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극우파시즘이라는 낯선 세계] 차별과 혐오를 함께 넘어서기 위해

릴레이 기고⑧끝 극우 파시즘과 노동운동

편집자주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 선포에 따른 내란 사태는 1월 19일 서부지법 폭동을 거치며 극우파시즘의 발호를 안팎에 과시했습니다. 수면 아래에 있던 극우세력의 음모론적 주장과 폭력적 양태가 거리를 채우고, 보수여당마저 끌려가는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극우파시즘이라는 낯선 현상에 많은 이들이 당황하고 걱정하고 분노하고 있습니다. 군사독재 정권의 억압적 통치와 달리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며 중국타도와 부정선거를 외치는 오늘의 극우파시즘은 낯설고 당혹스럽습니다.
윤석열이 탄핵되고, 여당의 재집권이 저지돼도 극우파시즘의 폭주가 제어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어두운 전망이 커지고 있습니다. 지금 중요한 것은 극우파시즘이라는 현상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깊이 파악하는 것이겠습니다.
7편의 연구자, 전문가 기고에 이어 마지막 기고는 12.3 내란 이후 현장과 광장에서 투쟁에 앞장서고 있는 민주노총과 노동운동의 고민과 전망을 담았습니다.


윤석열 정권은 극우 파시스트 정권이다. 노동자들은 그의 취임부터 내내 계엄이었다. 그는 노동개혁을 의료, 교육, 연금 등에 앞세운 국정과제로 밀어붙였다. 노동조합에 대한 탄압은 군사정권 못지않게 악랄했다. 화물연대 노동자의 파업을 사문화한 업무개시명령으로 탄압했다. 건설업 불황을 건설노조 탓으로 돌리고, 노조를 ‘건폭’으로 몰며 1년 넘게 수사했다. 조합원 2천여 명이 경찰 수사를 받았고 40여 명이 구속됐다. 결국 양회동 열사를 죽음으로 내몰았다. 민주노총을 종북세력이자 비리로 점철된 부패 기득권집단으로 선동했다. 그러나 정권의 광적인 탄압은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고, 그가 내세운 공정과 상식이 결국 극우세력의 구시대적 퇴행을 포장한 것임을 드러냈다. 국민들은 윤석열에게 박근혜를 넘어 전두환, 박정희를 보게 됐고, 비등해지는 국민의 분노와 저항은 비상계엄의 동기가 됐다.

21일 서울 세종대로에서 열린 민주노총 건설노조 간부 양회동 열사 영결식에서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이 조사를 읽고 있다. 2023.06.21 ⓒ민중의소리

윤석열과 극우세력의 민주노총 사냥

내란범들은 비상계엄 직후 정치인·법조인과 함께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을 체포하려 했다. 또한 노상원의 수거 명단에는 사회단체와 함께 전교조도 들어 있었다. 윤석열은 내란 모의를 할 때마다 민주노총을 언급하며 ‘비상대권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했다. 내란 사태 이후에도 윤석열과 극우 시위대, 그들의 스피커인 유튜버들은 민주노총에 대한 파렴치한 공격을 지속했다. 민주노총이 경호처의 총기 사용을 유도한 뒤 대통령 관저로 진입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는 가짜뉴스를 퍼뜨렸다. 민주노총 조합원이 경찰을 폭행해 “혼수상태”, “뇌사상태”라는 극우 인터넷 매체의 가짜뉴스를 삽시간에 퍼 날랐다. 민주노총 게시판에는 양경수 위원장 살해 협박까지 등장했다. 민주노총이 북한의 지령을 받아 민주당을 좌지우지한다는 밑도 끝도 없는 망상이 혐오를 증폭시켰다.

극우 파시즘의 존재 방식은 혐오와 차별

내란 전에도, 후에도 극우세력은 노동조합을 공산전체주의, 부패, 폭력집단으로 매도하여 대중과 분리시키려 했다. 심지어 민주노총의 이태원 참사 투쟁을 북한 지령에 의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극우 집회나 온라인에는 민주노총 위원장과 간부들이 수억 원의 연봉을 받고 호의호식한다는 날조가 넘쳐난다. 모든 민주국가의 보편적 기본권이자 우리나라 헌법이 보장하는 노동3권은 간단히 부정된다. 나치의 유대인 탄압, 군부독재 시절 좌경용공의 낙인과 다름없다.

