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좋은 사람’이 되기를 바란다. 일부러 나쁜 사람이 되려는 사람은 없다. 그런데 연극 시작과 함께 무대에 등장한 한 남자는 단언한다. 자신은 좋은 사람이 아니라고. 변호사라는 사회적 지위와 잘 차려입은 옷. 그는 나쁘거나 악한 사람으로 보이지 않으며 신뢰감을 갖게 한다. 하지만 그는 굳이 자신을 좋은 사람이 아니라고 한다. 그는 어떤 사람일까?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의 원작 소설 ‘지킬 박사와 하이드’를 1인극 형식으로 재해석한 작품, 연극 ‘지킬 앤 하이드’의 이야기다. 이 작품은 대학로 TOM 2관에서 3월 4일 국내 초연 무대를 갖고 있다. 이 연극은 몇 가지 면에서 관심을 모았다. 국내에서 영화, 드라마, 뮤지컬 등에서 활약하는 배우 최정원, 고훈정, 백석광, 강기둥이 젠더 프리로 캐스팅되었다는 것. 한 명의 배우가 극 속 모든 인물을 연기하는 ‘퍼포머(Performer)’로 무대에 오른다는 것이다.
1인극 ‘지킬 앤 하이드’의 매력 속으로
‘지킬 앤 하이드’는 뮤지컬로 우리에게 익숙한 작품이다. 뮤지컬은 화려한 무대, 아름다운 음악, 극적인 구성으로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그런 뮤지컬 무대는 잊어도 좋다. 이 작품은 배우가 관객과 대화를 하는 형식으로 관객을 스릴러 작품의 예리한 긴장감 속으로 끌고 간다. 간결한 무대 중앙에 위치한 그로테스크한 문은 지킬과 하이드를 만나는 통로가 된다. 배우 한 사람이 만들어 내는 다양한 인물들의 섬세한 변화도 눈여겨볼 부분이다. 관객은 90분이라는 시간을 통해 뮤지컬과 완전히 다른 연극 ‘지킬 앤 하이드’를 만날 수 있다.
연극 '지킬 앤 하이드' 공연 사진, 퍼포머 역 고훈정 배우 ⓒ(주)글림아티스트
연극의 주인공은 지킬이 아니다. 지킬의 절친이자 그의 변호사인 ‘어터슨’이 주인공이다. 연극은 어터슨의 시점에서 친구 지킬의 이야기를 풀어간다. 어터슨은 야심한 밤에 벌어진 국회의원 살인 사건에 하이드가 연루되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지킬이 유산 상속인으로 지목한 사람이 바로 ‘하이드’였다는 사실을 기억해 낸다.
어터슨은 지킬이 하이드 때문에 곤경에 처했다고 생각하고, 하이드와 관계를 끊을 것을 조언한다. 어터슨은 하이드의 정체를 밝혀내기 위해 하이드가 사라진 문을 감시하는 등 온갖 노력을 한다. 하이드를 만나게 된 어터슨은 지킬과 하이드가 다른 사람이 아니라 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충격을 받는다.
선과 악, 인간 본성을 탐구하다
어느 날 밤, 어터슨은 지킬의 집사와 함께 지킬을 찾아간다. 어터슨의 손에는 도끼가 들려있다. 만일의 상황을 위해서 가져간 도끼로 문을 부수고 들어간 어터슨은 하이드이자 지킬을 만나게 된다. 하지만 어터슨은 잔인한 살인자인 하이드와 집사를 함께 남겨두고 떠난다. 자신이 가져온 도끼를 그대로 두고서 말이다.
어터슨은 지킬과 하이드가 같은 사람이라는 사실을 세상 사람들이 알게 되는 것을 두려워했다. 지킬은 자신 속에 숨겨졌던 하이드가 저지른 온갖 악행을 통해 묘한 해방감을 느꼈다고 했다. 어터슨의 의도는 무엇이었을까? 이제 어터슨의 다시 이야기한다. 자신은 좋은 사람이 아니라고 하지 않았느냐고.
연극 '지킬 앤 하이드' 4인 포스터 ⓒ(주)글림아티스트
이 작품은 인간 속에 존재하는 선과 악이 충돌하는 과정을 지킬과 하이드를 통해 그려낸다. 이준우 연출은 “원작의 강렬한 서사를 바탕으로 현대적인 시각에서 선과 악, 인간의 이중성에 대해 풀어내고자 한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연극 ‘지킬 앤 하이드’는 오는 5월 6일까지 대학로 TOM 2관에서 공연된다.
연극 '지킬 앤 하이드'
공연 날짜 : 2025년 3월 4일(화) ~ 2025년 5월 6일(금) 공연 장소 : 대학로 TOM 2관 공연 시간 : 화, 목, 금 20시/수 16시, 20시/토, 일, 공휴일 15시, 18시 30분/월요일 공연 없음 러닝 타임 : 90분 관람 연령 : 14세 이상 원작 : 게리 멕네어(Gary McNair) 연출 : 이준우 출연진 : 최정원, 고훈정, 백석광, 강기둥 공연 예매 : 인터파크 티켓 1544 - 15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