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윤일(왼쪽부터) 두산아트센터 공연 프로듀서, 이오진 연극 '생추어리 시티' 연출, 이래은 연극 '엔들링스' 연출, 이소영 뮤지컬 '광장시장' 연출, 장혜정 두산아트센터 두산갤러리 큐레이터, 주일우 공동제작 '이음' 대표가 24일 서울 종로구 두산아트센터에서 '두산인문극장 2025: 지역 LOCAL' 제작발표회를 하고 있다. 2025.03.24. ⓒ두산아트센터 제공
지역이 하나하나 소멸해 가고 있다. 여기에 저출산 문제가 더해지면서, 지방 소멸은 가속화되고 있다. 학교가 사라지니 교육 시스템이 붕괴되고, 인구수가 줄어드니 경제와 산업도 무너진다. 2025년, 지역은 지표상의 공간적 의미를 넘어서 소외, 소멸, 배제의 상징이 돼 버렸다. 우리에게 지역은 무엇일까. 두산아트센터의 '두산인문극장'은 지역이 품고 있는 다양한 의미에 공연, 전시, 강연 등으로 질문을 던져볼 예정이다.
두산아트센터는 24일 두산아트센터에서 '두산인문극장 2025: 지역 LOCAL' 제작발표회를 열고 올해 주제를 '지역'으로 선정한 이유와 '지역'에 관한 질문을 던져볼 작품들을 소개했다. 올해 '지역'을 주제로 선보일 공연은 3편, 전시는 1편, 강연은 8회로 진행된다.
'두산인문극장'을 공동제작한 주일우 이음출판사 대표는 "전 세계적으로 마찬가지일 텐데, 현재 우리 나라에서 문제되고 있다고 생각하는, 중심을 향해서 모든 게 집중되고 지역이 소멸되는 것과 관련해서 생각해볼 수 있는 다양한 질문에 대해 주제를 잡고 주제에 맞는 공연을 준비했다"고 밝혔다.
그는 '지역'이라는 주제가 결정된 시기와 이슈 포인트에 대해 "최근에는 저희가 주제 선정을 2년 전쯤 한다"면서 "(주제 선정을) 한 해 전에 하면 저희가 연극을 같이 제작하고 전시를 만드는 게 어려워서 두 해 전에 하게 되는데 그래서 고민을 더 많이 한다"고 말했다.
이어 "두 해가 지나고 난 후에도 (주제가) 의미가 있을 것인가 고민도 하고 예측도 한다"면서 "두 해 지난 후에도 의미 있는 주제를 찾아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역 주제는 지금 현재 여러 해 동안 문제가 돼 왔던 주제이고 한국 사회에서 계속 특히 심각해지고 있다"면서 "지방 소멸 문제는 지방의 큰 도시 조차도 서울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서울이 중간에서 모든 것을 끌어당기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런 문제들이 초 저출산 문제와 같이 엮이면서 지방은 대학 같은 교육 시스템이 붕괴되고 경제적 산업적으로도 어려운 상황으로 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지역과 중앙으로 나뉘는 것은 언제나 밀도의 문제인 것 같다. 어디가 밀도가 크고 어디가 밀도가 낮으면, 자연 법칙에 따라 밀도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퍼지게 돼 있는데 한국은 반대방향으로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남윤일(왼쪽부터) 두산아트센터 공연 프로듀서, 이오진 연극 '생추어리 시티' 연출, 이래은 연극 '엔들링스' 연출, 이소영 뮤지컬 '광장시장' 연출, 장혜정 두산아트센터 두산갤러리 큐레이터, 주일우 공동제작 '이음' 대표가 24일 서울 종로구 두산아트센터에서 '두산인문극장 2025: 지역 LOCAL' 제작발표회를 하고 있다. 2025.03.24. ⓒ뉴시스
관객을 만나게 될 공연 3편은 연극 '생추어리 시티'(4.22 - 5.10), 연극 '엔들링스'(5.20 - 6.7), 뮤지컬 '광장시장'(6.17 - 7.5) 등이다.
이오진 연출가는 연극 '생추어리 시티'를 선보인다. 그는 "생추어리 시티는 성역도시, 이민자 보호 도시라고 번역된다. 미국에서 미등록 이민자를 추방하지 않는 주를 뜻하는 은어를 의미한다"면서 "트럼프 정부가 출범하면서 현재 이민자 지위가 불안해지는 상황이다. 그 상황에서 이 작품은 추방당할 위협, 차별, 정체성 사이에서 사랑과 우정을 그려낸다"고 소개했다.
이어 "이 작품은 20년전 미국을 배경으로 쓰였지만 2025년에 한국에서 살기 위해 노력하는 외국인 상황과 대동소이하다"면서 "이 희곡이 미국의 얘기, 옛날 얘기, 남 얘기가 아니라 지금 우리가 속한 이 세계의 이야기라는 것을 느끼길 바라면서 연극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래은 연출은 연극 '엔들링스'의 연출을 맡았다. 그는 "한국에 살고 있는 노년의 세 할머니와 미국 맨하튼에 사는 하영이의 이야기"라면서 "한 사람 안에서 끊임없이 충돌, 교차, 공존하는 정체성들에 대해 우당탕한 질문들을 하고 사유하는 작품"이라고 말했다.
이소영 연출은 뮤지컬 '광장시장' 연출을 맡았다. 그는 "이주민 여성 노동자 아응은 미얀마에서 온 여성이다. '광장시장'은 아응을 통해서 이주민이 새로운 공간에서 자리잡아가는 과정과 정체성 변화를 담은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아응이 이곳에 진짜 어울리기 위해서 그녀 스스로 이곳을 자기 자리로 받아들이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면서 "필요한 것은 낯선 공간에 열어놓을 용기와 인정하는 마음과 시장과 함께 변해가는 유연함, 그런 변화를 통해서 받아들여진 이민자가 아니라 스스로 광장시장의 일부가 되어가는 과정을 담고자 한다"고 말했다.
전시 1편은 두산아트센터 내 두산갤러리에서 열리는 'Ringing Saga' 전이다. 6월4일부터 7월12일까지 진행된다. 참여 작가는 구동희·김보경·안진선·이유성·홍이현숙 작가다. 이들은 두산아트센터가 위치한 종로를 출발점으로, 도시를 재조직하는 가능성들을 모색해 볼 예정이다.
이날 제작발표회에는 주일우 (공동제작, 이음출판사 대표), 남윤일 (두산아트센터 공연 프로듀서), 장혜정 (두산아트센터 두산갤러리 큐레이터), 이오진 (연출가), 이래은(연출가), 이소영(연출가) 등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