극우세력 등장은 세계적 추세라고 한다. 신자유주의 세계화가 한계에 봉착했기 때문이다. 많은 나라에서 자국의 제조업을 보호하고 일자리를 보장하려는 정책이나 사회복지 혜택을 자국민에게만 제한하려는 흐름이 뚜렷하다. 이주민에 대한 혐오와 차별은 극우세력이 공공의 적을 만들고 국민을 분열시켜 지지를 확장하는 전통적 방법이다. 특히 이런 공세에 신자유주의 금융화, 양극화로 소외된 노동대중이 포획되는 경우도 많다. 불평등을 야기한 자본에 대한 분노를 혐오라는 프리즘을 통해 사회적 약자에게 돌리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이주노동자는 물론 특히 중국에 대한 공포·혐오와 결합되는 경향이 강하다.

이에 더해 한국의 극우는 독특하게 반민족적, 외세추종적 성향을 갖는다. 중국과 북한에 대해서는 배타적 경향을 보이면서, 미국과 일본은 국익을 포기하면서까지 추종한다. 트럼프의 재집권으로 ‘종주국’ 미국은 관여와 개입 대신 자국우선주의로 급선회하는데, 과거에 남은 미국 추종자들은 한미동맹을 맹신하며 성조기를 흔들고 있다. “트럼프가 윤석열을 구할 것”이라는 황당한 망상은 극우세력의 시대착오, 현실착오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한 번도 이루지 못한 친일·외세부역 청산을 실현하고, 자주적 입장을 공고히 하는 것이 극우세력 청산·단절의 출발점이다.

극우 파시즘에 맞서는 투쟁은 노동자의 생존권 쟁취 투쟁이다

12.3 비상계엄은 윤석열 말대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평화로운 계엄’처럼 보일 수도 있다. 2시간짜리 실패한 계엄을 희화화하는 코미디 영상도 있다. 하지만 내란범들은 비상계엄을 오래 전부터 구체적으로 준비했다. 체포 명단과 체포조, 감금 장소, 사살 계획까지 세웠다. 계엄이 성공했다면 군이 국회, 법원, 선관위, 헌법재판소, 정부청사, 지자체를 통제하고, 광장은 장갑차와 탱크가 장악했을 것이다. 영장 없이 체포·구금되고 고문당하다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지는 사회가 됐을 수 있다. 1호 포고령의 4항 “사회혼란을 조장하는 파업, 태업, 집회행위를 금한다”는 계엄의 주요 목표를 잘 보여준다. 해방 이후 80년 동안, 직접적으로는 1987년 노동자대투쟁 이후 확대·신장시켜온 노동자의 권리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을 것이다. 민주노총이 내란 사태에서 윤석열 탄핵, 체포구속 투쟁에 사생결단으로 최선봉에 나선 이유다.

민주노총은 시민과 하나가 됐다

“윤석열 내란으로 인한 분노보다, 혹한의 고통보다, 윤석열 정부 지난 2년 6개월의 스트레스보다 이번 투쟁에서 응원봉, 시민들을 만난 기쁨이 훨씬 크다”는 민주노총 임원의 한남동 발언이 생각난다. 그 말에 민주노총 모든 활동가들의 마음이 담겨 있다. “모두가 안전한 공동체를 만들자는 동지를 만났는데 어찌 좋지 않겠습니까? 매일매일 새로운 진보적 가치에 대해 학교도 아닌 광장에서 배우는데 어찌 좋지 않겠습니까?”

탄핵 광장은 민주노총에게 감동의 연속이었다. ‘길을 여는 민주노총’이라는 이름을 시민들이 지어줬다. 물리력으로 광장을 여는 역할도 했지만, 민주노총은 고비마다 방향을 제시하기를 마다하지 않았다. 계엄 당일 조합원 국회 집결 지침을 실행했고, 윤석열의 대국민담화를 보며 분노한 시민들의 마음을 대통령 관저 진격 투쟁으로 표출했다. 윤석열 체포라는 구호는 있었지만 구체적 실천이 없었던 상황에서 방향타를 제시하는 계기가 되었다.

