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배에서 내리지 않은 천재 피아니스트, 음악극 ‘노베첸토’

이탈리아 문학 거장 ‘알렉산드로 바리코’가 쓴 ‘노베첸토’가 원작...6월 8일까지

음악극 '노베첸토' ⓒ공연기획사 HJ컬쳐(주)

20세기 첫날, 호화 유람선 안에서 버려진 아기가 발견된다. 아이를 발견한 한 인부는 아이에게 '1900(나인틴헌드레드)'이라는 이름을 지어준다. 아기는 조금 더 자라나 천부적인 피아노 실력을 보여주게 된다. 그리고 배 안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유람선 고객들을 위한 피아노 연주를 한다.

나인틴헌드레드의 특이한 점은 절대 배에서 내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사람들은 그에게 묻는다. 왜 배에서 내리지 않냐고 말이다. 그의 표정은 사람들에게 외려 반문하는 것 같다. 배가 자신의 세계이자 자신의 집인데, 왜 내려야 하냐고 말이다.

영화 '피아니스트의 전설' 속 이야기다. 주인공 나인틴헌드레드는 "육지 사람들은 '왜?'라는 질문으로 시간을 너무 낭비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한다. '왜'라는 질문에 자신의 삶을 너무 많이 갉아먹는 것은 아닌지 되묻게 된다. 대신 그는 보여준다. '왜'라는 질문 대신 '어떻게' 사는 건지 말이다.

이를 테면, 재즈 창시자 '젤리 롤 모튼'이 피아노 실력을 겨루고 싶어할 때에도 나인틴헌드레드는 왜 경쟁을 해야 하는지 이해하지 못한다. 최고의 실력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경쟁에 연연하지 않는 모습은 경쟁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는 요즘 사람들에게 메시지를 던진다. 또한 '사람 답게 살려면 육지로 나가서 세상도 좀 보고 그래야지' 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그는 세상을 보고 연주를 하는 대신 자신을 스쳐 지나가는 많은 사람들과 삶의 풍경을 보고 연주한다. 그에겐 뱃사람들과 승객들이 세상인 셈이다.

한 번은 아름다운 여성을 보고 첫 눈에 반해 처음으로 배에서 내려야겠다는 결심을 하기도 하지만 그는 88개 건반 안에서 자신의 역할과 삶을 성실하게 이행하며 살아간다. 그는 배 안에서 더 편안하고 자유로워 보인다. 오히려 선택해야 하고 책임져야 할 것이 광대한 육지 세상이 그에겐 무서운 공포나 다름없을 것이다.

원작은 이탈리아 문학의 거장 '알렉산드로 바리코'가 쓴 모놀로그 '노베첸토'다. 노베첸토는 이탈리아어로 '1900(나인틴헌드레드)'를 의미한다. 이 작품을 원작으로 한 동명의 음악극이 'HJ 씨어터 프로젝트' 첫번째 작품으로 관객을 만나고 있다. 이 음악극 '노베첸토'는 배에서 평생을 보낸 피아니스트의 삶을 무대 언어로 보여주고 있다. 고귀하게 외롭고, 아름답게 고독한 삶을 펼쳐 보인다.

피아노를 형상화한 듯한 무대는 노베첸토(나인틴헌드레드)의 독특한 현실과 삶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피아노가 그의 삶이고 세계인 것임을 알 수 있다. 독특한 무대로 관객은 더 몰입감 있게 작품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관객도 피아노 속에 놓여 있는, 아주 독특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무엇보다 흥미로운 것은 이러한 무대에서 펼쳐지는 배우의 연기다. 영화 속에선 나인틴헌드레드가 정말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지만, 음악극 속에선 단 1명의 배우가 무대를 이끌어 나간다. 1명의 배우가 11명의 캐릭터를 맡는다. 배우 오만석, 주민진, 유승현, 강찬 배우 등이 홀로 무대에 등장해 입체적인 캐릭터들로 무대를 채운다. 한 명의 배우가 이야기의 모든 것을 끌고 나가야 하는, 배우의 엄청난 에너지를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영화 '피아니스트의 전설'은 2000년 골든글러브 음악상을 수상할 정도로 음악 부문에서 극찬을 받았다. 음악극 '노베첸토' 역시 피아니스트의 라이브 피아노 연주로 관객의 귀를 사로잡는다. 무대와 호흡을 맞춘 라이브 연주는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또 다른 화자이자 주인공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김여랑, 조영훈 피아니스트가 공연에 참여했다.

음악극 '노베첸토'는 6월 8일까지 예스24스테이지 2관에서 공연된다.

음악극 '노베첸토' ⓒ공연기획사 HJ컬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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