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16일 울산의 한 식당을 방문애 결식아동 등에게 무료 점심을 제공해온 사장 및 직원들과 기념촬영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2025.04.16. ⓒ뉴시스
대통령 권한대행인 한덕수 총리의 행보가 주목된다. 한덕수 권한대행의 대선 후보 출마 가능성이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을 중심으로 나오고 있고, 출마 선언도 하지 않았지만, 보수 성향 후보 가운데 지지율 1·2위를 다투고 있다. 대선을 공정하게 관리해야 할 책임이 있는 대통령 권한대행이 직접 대선후보로 나서는 것이 적절하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더구나 대통령직 또는 권한을 가진 이가 대선 후보로 직접 뛰어드는 것은 박정희·전두환 전직 대통령 이후 처음이어서 논란을 키우고 있다.
22대 총선 앞두고 전국 돌며 민생토론회로 국힘 지원한 윤석열 연상케 하는 한덕수 권한대행의 최근 행보
한덕수 대행의 최근 행보를 두고 대선을 염두에 둔 일종의 선거운동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 권한대행은 지난 15일과 16일 광주와 울산을 연이어 방문했다. 국회에선 지난 14일부터 16일까지 대정부질문이 열리고 있었지만, 한 대행은 불참한 채 지방 방문에 나선 것이다.
15일 광주를 방문한 한 대행은 기어오토랜드를 찾아 회사 관계자와 노동자들을 만났다. ‘1000원 백반’을 어려운 이들에게 제공하는 식당을 찾아 손편지를 전달했고, 식재료도 후원했다. 16일 울산을 방문해선 HD현대중공업 울산 조선소를 방문한 뒤 울산 중앙전통시장에서 15년간 결식 아동들에게 음식을 제공해 온 식당을 찾기도 했다.
이런 한 대행의 행보는 대선후보의 선거운동 혹은 대통령이 자신의 소속 정당을 지원하기 위한 정치행보와 닮았다. 지난해 치러진 22대 총선을 앞두고 윤석열은 2024년 1월부터 3월 말까지 24회에 걸쳐 전국을 순회하며 민생토론회를 열었다. 방문하는 지역마다 개발공약을 발표했고, 국민의힘이 접전을 벌이는 지역을 중점적으로 방문하며 ‘관권선거’라는 논란이 나왔다. 결국, 시민단체 등은 윤석열을 공직선거법 위반 등으로 최근 고발했다.
윤석열이 총선 기간이던 지난해 3월 19일 서울 영등포구 문래예술공장에서 '도시혁신으로 만드는 새로운 한강의 기적'을 주제로 열린 스물한 번째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2024.3.19 ⓒ뉴스1
한 대행의 행보도 이런 윤석열의 행보와 다르지 않다. 윤석열은 소속 정당을 지원한 것이지만, 한 대행이 향후 대선후보로 나선다면 대통령 권한대행의 지휘를 자신의 선거운동에 활용한 것이어서 논란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한덕수 대행 출마하면 대통령 권한 가지고 대선 후보로 직접 나선 건 1981년 이후 44년 만에 처음
만약 한 대행이 대통령 권한대행으로 활동하다가 출마한다면 대통령 권한을 가진 사람이 대선에 나서는 것은 지난 1981년 이후 첫 사례가 된다. 12.12 군사반란, 5.17 내란으로 정권을 차지한 전두환은 1980년 통일주체국민회의에서 혼자 출마해 11대 대통령에 당선했다. 그리고 불과 6개월 뒤인 1981년 2월 25일 대통령 선거인단 투표로 7년 임기의 제12대 대통령에 당선됐다.
이 외에도 1979년 12월 6일 최규하 대통령 권한대행이 통일주체국민회의를 통해 10대 대통령으로 취임한 사례가 있다. 당시 최규하는 그해 10월 26일 박정희가 암살되면서, 권한대행을 맡았다 대통령으로 취임했다. 하지만, 전두환에 의해 불과 8개월여 만에 대통령 자리에서 내려왔다. 박정희도 1972년 10월 유신 등으로 대통령 간선제를 도입하며 장기 집권의 길을 연 뒤 통일주체국민회의를 통해 8대와 9대 대통령에 당선됐다.
대통령 직선제에서 대통령 권한자 직접 출마는 이승만·박정희 이후 처음
대통령 간선제가 아닌 직선제만 따지면 한 대행의 사례는 이승만·박정희 이후 처음이다. 1948년 제헌의회에서 이승만은 초대 대통령에 당선된 이후 1952년 2대 대선, 1956년 3대 대선, 1960년 4대 대선(부정선거로 재선거 결정)까지 모두 3차례 대통령 지휘를 가진 채 대선 후보로 출마했다.
1981년 12대 대통령에 취임선서를 하는 전두환 ⓒ국가기록원
박정희도 직선제하에서 대통령직을 가지고, 대선 후보로 여러 차례 나섰다. 박정희는 5.16 군사정변으로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을 맡아 권력을 잡았다. 당시 박정희는 최고 권력자이긴 했지만, 대통령은 아니었다. 박정희가 권력을 잡으면서 당시 대통령이던 윤보선은 대통령에서 물러났다. 박정희는 1962년 12월 17일 국민투표를 통해 5차 개헌을 했고, 대통령중심제로 권력을 개편했다. 그리고, 대통령 직선제 선거에 1963년 1967년 1971년 연이어 출마해 당선됐다. 1963년 대선 윤보선 전 대통령이 출마해 박정희와 대선 후보로 경쟁을 벌였지만, 윤보선은 박정희에 의해 이미 권좌에서 물러난 뒤였다,
“차기 대통령 선거 관리에 최선을 다하겠다”더니···
한 대행은 윤석열 대통령이 파면되면서 오는 6월 3일 치러지는 조기 대선의 관리를 책임져야 하는 행정부의 수장이다. 한 대행도 윤석열 파면 선고가 난 당일 대국민 담화를 통해 “다음 정부가 차질 없이 출범할 수 있도록 차기 대통령 선거 관리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심판 역할을 맡아 선거 관리를 해야 하는 권한대행이 자신의 출마와 관련해 모호한 태도로 일관하면서 논란만 키우고 있다. 대선 관리를 책임져야 하는 대통령 권한대행 지위를 자신의 출마에 활용한다면 공정성 논란이 나올 수밖에 없다. 한덕수 대행은 지금 당장 자신이 약속한 것처럼 차기 대통령 선거 관리에 최선을 다하기 위해 불출마를 약속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