1월 3일 공수처가 내란수괴 체포를 포기한 날, 민주노총은 ‘한남동 대첩’을 준비했다. 한강진역에 도착하니 극우 시위대가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며 조롱했다. 민주노총이 다시 나서야 할 시간이었다. 1만 조합원이 밤샘 노숙투쟁을 결의했고, 시민들과 응원봉 동지들이 화답했다. 주변 성당과 상가는 건물을 개방해줬고 시민들은 응원 물품, 푸드트럭을 지원했다. 눈 속에 핀 꽃 ‘키세스 투쟁단’이라는 새로운 표현을 만들어냈다. 우린 3박4일 동안 눈보라에 얼었으나 춥지 않았고, 제대로 먹지 못했지만 배고프지 않았다. 늘 언론의 표적이 되고, 사회적 냉대를 받던 민주노총과 노동자들은 연대 속에 따뜻하고 배불렀다. 그렇게 민주노총과 시민은 하나가 됐다.

내란수괴가 만면의 웃음을 띠고 석방돼 관저에서 사실상 정치활동을 재개하고, 헌재를 향한 극우세력의 위협과 압박이 최고조에 달한 3월 15일. 윤석열 파면 선고가 하루하루 늦춰지며 시민들의 피가 마르고, 민생이 파탄을 면치 못할 때 민주노총은 다시 한번 전면에 나섰다. 전체 조합원 행동의 날을 선포하고 광화문으로 총집결해 100만 범국민 항쟁에 앞장섰다. 이후 윤석열 파면 선고에 극우세력이 폭력난동을 부려도 강력하고 슬기롭게 진압하고, 사회대개혁을 향해 길을 열 것이다.

11일 서울 종로구 경복궁 동십자각에서 열린 '내란 종식! 윤석열 즉각 파면! 민주노총 전국단위사업장 대표자 비상 결의대회'에서 참석자들이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5.03.11. ⓒ뉴시스

새로운 노동운동으로 극우 파시즘을 극복하자

조직된 민주노총과 응원봉 시민이 만난 탄핵 광장에서 비록 서로 낯설었지만 이해와 존중으로 하나가 될 수 있었다. 2016년 박근혜 탄핵 투쟁 때는 시민들이 부담스러워한다는 이유로 민주노총은 깃발도 내리고 조끼도 벗고 집회에 참석했다. 구호도, 투쟁가도 쉽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에는 민주노총의 인사법인 ‘투쟁’을 시민들도 함께했다. ‘다시 만날 세계’, ‘비딱하게’와 ‘임을 위한 행진곡’을 서로 배워서 불렀다. 함께 눈비를 맞고 밤을 지새우며 노조에 대한 왜곡된 인식을 넘어섰다. 광장에서 우리는 서로 존중하고 소통하며 차별과 배제의 파시즘에 대항할 연대의 공동체를 만들 수 있었다. 이 광장 정신이 앞으로 우리가 지향해야 할 사회 모습이며, 동시에 노동조합 조직운영의 새로운 원리라 할 수 있다. 응원봉 연대시민의 눈으로 노동조합을 점검하고 혁신해야 한다.

윤석열 파면 즉시 조기 대선이 시작된다. 대선에서 내란세력, 극우세력을 압도적으로 패퇴시켜야 한다. 하지만 대선 이후에도 극우 파시즘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을 것이다. 내란을 반대하는 모든 세력이 연대해 극우세력을 압도하고 이를 바탕으로 반민주적 내란동조행위를 처벌하며 우리의 일상 밖으로 내몰아야 한다. 이것이 45년 만에 내란을 경험한 민중의 요구다. 지금 민주노총이 시민들에게 박수받는 이유는 시대와 민중의 요구에 맞게 헌신적으로 활동했기 때문이다. 노동운동이 대안이 되기 위해서는 시대 변화에 민감해야 하고 민중의 요구를 직시해야 한다. 민주노조와 진보운동의 원칙을 지키되 대중적 입장을 견지해야 한다. 윤석열 퇴진 광장에서 확인한 것처럼 노동운동과 각성된 시민의 힘이 하나로 뭉칠 때 극우 파시즘을 끝낼 수 있다. 이를 통해 수십 년 동안 너무 오른쪽으로 기울어진 한국 사회의 이념지형을 정상화할 수 있다. 극우세력과 왜곡된 이념공세가 사라진다면, 노동자와 시민의 연대를 통해 사회대개혁을 더욱 강력하게 추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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