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리뷰] 선악이라는 인간 내면 풍경을 담다, 뮤지컬 ‘지킬앤하이드’

20주년 맞이한 장수 뮤지컬 ‘지킬앤하이드’ 오는 5월 18일까지 공연

뮤지컬 '지킬앤하이드' 공연 장면 ⓒ오디컴퍼니 제공

뮤지컬 '지킬앤하이드'가 20주년을 맞이했다. 현재 무대에서 관객을 만나고 있는 이 작품은 장수의 이유를 제대로 설명하고 있다. 바로 선과 악이라는 인간 내면의 풍경을 들여다본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 풍경을 화려한 무대 언어와 연기·가창력으로 표현해 관객을 사로잡고 있다.

사실 인간의 내면을 다루는 작품은 연극부터 영화까지 무궁무진하게 많다. '지킬앤하이드' 역시 인간 내면의 이중성을 다루는 대표적인 작품 중 하나다. 선한 지킬은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유능한 의사이자 과학자다. 반대로 지킬에게서 분리된 또 다른 자아 하이드는 악행의 상징이다. 이렇듯 작품은 상연 시간 내내 선과 악을 극명하게 드러낸다. 그럼에도 '지킬앤하이드'가 여타 작품과 비교해 특별한 이유는 선과 악이라는 단순한 구조를 현란한 무대 언어와 불변의 뮤직 넘버로 채우기 때문이다.

지킬은 선악 분리에 성공한 이후 기뻐하지만, 얼마 안 가 통제되지 않는 하이드 때문에 두려움에 떤다. 그리고 하이드의 악행은 광기의 선을 넘어버린다. 하이드가 가는 곳마다 살인이 벌어진다. 그것 때문에 지킬은 두려움에 떨고, 하이드는 광기의 날개를 더욱 크게 펴 나간다. 한 인간의 두려움과 광기의 영역 안에서 주변 인물들마저 공포에 떨거나 죽임을 당한다. 이처럼 극중 선과 악이라는 구도는 굉장히 단순해 보이지만, 그 안에서 펼쳐지는 인간 관계는 단순하지 않다. 윤리와 과학의 충돌 역시 복잡한 질문을 남긴다.

그런 것들이 폭발적인 무대언어로, 핵심을 찌르는 음악으로 표현된다. 더욱이 지킬과 하이드의 감정선이 고도를 향해 나아갈 수록 배우들의 연기도 정점을 찍는다. 특히 지킬과 하이드를 연기하는 배우의 연기가 그렇다. 분명 한 배우가 1인 2역을 하는 것인데, 한 무대에서 전혀 다른 두 사람이 두 배역을 연기하는 것 같다. 그 매력이 '지킬앤하이드' 곳곳에 숨어 있다. 관객들이 숨 죽이고 작품을 지켜보게 되는 이유다.

지킬은 선과 악을 분리해 보겠다는 신의 영역에 도전했다. 어쩌면 악을 통제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 그런 치료제를 개발한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의 생각은 빗나갔다. 악은 쉽게 통제 가능한 것이 아니었다. 작품에서 볼 수 있듯 말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선과 분리된 악은 더욱 통제가 어렵다.

작품이 주는 무거운 메시지도 분명하다. 선과 악을 분리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인간의 영역도 아니라는 점. 그리고 만일 악이 분리된다 할지라도 해결은 인간 스스로 해야 한다는 점이다. 인간이 책임져야 한다는 뜻이다. 작품 속에서 지킬의 모습을 살펴봐도 알 수 있다. 지킬은 하이드를 내면에서 분리했지만 결국 끊임없이 하이드를 잠재우려고 노력한다. 그리고 결국 그것이 불가능해지자, 자신이 해야 할, 자신만이 할 수 있는 일을 한다.

무대를 채우는 뮤지컬 넘버들도 작품을 봐야 할 이유 중 하나다. 들어도 들어도 질리지 않는다. 뮤지컬 '지킬앤하이드'는 1886년에 발표된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의 소설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The Strange Case of Dr. Jekyll and Mr. Hyde)'를 원작으로 하고 있다. 한국 초연 무대는 2004년에 진행됐다. 이번 시즌은 10번째 시즌이다. '지킬앤하이드'는 5월18일까지 블루스퀘어 신한카드홀에서 공연된다.

뮤지컬 '지킬앤하이드' ⓒ오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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