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민주당이 그간 국민의힘과 정부가 주장해 온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43% 안을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도 긍정적으로 수용하고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혀 빠르면 20일 본회의에서 '보험료율 13%·소득대체율 43%’를 골자로 한 모수개혁안이 처리될 수 있다고 한다. 진성준 정책위의장은 "오직 국민을 위해 대승적으로 한 번 더 양보하기로 결정했다"고 했지만, 이번 합의는 '공적 노후보장 강화'를 포기한 것에 가깝다. 민주당은 소득대체율을 수용하는 대신 국가지급보장 명문화, 출산 및 군복무 크레딧 확대, 저소득층 보험료 지원 확대 등 세 가지 조건을 내세웠다고 했지만, 이는 오래전부터 논의되어 온 기본적인 안전장치일 뿐, 노후 소득 보장을 높이는 대책이 될 수 없다.
연금개혁이 시급하고 중요한 과제임에는 분명하다. 그러나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를 앞둔 시점에 졸속으로 합의한 것이 석연치 않다. 권력 공백기에 처리해 정치적 부담을 줄이려는 것 아니냐는 오해와 조기 대선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에 어려운 과제는 털고 가자는 정치적 셈법이 우선했다는 의심을 지우기 어렵다.
지난해 국민연금 개혁 공론화위원회 시민대표단이 선택한 개혁안은 ‘더 내고 더 받기’였다. 소득대체율을 40%에서 50%로 올리는 '소득보장안'을 지지한 패널이 56%로 절반을 넘었다. 1차 설문조사에서 다수가 재정안정론을 지지했지만, 학습과 숙의를 거친 최종 조사(3차)에서는 소득보장론을 지지하는 시민들이 확연하게 늘어난 것은 국민연금의 주요 목적이 국민의 노후생활 보장에 있다는 것을 확인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공론화위원회의 조사 결과에도 불구하고 그간 민주당은 구체적 근거 없이 소득대체율 44%를 고수하며 '1%포인트 대치' 국면을 끌어왔다. 이재명 대표가 집권 후 '소득대체율 50% 인상을 고려하겠다'고 했지만, 이런 땜질식 처리는 민주당의 공적 연금제도와 노인빈곤 문제에 대한 원칙과 태도에 대한 우려를 증폭시킬 뿐이다.
국민연금 제도의 목적은 '국민의 생활안정과 복지증진'이다. 국민연금 재정의 지속가능성도 물론 중요한 목표이긴 하지만, 기금 고갈에 매몰돼 소득대체율을 깎기만 한다면 공적연금은 제 역할을 할 수 없다. 눈덩이처럼 커지는 노인 빈곤 문제에 대해서도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 정치권은 졸속합의가 아니라 기금고갈에 매몰된 일부 전문가, 언론을 중심으로 세대 간 도적질, 미래세대 보험료 폭탄과 같은 자극적인 공포마케팅 속에서도 보장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시민들의 의견을 존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