 상황에 따라 더 큰 인명 피해로 이어질 수 있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사고 발생 4일 뒤인 10일부터 한미연합훈련이 예정대로 진행된다는 점이다. 이번 사고의 원인과 구조적 문제를 철저히 조사하고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우선임에도 불구하고, 군은 훈련을 중단하기는커녕 확대 시행하겠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이는 국민의 안전을 철저히 무시한 결정이다. 민가에 폭탄이 떨어지는 일이 벌어졌는데도 훈련을 강행하는 것은 군에 대한 신뢰를 스스로 무너뜨리는 행위다.

해외에서도 유사한 사례가 있었지만 대응 방식은 달랐다. 과거 나토(NATO)나 미군의 훈련 중 오폭 사고가 발생한 경우, 훈련을 즉각 중단하고 철저한 조사를 진행한 선례가 있다. 그러나 한국군은 사고의 책임을 명확히 규명하기도 전에 훈련을 계속하겠다고 한다. 안전조치를 먼저 시행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대규모 훈련을 강행하는 것은 무책임한 태도다. 군의 기본적인 임무는 국가와 국민을 보호하는 것이지, 무리한 훈련을 감행하는 것이 아니다.

거북한 것이 또 있다. 이번 한미연합훈련이 단순한 방어 훈련이 아니라 전시계엄 연습까지 포함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내란 사태에서 드러났듯이, 한반도에서 전쟁을 유발할 가장 큰 위험 요인은 북한이 아니라 윤석열 정권이라는 것이 명확해졌다. 실제로 군이 북한의 교전을 유도하고, 전시 계엄을 통해 쿠데타를 합법화하려 했다는 정황이 드러났다. 이런 상황에서 전시계엄 연습이라니 국민 마음이 편할 리 없다. 여러 가지 상황을 다 고려해도 훈련중단은 필수적인 조치다. 지금 필요한 것은 전쟁을 가정한 훈련이 아니라, 군의 안전 관리와 시스템 개선이다. 사고의 재발 방지 대책 없이 훈련을 강행하는 것은 국민 불신과 접경지역 주민들의 불안을 키울 뿐이다.

기사 원소스 보기

기사 리뷰 보기

관련 기사

기사 원소스 보기

기사 리뷰 보기

관련 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