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금융 해설서 ‘부자은행, 가난한 사회’ 출간

부자은행, 가난한 사회 - 금융성장의 역설 | 임수강 지음 | 더늠 | 22,000원 ⓒ제공 : 더늠

진보금융의 길잡이 역할을 할 책 ‘부자은행, 가난한 사회’가 20일 출간된다. 부제는 ‘금융성장의 역설’이다.

저자는 진보적 시각에서 금융 문제를 연구하는 경제학 박사다. 증권회사(채권 트레이더)와 은행 경제연구소에서 꽤 오랫동안 일하다 국회에서 정책보좌관으로 입법 활동을 이끌었다. 경기연구원에서 일할 때,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기본 시리즈” 가운데 하나인 기본금융 정책의 연구책임을 맡았다. 현재는 민주노총 산하 민주노동연구원의 정책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2022년에 국제결제은행(BIS)의 역사를 다룬 ‘바젤탑’을 번역·출판한 바 있다.

저자는 “좀 더 진보적이고 평등한 사회를 바라는 활동가, 노동조합 간부, 정치인, 시민이 읽어야 하는 책”이라며 “금융을 전문가 영역으로 생각하여 그들에게만 맡겨 놓으면 안 된다. 그들은 금융을 대자본, 부유층의 이익을 불리는 데 활용할 것이다. 더 나은 사회를 바라는 이들이 금융 문제에 정치적으로 개입할 수 있을 때 진보금융이 달성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금융의 가장 큰 특징은 이중성을 갖는다”고 강조한다. 금융이 생산적인 부문과 연계를 맺을 때는 산업 발전, 고용 증가로 이어질 수 있지만 부동산 담보대출과 같은 비생산적인 부문과 연계를 맺을 때는 사회적인 금융자원의 낭비, 부동산 투기, 자산 불평등의 확대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부자은행, 가난한 사회’는 진보금융이라는 다소 생소한 영역을 다룬다. 진보금융이란 다른 게 아니라 금융이 생산적인 부문을 지원하는 활동을 나타낸다. 비생산적인 부문을 지원하는 금융 활동을 규제하는 것도 진보금융에 포함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의 금융은 외환위기 이후 주택담보대출과 같은 비생산적인 부문과 연계를 맺으면서 크게 성장했다. 이러한 사실은 진보금융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일깨운다.


이 책은 임수강 박사가 “진보금융 찾기”라는 코너명으로 언론에 기고한 평론 형식의 글을 모은 것이다. 기고문들은 금융과 관련된 여러 이슈를 다루지만 그럼에도 글들을 관통하는 문제의식은 진보금융이다.

진보금융이라는 개념이 명확하게 규정된 것은 아니지만 이 책에서는 대체로 금융자본이나 부유층보다 노동자나 서민에게 유리한 금융정책을 진보금융으로 간주했다. 이는 금융이 어떻게 기능하느냐에 따라 특정 계층에 유리할 수도 불리할 수도 있음을 전제한다.

이 책은 금융이라는 다소 전문적인 영역을 다루지만 대부분 시사적인 내용이어서 생소하지는 않으며, 일반 비전문가 독자도 충분히 소화할 수 있는 수준이다(대학생 독자가 소화할 수 있는 수준). 금융의 사회적인 역할, 금융의 공공적인 역할, 금융 규제, 금융과 정치의 관계, 중앙은행의 기능 등을 교양수준에서 이해하고자 하는 독자들은 이 책을 안내서로서 읽을 수 있다.

진보 활동가, 정치인, 금융업 종사자들은 이 책에서 금융에 대해 기존과는 다른 시각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기존 주류의 시각은 금융의 순기능을 강조하는 데 초점을 맞추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금융은 이중적인 속성을 가지며 순기능뿐만 아니라 역기능도 갖는다. 이 책은 금융의 역기능과 그 역기능을 줄이는 정책적 과제에 대해 주로 관심을 둔다.

이 책의 핵심 메시지는 금융이 중립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금융의 성장은 모든 사람들과 모든 분야에 골고루 혜택을 가져다 주지 않는다. 금융의 성장이 특정한 계층에게는 유리하지만 다른 계층에게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금융의 과도한 성장은 금융부문에 이익을 가져다주겠지만 산업부문의 발전에 걸림돌 역할을 할 수도 있고 기타 여러 문제를 낳을 수도 있다.

이는 금융이 정치적이라는 명제와 연결된다. 금융이 중립적이지 않고 계층별로 다르게 영향을 주므로 금융 분야에서 이해관계자들의 이해는 날카롭게 대립한다. 이러한 이해관계의 대립은 정치의 영역에서 조정되어야 한다. 따라서 금융은 정치의 영역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다.

그렇지만 금융은 보통 전문가 영역으로 인식되는 경향이 있다. 금융이 어려운 분야이고 따라서 학습과 경험을 통해 이해를 넓혀가야 하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금융이 전문가 영역으로 넘어가버리면 금융은 특정한 계층(부유층과 금융세력)의 이익에 봉사하기 쉽다. 금융기관에 집중된 사회의 신용을 소수가 독점하여 자산을 늘리는 데 사용한다면 이는 금융 투기, 부동산 가격 거품의 형성, 금융자산 불평등의 심화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이다.

다수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금융제도를 만들기 위해서는 금융이 정치의 영역에서 더 활발하게 다뤄져야 한다. 특히 진보를 지향하는 활동가, 정치인들은 금융 이슈에 대해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 금융 이슈나 금융정책이 전문가들의 전유물이 되는 순간 금융은 사회발전에 기여하는 것이 아니라 불평등을 확대재생산하는 도구가 될 수 있다.

우리가 금융 현상을 바라볼 때 보통은 좋은 측면에만 주목한다. 그렇지만 금융 현상을 온전히 파악하기 위해서는 금융이 나쁜 측면도 갖는다는 사실도 이해해야 한다. 이 책은 금융이 어떤 역기능을 하는지, 그리고 그것을 완화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임수강 박사는 “금융이 더 많은 사람들에게 골고루 혜택이 돌아가기를 바라는 진보 활동가, 정책입안자, 시민들은 금융의 좋은 측면과 나쁜 측면을 모두 이해해야 한다”며 “이 책이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은 금융의 갖는 역기능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한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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