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마을 만세] 마을 주치의가 24시간 1인 시위를 하는 이유

부천시 공공병원 설립 주민조례안 의회 상정을 앞두고

부천시공공병원설립시민추진위원회 부천시 공공의료원 설립 및 운영 조례안 가결 촉구 기자회견 (2025.4.14) ⓒ필자 제공

부천 시민 8300명이 발의한 조례안이 1년째 표류하고 있다. 공공병원 설립을 위한 토론회를 개최하기도 했지만, 부천시의회의 뚜렷한 찬성 의지를 확인하기 어려웠다. 주민조례안이 수리된 날로부터 1년 이내에 시의회에서 안건을 의결해야 하는데, 1년이 다 되어 가는 시점임에도 조례안이 통과될지 여부가 아직 불투명한 상황이었다. 반대하는 입장에서는 막대한 예산을 걱정하지만, 시민의 입장에서는 당장 병원을 지으라는 것이 아니라 지금부터 조례를 만들어 차근히 준비해야 건강한 미래 도시를 만들 수 있다는 주장이다.

주민조례안을 대표 발의한 부천시공공병원설립시민추진위원회 상임대표이자 우리 부천의료협동조합 부천시민의원의 조규석 원장은 아무래도 본인이 조례 통과를 위해 온 힘을 기울여야 할 것 같다고 하며, 자신의 1년 치 휴가를 모두 쓰겠다고 선언했다. 4월 회기 일주일 전인 4월 14일부터 회기가 끝나는 4월 29일까지 진료실 대신, 시의회 앞 천막 안에 24시간 머물겠다는 뜻이었다.

조합을 운영하는 총괄책임자로서 적잖이 당황스러웠다. 조합의 대표 원장이 2주간 자리를 비우는 것도, 24시간 천막에 머물면서 농성을 하겠다는 것도 모두 어렵게만 보였다. 다른 방법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조심스럽게 의견을 내비쳤지만, ‘죽어가는 조례’를 다시 살릴 방법은 응급환자의 생명을 위해 환자 곁에 머물듯, 조례가 다루어질 시의회 옆으로 들어가는 일밖에 없다는 의지가 너무나 뚜렷했다.

마을 주치의에게 공공병원 조례를 만드는 것은 마을 주치의로서 자의 건강을 살피는 것과 다르지 않은 일인 것 같았다. 의료진과 조합원이 힘을 합쳐 마을의 주민을 돌보는 의료를 펼치고 있지만, 우리만의 힘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기 때문이다. 병원이 많다고는 하지만 90% 이상이 영리 중심의 민간 병원이다 보니 사각지대에서 제대로 치료받지 못하는 환자가 많다는 것을 목격해 왔다. 공공병원 설립은 시민의 건강을 위해 필수적인 조건이다.

여러 논의와 고민 끝에 4월 14일, 부천시 40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부천시공공병원설립시민추진위원회 40여명이 모여 부천시의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조례가 가결될 것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이었다. 추진위 단체 회원들이 합심하여 기자회견을 열고 농성 천막을 설치했다. 그로부터 6일이 지난 지금까지 추진위 단체 회원들이 매일 오전, 오후, 저녁 농성장에 방문하여 일인시위를 함께 하고 있다. 시민의 응원 발길도 끊이지 않고 이어지고 있다.

부천 시의원 중에서도 조례 통과에 긍정적인 답을 주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4월 22일 회기가 시작되면 먼저 행정복지위원회 8명의 시의원이 본 안건에 대해 가부를 결정하게 된다. 가결되면 4월 29일 본회의에서 최종적으로 다시 가부를 결정한다. 만일 행정복지위원회에서 부결이 되면 시의원 9명이 서명하여 본회의에 안건을 상정해야 한다. 본회의가 끝날 때까지 농성과 시민들의 일인시위는 계속 이어질 예정이다.

24시간 농성 및 1인 시위 중인 조규석 부천시민의원 원장 (부천시공공병원설립시민추진위 상임대표) ⓒ필자 제공


공공병원을 중심으로 한 공공의료 체계에 대한 한국 사회의 경험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언제까지 그저 미뤄둘 수만은 없다. 공공이 튼튼한 우산이 되어 필수적인 의료 시스템을 갖추어야 시민의 건강권이 제대로 보장받을 수 있다. 마을의 건강한 생태계는 공공이 튼실한 울타리로 존재할 때 지속 가능할 수 있다.

시민, 의회, 행정이 함께 협력하여 우리의 공공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나이가 들고 장애가 있고 돈이 없어도 안전하고 건강하게 살아갈 시스템을 준비해야 한다. 서로를 돌보는 마을 공동체 생태계를 만드는 일, 일상적으로 건강을 돌보는 공공보건의 체계를 갖추는 일, 질병과 감염병의 위기가 닥쳤을 때 시민을 품을 수 있는 따스한 공공의료의 체계를 갖추는 일.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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