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시장이 전격적으로 실행한 서울 강남권 아파트 291곳에 대한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제) 해제가 강남은 물론 서울 전 지역의 아파트 가격을 끌어올리고 있다. 서울시가 잠실·삼성·대치·청담 지역의 아파트 291곳에 대한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후 30일간 거래를 분석한 결과, 전용면적 84㎡ 평균 매매가격은 해제 전 30일보다 평균 2.7% 올랐다. 전 평형 기준으로는 3.7% 상승했다. 아파트 거래량도 해제 전 30일 동안 107건에서 해제 후 184건으로 크게 올랐다.
아파트값이 오르면서 갭투기도 되살아났다. 차규근 조국혁신당 의원이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2월 갭투기로 의심되는 강남3구 주택 구매 건수는 총 134건으로 조사됐다. 이는 오 시장이 토허제를 풀겠다고 공언하기 전인 작년 12월의 61건에 비해 2배 이상으로 늘어난 수치다. 아파트값 급등은 강남3구를 벗어나 마포, 용산, 성동 등 한강인접지역으로 번지고 있다. 부동산 시장에 큰 교란 요인이 발생한 셈이다.
오 시장도 이를 인정하는 분위기다. 오 시장은 17일 "확실히 지난 일주일 동안 거래가 성사된 물량이 많이 늘었다"면서 "이것은 이상 조짐"이라고 말했다. 다만 오 시장은 "특단의 조치를 해야 할 정도로 비정상적으로 과도하게 올랐느냐는 판단의 여지가 있다"면서 "거래량 변화와 가격 상승 정도를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여지를 뒀다.
지금의 경제상황을 볼 때 아파트값이 크게 오르고 거래가 활발해진 것은 투기 이외의 요인으로 보기 어렵다. 정부와 한국은행, 주요 연구소들이 하나같이 1%대 저성장을 경고하고 있고, 노동자들의 실질임금은 몇 년째 하락세다. 피부로 체감되는 자영업 경기까지 더하면 자산가격이 급격히 오를 하등의 이유가 없다. 결국 오 시장이 인위적으로 아파트가격을 끌어올렸다는 것이 유일한 설명이 된다.
대선을 앞둔 오 시장의 입장에선 자신의 잠재적 지지층인 서울의 아파트 소유자들에게 소구할 필요가 있었을 터다. 그러나 시장과열을 막고 투기를 억제하기 위해 취해져 온 조치를 이렇게 풀어버린 건 이해하기 어렵다. 오 시장은 다른 대권주자들과 달리 실제 집행의 권한을 가진 광역단체장이다. 단체장의 권한을 선거를 위해 남용하는 것은 좋은 정치지도자가 취할 태도가 아니다. 오 시장 스스로 "이상 조짐"이라고 말할 정도라면 이제 오류를 인정하고 관련 규제를 원점으로 돌린 후 국민에게 사과해야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