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지난해 1월 부산에서 벌어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에 대한 정치테러를 희화화하는 폭언을 했다. 정치도의상으로나 인간의 기본윤리로나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진영에 숨어 유야무야 넘어갈 수준을 넘어섰다.
안 의원은 19일 오전 자신의 SNS에 이 대표를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 민주당은 전날 이 대표와 세계적 석학 유발 하라리 교수가 AI와 인류의 미래를 주제로 22일 대담을 갖는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안 의원은 이른바 K엔비디아 논쟁 과정에 이 대표와의 토론을 희망했으나 진척되지 않았다는 불만을 글로 적었다. 충분히 있을 수 있는 비판이다. 안 의원이 나름 IT 영역 전문성이 있으니 아쉬움이 클 수도 있다.
그러나 글에는 뜬금없이 이 대표에 대한 정치테러를 희화화한 자극적 표현이 들어갔다. 옮겨보면 이렇다. “본인이 먼저 제안한 공개토론을 꽁무니를 빼고 세계적인 석학과의 대담을 택한 것은, 총을 맞고도 피를 흘리면서도 ‘Fight'를 외친 트럼프 대통령과 대비되며 부산에서 목을 긁힌 뒤 죽은 듯이 누워있는 이재명 대표의 모습과 너무도 유사한 행동입니다.” 도대체 이 표현에 상식을 가진 어떤 국민이 적절하다고 느끼겠는가.
이 사건은 이미 테러범이 살인미수 등의 혐의로 징역 15년형을 확정받은 중범죄 사건이다. 국회 1당의 대표가 백주에 칼에 목을 찔려 피를 흘리며 쓰러져 사경을 헤매다 살아난 사건이다. 어떻게 “긁혔다” “죽은 듯이 누워 있었다“고, 마치 이 대표가 엄살을 부렸다는 듯 조롱할 수 있단 말인가. 더구나 해당 표현은 이 대표와 유발 하리리의 대담 비판에 꼭 필요한 것도 아니다.
12.3 내란 이후 아스팔트 극우가 발호하며 서부지법 폭동 등 곳곳에서 폭력행위와 거친 언사가 사회를 분열시키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정치인들이 절제되고 정제된 언어를 써야 한다. 이는 여야 모두에게 해당한다. 특히 물리적 폭력을 두둔하는 표현은 극히 조심할 필요가 있다.
안 의원은 비록 지금 보수정당에 몸담았지만 합리적 정치를 표방하고 있고, 윤석열 탄핵에도 찬성표를 던졌다. 최근 여권에서는 대선 후보와 향후 당권을 노리며 극우세력에 합세하고 아부하는 정치인들이 날로 늘고 있다. 그들의 발언도 갈수록 거칠어지고 있다. 안 의원의 해당 발언도 그렇게 보이며, 그래서 비판에도 정정하지 않는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이번 경우는 단순한 표현상의 실수나 뉘앙스의 차이가 아니다. 명백히 살인미수 정치테러를 희화화하고 그 피해자를 조롱한 것으로, 나아가 폭력을 부추겼다고 볼 여지도 크다. 안 의원은 당사자와 국민 앞에 발언을 취소·사과해야 한다. 아무리 정치가 막 간다고 해도 죽다 살아난 사람에게 엄살이라고 놀리는 게 정치일 수는 없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