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사촌 된 노동자·국회의원·대학생..."파면 촉구" 광화문은 24시간 농성 중

'단식 5일 차' 비상행동 공동의장단 농성장 중심으로 늘어선 '천막 당사'...민주노총, 1박2일 노숙농성 전개

"윤석열 파면되는 날까지 여기가 제 기숙사입니다."

갓 스무 살이 된 25학번 허재명 씨가 12일 광화문 광장에서 학교 갈 채비를 했다. 오늘은 3교시 수업을 듣는 날이다. 허 씨는 방한용품에 의지한 채 하룻밤을 보냈다. 매번 집회는 참석했지만, 철야농성은 처음이다. 그의 양옆으로 쭉 돗자리를 깔고 함께 밤을 새운 시민들도 출근길에 나섰다.

'불편하지 않았나' 물었다. 허 씨는 "탄핵이 기각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차라리 지금 이렇게 춥고 딱딱한 바닥에서 자는 게 편하다. 잠깐의 불편함과 힘듦을 감수하고, 파면을 이뤄내기 위해 뭐라도 해야 되겠다는 생각으로 나왔다"고 말했다. 학교를 마친 뒤 다시 광장으로 돌아와 집회에 참석하고, 밤을 새울 생각이라고 밝혔다.

12일 광화문에서 철야 농성을 한 대학생 허재명 씨. 2025.03.12. ⓒ김도희 기자

서울 경복궁 서십자각터 쪽, 광화문 쪽으로 걸어가는 광장 일대에 '윤석열 파면'을 촉구하는 각 단체의 농성장이 길게 줄지었다. 민중의소리와 만난 광장의 시민들은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농성을 전개하며 '파면'을 향한 절박한 마음을 똘똘 뭉치고 있었다.

단식 5일 차를 맞은 '윤석열 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비상행동)' 공동의장단 농성장을 중심으로 전봉준 투쟁단, 민주노점상전국연합,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민주노총, 한국노총 등의 천막이 보였다. 더불어민주당, 조국혁신당, 진보당, 정의당 등 원내외 정당도 이곳에 천막 당사를 설치했다. 시민들은 그 주변에 삼삼오오 모여 다양한 방식으로 농성을 벌였다.

1,500여 명 간부가 모여 1박 2일 노숙 농성을 진행한 민주노총은 동이 트자 '출근길 피케팅'에 나섰다. 정부서울청사와 광화문 길을 따라 오가는 시민들을 마주 보며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을 즉각 파면하라"고 외쳤다. 광장에서 하루를 지새운 이들은 오전 농성을 마친 뒤 각자의 일터로 출근했다.

민태호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 위원장은 "윤석열 석방에 격분하고 상당히 당황스러웠지만, 다시 힘을 모으는 2차전이 시작됐다. 최대한 많은 조합원이 힘을 모아서 다시 '파면'의 길을 열고, 내란 세력을 청산하는 데 큰마음을 합하는 계기가 됐다"며 "한남동에 비해 광화문은 호텔 수준이다. 이 정도면 따듯하다"고 웃어 보였다.

청소년 상담사로 일하는 이유진 공공연대노조 경기본부 구리지부장은 "명백한 증거로 내란이 판단되는데, 혹시나 윤 대통령의 주장이 헌법재판소 판결에 영향을 미칠까 너무 걱정스럽다"고 밝혔다. 이 지부장은 농성의 원동력 중 하나로 정부의 '반여성' 실책을 꼽으며 "탄핵 촉구 집회에서는 여성, 소수자 의제도 많이 나온다. 탄핵 이후에 어떤 정책으로 반영돼야 하는지 드러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비상행동 의장단 일원으로 단식 중인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헌재의 판결만 남아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이자 최선의 것은 광장에 모이는 것"이라며 "노조 간부, 대표자들이다 보니 하루를 빼 나오는 것도 쉽지 않은데 지금은 모든 사업장 투쟁보다 '파면 투쟁'을 우선으로 해 다른 일정은 다 정리하고 광장으로 오는 것을 결의했다. 헌재 판결 소식이 신속하게 나오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11일부터 이틀간 진행한 민주노총의 광화문 광장 1박2일 노숙 농성. 2025.03.12. ⓒ민주노총 제공

광화문에 모이는 시민의 수는 점점 불어나고 있다. 함께 천막을 치고, 밤을 새우는 이들도 날이 갈수록 많아진다. 광화문은 남태령의 연장선이 됐다. 권혁주 전국농민회총연맹 사무총장은 "저희 입장에서는 남태령 이전과 이후는 완전히 다른 세상이다. 그때 함께한 시민들이 광장에서 만나면 반갑게 맞아주고, 천막으로 찾아와 인사해 주신다"며 "한 번의 고개를 넘었는데, 이제 또 한 번 더 넘어야 한다"고 마음을 다졌다.

국회의원 50여 명이 모인 '윤석열 탄핵 국회의원 연대' 소속 민주당 위성곤·박수현·민형배·김준혁,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광화문에서 단식 2일 차를 맞았다. 분노에 찬 시민들이 이들의 천막을 찾아 "탄핵 안 되는 거 아니냐"며 불안감을 호소하고 갔다.

박 의원은 "시민들의 불안감이 너무 크더라. 저희가 이렇게 있으니 와서 이야기라도 하고 가신다"며 "국민의 분노, 불안감을 생각하면 이것만이라도 우리가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헌재는 역사의 심판정이라는 엄중한 책임감을 갖고 있기 때문에 탄핵 인용 결정을 반드시 내릴 거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윤 의원은 "시민사회 운동을 주도하는 원로, 의장들과 제 정당이 결합하고, 노동자들이 결합하는 형태의 텐트촌이 꾸려진 게 처음인 거 같다. 각각의 목소리를 모아내는 게 쉽지 않은데, 그만큼 시기가 엄중하다는 것"이라며 "절박함, 결기로 뭉쳤다. 촛불, 응원봉이 더 광장으로 나올 수 있도록 촉매제 역할을 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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